2,000억원 시리즈 C 투자 유치한 무신사, 영업익 감소 딛고 ‘글로벌 시장’ 노린다

2년 만에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기업가치 3조원 중반 투자 시장 한파로 시장 예상 ‘4조원’ 대비 몸값 낮아, 그럼에도 ‘선방’ 평가 글로벌 진출·사업 확대 투자로 지난해 영업이익 ‘구멍’, 투자금으로 새 기반 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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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신사

무신사가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시리즈 C 라운드는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주도했으며 자산운용사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가 참가했다.

무신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전체 패션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선제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간 글로벌 진출·사업 확장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소모한 무신사는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년 만의 신규 투자, 3조원 중반대 몸값 인정받아 

이번 투자는 2021년 3월 세콰이어캐피탈과 IMM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한 1,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진 신규 투자다. 무신사는 지난 2019년 11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가량의 첫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시리즈 A 라운드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시리즈 C 라운드를 합한 무신사의 누적 투자 유치금은 4,300억원에 이른다.

무신사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무신사 스토어, 29CM, 레이지나잇, 솔드아웃 등 무신사 서비스의 경쟁력 향상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글로벌 브랜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브랜드를 발굴해 직접 투자하는 등 외형 확대와 함께 손익 개선에도 힘쓴다. 아울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을 고려한 인수 합병도 적극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패션 브랜드와 고객 사이 접점을 확대하는 오프라인 시장 진출도 강화한다. 현재 성수, 한남, 홍대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브랜드 팝업 스토어 공간을 확대하고,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무신사 스탠다드 스토어와 무신사 편집샵 등을 신규 오픈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예상 대비 낮은 몸값, 그럼에도 ‘역대급’?

북미를 포함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무신사는 지난 1월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총 4,000억원 안팎의 자금 유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4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다. 이후 이번 시리즈 C 라운드에서 무신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원 중반 수준이다. 업계 예상 대비 몸값이 낮아진 셈이다. 최근 시장 유동성이 말라붙으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투자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무신사의 투자 유치를 두고 ‘전무후무하다’는 평이 나온다. 시리즈 C 라운드에서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3조원 중반 수준의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이례적이며, 지분 역시 잘 지켜냈다는 평가다. 창사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입증한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신사의 거래액은 지난 2016년 1,990억원을 기록한 뒤 2018년 4,500억원, 2019년 9,000억원, 2020년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90% 증가한 2조3,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2년 창립 이래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다는 점 역시 최근 수익성 중심 투자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브랜드 성장세 대비 기업 가치 성장세가 더디다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2019년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첫 투자를 유치할 당시 무신사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약 2조3,3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3조원 중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조원이라는 금액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쉽다는 평가다.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사진=무신사

글로벌 진출·시장 확대 투자 ‘빈틈’ 메꿀 기회

최근 무신사는 북미·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무신사는 일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했으며, 같은 해 9월 무신사 일본판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4월에는 도쿄 하라주쿠에서 ‘무신사 도쿄 팝업스토어’를 열고 일본 소비자들에게 무신사와 국내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무신사는 또 지난해 9월 일본, 미국, 싱가포르, 태국 등 13개국에서 이용 가능한 무신사 스토어 글로벌 버전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티몰글로벌에 입점하기도 했다. 아울러 인천 글로벌 프로세싱 센터를 통해 글로벌까지 물류 서비스 영역을 확대,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국제 운송과 통관 대행 등 해외 물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7,083억원으로 전년(4,612억원) 대비 54%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585억원)보다 94.5% 급감했으며, 당기순손실도 558억원에 달했다. 신규 서비스 구축 및 사업 확대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반영되며 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과연 무신사는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영업이익 급감 위기를 극복하고 대형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