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넷 등 美 200개 언론사, 광고시장 독점 혐의로 ‘구글’ 고소, 반독점 위반 소송에 휘말린 빅테크 기업들

가넷 CEO “구글의 광고시장 독점 행위에 매출 줄고 시장 경쟁 침해 받아” 반면 구글은 “언론사들 대부분 애드 매니저 통해 광고 수익 차지한다”며 반박 빅테크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 多, 국내 포털뉴스 공정성에도 의문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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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신문 발행사인 가넷(Gannett)을 포함한 200여 개 언론사가 구글의 디지털 광고 독점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미국의 각 주정부와 연방정부 등도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구글에 제기하며 구글의 광고영업 분할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소송이 올해 구글이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 1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한 것과 유사한 형식으로 협의를 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광고 서버 시장 90% 차지한 구글, 독점적 지위 남용

미국 CNN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가넷의 자회사인 USA투데이를 비롯한 미국의 언론사 200여 곳이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구글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수익 대부분은 디지털 광고 매출에서 창출된다. 특히 언론사들이 온라인 광고 공간을 파는 ‘광고 서버’ 시장의 90%를 구글이 지배하고 있는데, 구글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가넷의 주장이다. 아울러 저렴한 가격에 광고 공간을 팔 수밖에 없게 돼 언론사와 경쟁 온라인 광고 업체들의 수익이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구글과 우호적 관계에 놓인 특정 언론사만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넷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해 온라인 광고 공간 판매로 올린 매출은 약 300억 달러로, 미국 전역 언론사들의 디지털 광고 매출의 6배에 이른다. 마이크 리드 가넷 최고경영자는 “구글의 광고 기술 시장 지배력이 뉴스 출판사 매출은 물론, 지역 뉴스 자체를 줄어들게 만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온라인을 통해 독자 수는 증가했지만 광고 지출은 감소했다. 디지털 광고 공간에 대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없다면 언론사들이 더 이상 콘텐츠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글은 언론사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댄 테일러 구글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은 “구글을 통해 광고하면 수익 대부분을 협업사가 차지한다”면서 “특히 가넷은 구글 애드 매니저를 포함한 수십 개의 광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독점법 위반 소송으로 골머리 썩는 구글

이번 소송 이전에도 구글은 여러 차례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왔다. 2020년에는 미국 법무부가 구글이 광고 판매 및 구매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올해 1월에도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8개 주가 미 법무부와 함께 ‘디지털 광고 시장의 불법 독점’ 혐의로 구글을 재차 고소했다.

이번 소송과 마찬가지로 과거 소송 모두 구글의 독점적 지위 남용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혐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마다 구글은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은 올해 1월 공식 성명을 통해 “경쟁이 치열한 광고 기술 부문에서 국가가 승자와 패자를 가리려 한다”며 “법무부는 혁신을 늦추고, 광고료를 인상하고, 수천 개 소기업의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주장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일각에선 구글이 언론사들에 광고 수익을 더 나누거나,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가넷이 제기한 소송을 해결해 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구글은 지난달 언론사 상대로 처음으로 뉴욕타임스(NYT)와 뉴스 콘텐츠 배포와 마케팅, 광고 관련 포괄 계약을 맺으며 3년간 약 1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WSJ 등 외신은 “구글과 NYT의 계약은 전 세계적으로 뉴스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 가운데 일어났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뉴스 콘텐츠 광고에 대한 수익 배분이 보다 더 많은 언론사들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빅테크가 뉴스 관련 수익 배분을 교섭할 수 있는 환경을 강제로 만드는 ‘저널리즘 경쟁 및 보호법(JCPA)’ 수정안이 발의됐다. 이보다 앞서 2021년 호주에선 세계 최초로 플랫폼 기업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강제로 지급하는 법을 제정하며 빅테크들을 압박했고, 이에 구글과 메타 등의 기업이 뉴스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구글 고소 관련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사진 WSJ 유튜브 갈무리

국내에서도 포털 뉴스 등 빅테크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 논란 있어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변되는 인터넷 포털뉴스의 독과점 및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온라인 포털은 국내 뉴스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다. 수요자 대다수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 기존 언론사들은 ‘공짜’로 뉴스를 공급하며 이들의 수요독점 체제에 굴복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양대 포털의 이 같은 독과점이 문제를 낳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4월 박대출 국민의힘 위원은 국내 유수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제기된 독과점 및 각종 부작용 문제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들과의 토론회에서 “(양대 포털이) 사실상 뉴스 공급을 독점하면서 공론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언론사 위의 언론사로 군림해 오면서 책임을 회피해 많은 비난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와 전문가들은 양대 포털의 독과점이 신생 기업의 진입을 막아 문제의 심화를 초래하고, 불공정 거래로 인해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동시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일부 플랫폼이 포털 독점을 기반으로 부동산 또는 내비게이션 등의 신규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중소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퇴출당한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또 다른 정치권 인사들은 언론사 공동 포털도입의 필요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털에 대한 직접규제 확대를 외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포털 규제에 대한 실익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뉴스를 규제하자는 일단의 주장은 언론적 책임을 방송규제 차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정부의 허가 및 승인이 필요한 방송과 통신산업과 달리 포털뉴스는 완전경쟁시장으로서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공간이다. 포털뉴스의 그 영향력을 놓고 볼 때 모니터링이 필요한 중요한 영역이지만, 방송의 ‘공정성’ 심의처럼 자칫 정당정치의 소재로 정쟁만 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