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높은 ‘대기업’ 찾는 개발자, 값싼 ‘해외 인력’ 찾는 스타트업

스타트업 75.4% ‘개발자 인력난’에 진땀, 스타트업 취업 기피하는 취준생들 동남아시아·인도 등 외국 개발자 인력에 눈 돌린 스타트업, ‘몸값 훨씬 저렴하다’ 비대면 외주 위험성 무시할 수 없어, 양질의 국내 SW 인재 양성 최우선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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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인력 시장의 ‘미스매치’가 점차 심화하는 추세다. 전체 취업준비생 중 스타트업 취업을 희망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한 만큼, 현재 70% 이상의 스타트업이 ‘지원자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일 SW 인력 채용과 관련해 기업체 187곳과 취준생 77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55%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개발자 채용 의사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내 개발자 연봉이 천정부지로 뛰는 가운데, 몸값이 비교적 낮은 외국인 개발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절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스타트업 안 갈래요’, SW 인력난 심화

중기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벤처·스타트업 75.4%가 ‘SW 전문 인력 채용·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 채용·유지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74.3%(중복 허용)의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갖춘 지원자 부족’을 지목했다. 이어 직원들의 잦은 이직·퇴사로 인한 장기적인 운영 어려움(35.8%), 구직자와 회사 간 처우에 대한 인식 차이(37.4%) 순이었다.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직자의 ‘스타트업 기피’에 있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희망 군으로 중소·벤처·스타트업을 꼽은 취준생은 5.4%에 불과했다. 기업의 인력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취준생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 형태는 대기업(67.9%)이었으며, 중견기업·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26.6%)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68.4%, 중복 허용)’를 꼽았다. 취준생들 역시 ‘임금이 적을 것 같아서(61.1%, 중복 허용)’ 중소·벤처·스타트업 취업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 측이 제시한 연봉과 취준생의 예상한 연봉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초봉의 경우 기업의 52.4%, 취준생의 48.8%가 3,000만~4,00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3~8년 차 수준 연봉에 대한 질문에서는 스타트업과 취준생 사이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기업은 4,000만~5,000만원을 가장 많이(42.8%) 제시했지만, 취준생(26.8%)은 5,000만~6,000만원의 연봉을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5,000만~6,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제시한 기업은 18.7%에 그쳤다.

사진=PEXELS

몸값 저렴한 해외 개발자 채용 증가 추세

중기부는 중소·벤처·스타트업의 외국인 SW 전문 인력 채용 의사에 대한 조사도 함께 실시했다. 이에 스타트업 중 54.5%는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외국인 개발자 채용을 원하는 이유로는 ‘동일 수준 개발자를 저렴한 임금으로 채용할 수 있다(68.4%)’는 점을 꼽았다. 관련 정부 프로그램이 신설된 경우 지원하겠다는 응답한 기업은 74.3%에 달했다.

실제 팬데믹 시기 발발한 ‘개발자 몸값 전쟁’ 이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개발자 채용은 점차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해 8월 한국무역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236개 스타트업 중 114곳(48%)이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지역 프로그래머를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평이한 업무 능력 때문이다.

글로벌 채용 대행업체 딜닷컴과 국내 리서치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5,200만원 안팎이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나 빅테크 기업의 개발자 초봉은 6,000만원을 웃돌며, 5~10년 차 경력직 개발자의 경우 1억원 안팎까지 몸값이 뛴다.

반면 동남아시아·인도 지역 개발자의 몸값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3,282만원, 말레이시아는 2,677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후 경력을 보유한 시니어 개발자의 몸값 역시 6,500만~8,200만원 수준으로 비슷한 경력을 보유한 한국 개발자보다 현저히 낮다.

사진=PEXELS

값싼 외주가 ‘능사’는 아니다

외국인 개발자 채용 수요가 늘자, 국내 기업과 해외 개발자를 연결해 주고 해외 원격 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지원하는 중개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일례로 ‘슈퍼코더’는 해외 개발자 연결, 통역, 채용과 업무 프로세스 현대화 등 사후 지원을 제공한다. 원격 인터뷰를 거쳐 국내 채용된 개발자는 원격근무 플랫폼을 통해 현지에서 근무하며, 화상 회의 등을 통해 업무를 지시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 개발자 채용을 비롯한 ‘개발 아웃소싱’에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비대면 상황에서 외부 인력을 활용할 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대표적이다. 문서와 메일, 각종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업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개발자의 경우 관련 위험이 한층 크다.

고용주가 개발 지식이 없을 경우 외부 개발자가 제공한 서비스의 결함을 찾아내고 수정을 요청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외주 계약의 특성상, 개발자는 계약 기간 종료 이후 발생한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공을 들여서 쌓아 온 사업 아이디어가 개발 단계에서 무너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스타트업들은 높은 몸값을 주고 국내 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실무 능력이 부족한 ‘양산형’ 인력에 인건비를 투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비대면 외주 계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 개발 인력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기술’ 위주로 움직이는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궁극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개발 인력을 양성·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