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떠나 새 시장 찾는 글로벌 ‘큰손’들, 일본·인도에 밀려 외면당한 한국

글로벌 투자자 ‘탈중국’ 현상 심화, 일본·인도 증시 뜻밖의 활황 맞이 이어지는 자금 유출로 가라앉는 중국, 증시 상황·경제 지표 줄줄이 악화 베트남·우리나라 등 대중국 의존도 높은 국가 함께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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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글로벌 자금의 ‘탈(脫)중국(ex-China)’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막대한 자금을 흡수했던 중국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흔들리자, 투자자들이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줄줄이 자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아시아 증시로 유입되면서 일본, 인도 등 일부 국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나 홀로 활황’을 맞고 있다. 반면 한국과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반사이익은커녕 대중국 수출 감소와 이어지는 경기 부진으로 신음하는 양상이다.

중국 탈출한 자금, 일본·인도로 흘러 들어가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글로벌 자금의 주된 행선지는 중국이었다. 일본, 한국, 대만 등에서 외국인이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던 코로나19 팬데믹(2020~2022년) 기간에도 중국에는 1,10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당장 올 1분기까지도 중국은 273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자금을 흡수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 중국에 머물던 글로벌 자금이 속속 이탈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지정학적 리스크 및 중국 경제 지표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발 리스크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중국에서 ‘탈출’한 글로벌 자금은 일본, 인도 등 여타 아시아 국가로 흘러 들어갔다.

중국을 떠난 글로벌 투자자들이 2분기(4~6월) 일본 증시에 쏟아부은 자금은 무려 660억 달러(약 85조원)에 달한다. 2분기 닛케이225 지수는 33,000을 웃돌며 1980년대 말 버블 이후 33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도 최고 주가를 경신했고, 이외에도 종합상사(38.7%) 철강(34.9%), 기계(33.7%), 전기기기(33.4%), 수송용 기기(30.9%) 등 주요 업종 주가가 줄줄이 급등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인도 증시 역시 ‘탈중국’ 반사효과를 누렸다. 136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의 탈중국 자금을 흡수하며 인도 센섹스 지수는 순식간에 9.7% 상승했다. 인도 증시는 올해 2월 이래 신흥국 중 누적 순매수 최대 규모(약 157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역대 최고 지점’에 올라섰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50년 후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사진=pexels

중국 경제지표 침체, ‘탈중국’ 가속화

반면 글로벌 자금이 등을 돌린 이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증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고점이었던 지난 5월 초보다 현재 5.8%가량 하락했다. 금융 시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올해 들어 4.5%가량 미끄러진 상태다. 올 1월까지만 해도 리오프닝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로 최근 5년 중 최대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몰렸지만,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자금이 대거 유출된 것이다.

11일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해 시장 전망치(-5.0%)를 밑돌았으며, 2015년 12월(-5.9%) 이후 7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까지 떨어져 조만간 마이너스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오프닝 이후 대내외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며 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둔화하는 양상이다.

대중 의존도 높은 국가들 ‘낭패’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의 경우 중국의 위기를 함께 겪는 모양새로,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하며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맞이한 베트남 호텔·중개업소 등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도심지에서 ‘헐값’ 매물이 쌓여가기 시작한 것이다. 호찌민시 관광부에 따르면 호찌민의 강남이라 불리는 1군에서만 올 들어 20여 개의 호텔이 문을 닫거나 용도를 변경했다.

이 같은 중국의 경기 침체 여파는 한국에도 고스란히 전이됐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대중국 비중은 40% 안팎(2022년 기준 40.3%)에 달하는 만큼,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에 중국의 위기는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실제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중국 경기 침체 △중국의 중간재 기술 자립 달성 △미·중 반도체 견제 등으로 꾸준히 위축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43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7.4% 감소한 가운데, 올 2분기 우리나라에 유입된 탈중국 자금은 24억원에 그쳤다. 이는 ‘탈중국’ 자금을 든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기대를 걸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함께 유출 자금은 늘고, 유입 자금은 감소하는 ‘불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