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치즈 및 곡물음료 10~18.8% 인상, 유제품 가격 계속 오르는 이유는?

원유 기본 가격 상승 등으로 인상 불가피, 치즈 19종 최대 18.8% 인상 매일유업 “제조원가를 비롯한 인건비 등의 상승에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 올해 한 차례 더 예고된 원윳값 상승에 소비자들 불만 ‘폭증’ 예상

160X600_GIAI_AIDSNote
사진=매일유업 홈페이지

매일유업이 치즈와 곡물음료 등 제품의 가격을 약 19% 인상하기로 했다. 최근 사룟값 인상 등으로 낙농가의 생산 부담이 늘어나면서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유업체들도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미 지난해 11월 원유 기본 가격이 인상 한 차례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올해 추가 인상을 예고한 국내 낙농업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원윳값 상승이 불러온 유제품 가격 인상

매일유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19종의 치즈 제품(가공 슬라이즈치즈 13종, 자연치즈 6종)에 대해 출고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가공 슬라이즈치즈인 ‘뼈칼슘치즈’와 ‘NEW체다슬라이스’의 가격은 약 10~15.6% 인상되며, 자연치즈 제품인 ‘후레쉬모짜렐라’, ‘리코타 치즈’, ‘까망베르치즈’ 등은 18.6%~18.8%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국내 식물성 음료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보인 곡물음료들의 가격도 인상된다. 대표적인 950ml 대용량 제품인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언스위트’, ‘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등은 15.1~15.3% 상향된다. 다만 주력 제품인 190㎖ 소용량 제품은 기존 가격을 유지해 인상 품목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매일유업은 제조원가를 비롯한 인건비, 물류비, 포장재 등의 가격이 모두 상승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원유 가격이 인상됐을 때에도 우유 가격을 9.57%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업계 평균 인상률은 6%였으며, 경쟁업체인 남양유업은 8.67% 인상했다.

농식품부서 낙농제도 개편 나섰지만

유업체의 제조원가 상승 부담은 원유 가격 인상으로부터 시작됐다. 낙농가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사룟값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를 꼽았다.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 생산비가 오르니 원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원유 가격은 낙농진흥회가 정한 기본 가격을 따르고 있다. 각 유업체가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음에도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와 이사회의 결정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 인상을 지속하자 전국 낙농가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고,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낙농제도를 개편, 시장 상황과 농가의 생산비 등을 반영해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농가와의 의견 충돌이 지속되면서 개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유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일 ‘우유 등 농식품 물가 관리방안’ 간담회를 통해 “원윳값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며 “우유 및 유제품은 식품 원료로 사용되나 원료사용 비중이 작고 외국산 사용이 많아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증감만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생산비 연동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생산비와 우유 소비시장 상황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중 어느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수혜가 돌아가지 않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 ‘국내 우유 불매 운동’ 벌이자는 반응도

농식품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견으로 올해에도 원윳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8월 1일을 기점으로 낙농진흥회를 통해 원유 가격이 결정됐으나, 지난해부터 가격 협상 회의가 미뤄지는 등 업계 내 마찰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유 가격은 이미 지난해 11월 1ℓ당 49원으로 5% 인상된 바 있으며, 당시 유업체들도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특히 올해 8월부터는 원유 1ℓ당 가격이 69~104원 인상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관련 품목의 가격 인상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통상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 커피와 빵,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군도 인상 대열에 합류해 왔다. 실제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이후 아이스크림 가격은 최대 20%까지 상향 조정됐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우윳값도 상승하는 만큼, 주요 수요층의 불만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원유가격 인상 직후 서울의 한 지역 거주자 커뮤니티에선 국내 우유 불매 운동을 벌이자는 반응까지 나왔다. 해당 커뮤니티의 한 누리꾼은 “흰 우유 원가가 49원 수준인 반면, 우윳값은 150~340원 이상 올랐다”며 “가격이 올랐으면 품질과 서비스도 올라야 하는데 항상 그대로다. 이대로 계속 가격이 오르면 국내 우유보단 차라리 품질 좋은 해외 우유를 먹는 게 낫겠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한편 정부는 원유 가격 인상에도 흰 우유 등의 가격 인상이 과도하지 않도록 유업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식품 제조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며 적극적인 개입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