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의 패션 메타버스 사업 진출, 메타버스로 눈 돌리는 패션업계

LGU+·에이션패션·지이모션 MOU 체결 ‘현실·가상 공간 결합 패션 사업기회 발굴’에 뜻 모아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 패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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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가 7월6일 에이션패션, 지이모션과 패션 메타버스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LGU+

LG유플러스(LGU+)가 패션 기업 에이션패션, 패션테크 기업 지이모션과 패션 메타버스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를 체결하고 패션 메타버스 시장에 진출한다. LGU+는 지난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사옥에서 3사의 MOU 체결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 협력은 국내 패션 메타버스 산업의 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3사는 ▲현실 및 가상 의상 통합 제작 신기술 개발 ▲메타버스·온라인 연계 커머스 기획 ▲AI 피팅룸 등 고객 시나리오 탐색 ▲현실·가상 공간 결합 사업기회 발굴 등에 뜻을 모았다.

“내부 검증 완료, 다양한 사업 모델 도출 중”

3사는 제휴를 통해 LGU+의 직장인 특화 가상 오피스 서비스 ‘메타슬랩(MetaSlap)’을 활용한 패션 메타버스 시장의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메타슬랩은 3D로 구성된 가상의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임직원 간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구현된 메타버스 서비스다.

에이션패션은 캐주얼 브랜드 폴햄(POLHAM)과 스트릿 패션 브랜드 티메이커(TMAKER)를 운영하는 패션 기업으로서 XR(혼합현실)로 매장을 구현하고 오프라인 매장 없는 온라인 웹커머스 굿웨어몰(구 탑텐몰)을 선보이는 등 패션 산업에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며 새로운 시도를 거듭 중이다. 지이모션은 3D 시뮬레이션 기반 의상 제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기존 패션산업의 시공간 한계를 보완하는 데 힘써 왔다.

앞서 3사는 올해 5월부터 2개월에 걸쳐 LGU+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비공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실험에 참여한 이들은 메타슬랩 안에 마련된 브랜드별 매장에서 3D로 디지털화한 실제 의상을 구경하고 아바타를 활용해 착용해 보는 등 신개념 쇼핑 방식을 경험하고 그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했다. 3사는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모델들을 도출하고 유효성을 검증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성장 한계 직면, 메타버스 주목하는 패션 업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8.7%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왔다. 매장에 방문해 직접 옷을 입어본 후 구매하는 아날로그의 비중이 컸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쇼핑 증가와 디지털 전환 트렌드에 따라 패션 업계에도 여러 디지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이 대두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성장 한계에 직면한 패션 업계는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는 오늘날 단순 온라인 판매를 넘어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 채널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슈즈 브랜드 어그(Ugg)는 지난해 12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와 손잡고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성수동 오프라인 매장과 메타버스 매장에 동일하게 진열된 어그 제품들은 소비자가 직접 신어 보는 것은 물론 아바타에게 신겨보는 것도 가능했다. 행사 기간 내 제페토의 아바타용 어그 아이템은 일평균 6,000개씩 판매됐고, 어그 의류 매출은 전주 대비 37% 증가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MVFW 무대에 선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사진=로커스엑스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패션쇼와 패션위크를 메타버스로 옮겨가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디센트럴랜드는 지난해부터 메타버스패션위크(MVFW)를 개최해 소비자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3월 개최된 제2회 MVFW에는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 DKNY 등 다수의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가 대거 참여했다. MVFW는 이번 행사로 첫 개최 당시 일각에서 제기된 “잠깐의 유행에 편승한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라는 비판을 종식하고 ‘메타버스 패션위크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소비자들도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실감 나는 제품 체험이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타버스의 발전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AR 필터를 사용한 가상 피팅 서비스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의 조사 결과 2019년 29억 달러(약 3조7,800억원) 수준이었던 가상 피팅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해 2024년 76억 달러(약 9조9,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발표한 ‘메타버스 패션 트렌드 보고서(2022 Metavers Fashion Trend Report)’ 역시 디지털 세계에서 패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암시했다. 로블록스는 그에 대한 근거로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가 디지털 패션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파브랜드 포에버 21(FOREVER 21)은 로블록스 내 브랜드 의상을 똑같이 실물로 만들어 한정 판매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패션 메타버스는 단순 아바타 커스텀을 넘어 실물 패션 업계에서도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패션 강자’ LG 메타버스 성공 여부에 촉각 세우는 시장

LF(구 LG패션)를 가족으로 둔 LG의 메타버스에 대한 희망찬 미래는 이뤄질 수 있을까. 1970년대부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LF는 비록 201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며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범LG가에 속한다. 직접 론칭한 브랜드가 헤지스(HAZZYS) 등 다소 제한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LF는 이자벨마랑, 바네사브루노, 챔피온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 독점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질바이질스튜어트 등 일부 해외 브랜드는 라이센스를 활용해 한국 내 기획과 생산까지 도맡아 운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추억의 브랜드 티피코시를 재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LG의 관련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만큼 메타버스 사업 진출에 대한 패션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인 LG의 신사업 성공 여부가 향후 업계 전반의 미래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엽 LGU+ CTO 전무는 “이번 업무 협약으로 디지털 패션과 메타버스를 결합해 메타버스 커머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메타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을 꾸준히 진행해 고객 경험을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