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초개인화’ 시대, 한정판 제품으로 MZ세대 공략하는 스타트업

자체 브랜드 ‘한정판’ 의류 판매하는 이스트엔드, 50억원 규모 투자 유치 고객 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장, ‘개인 취향’ 반영한 재화·서비스 급증 정체성 뚜렷한 ‘브랜드’ 육성에 힘쓰는 패션업계, 이스트엔드 무기는 ‘희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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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스트엔드

패션 브랜딩 스타트업 이스트엔드가 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BNK벤처투자와 우리은행이 참여했으며, 캡스톤파트너스가 지난 시리즈에 이어 후속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 이후 이스트엔드의 누적 투자액은 130억원 규모다.

2016년에 설립된 이스트엔드는 시티브리즈, 아티드, 로즐리, 후머 등 5개의 자체 브랜드를 온라인 D2C(소비자 직접 거래) 기반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주요 고객층인 MZ세대의 ‘초개인화’ 소비 트렌드를 반영, 다양한 디자인의 옷을 소량 생산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이번 투자금은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반 마련에 활용될 예정이다.

개성 강한 브랜드 품고 ‘한정판’ 의류 제작

이스트엔드는 컨셉츄얼한 브랜드를 만들어 성장시키는 브랜드빌더 기업이다. △심플한 상품에 중점을 두는 미니멀 컨템포러리 브랜드 BREEZ △클래식한 콘셉에 중점을 둔 브랜드 ATD △페미닌한 무드의 의류를 판매하는 ROZLEY △스포티·미니멀리즘 골프웨어 브랜드 HUMER 등 독자적인 개성을 갖춘 다수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스트엔드는 디자인부터 생산, 물류, 마케팅,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되, 소량 생산으로 희소성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10·20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아울러 여러 채널에서의 판매, 마케팅,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가공하는 ‘Real-Time Bizboard’를 통해 브랜드별·상품별 매출 현황을 효과적으로 파악, 각 브랜드의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라인 판매에 적합한 반응형 생산체제인 ‘자동 발주 모듈 시스템(Reactive Manufacturing System)’을 구축해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만 상품을 제작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스트엔드는 해당 시스템을 통해 불필요한 생산을 줄여 수익성을 제고하고, 오프라인 매장 중심 브랜드 대비 잉여 재고를 현저히 줄였다.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소량 판매’라는 콘셉트와 효율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이스트엔드는 무신사, W컨셉, 29CM 등 주요 패션 플랫폼에서 인기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누적 거래액은 500억원을 돌파했으며, 연간 9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이스트엔드

‘나만의 취향’ 고수하는 MZ세대, 패션 시장의 초개인화

이스트엔드의 ‘한정판’ 전략이 먹혀든 이유는 소비 패러다임이 소비자·이커머스 중심으로 전환됐고, 개인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고객 중심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시장의 중심축을 이루던 과거에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세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종의 ‘리스크’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소비자의 취향과 수요를 파악하고 세분화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최근 기업들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차별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 생산 방식의 주를 이루던 ‘개인화’ 기술은 ‘초개인화’ 기술을 통한 생산 방식으로 발전했다. 초개인화는 소비자의 맥락과 상황을 이해해 고객의 필요를 예측하고, 이를 통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상품을 제시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초개인화된 시장에서 소비자는 자신의 특성과 취향에 맞는 재화·서비스를 제공받고, 타인과 ‘차별화’되었다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

특히 최근 시장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린 제품, 희소성 있는 재화·서비스에 열광한다는 특징이 있다. 패션업계는 이 같은 트렌드를 민감하게 캐치했다. 기획 물량(1만 장 이상) 대량생산 체계는 다품종 소량 생산(1천 장 이상) 체계로 전환됐으며, 기업들은 속속 소량 생산 이후 시장의 반응에 따라 추후 생산량을 결정하는 ‘반응 생산’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스트엔드는 최근 패션 시장의 트렌드와 고객층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한 셈이다.

사진=이스트엔드

‘개성 있는 브랜드’에 활로 있다?

소비자가 독특한 개성을 갖춘 브랜드 의류를 찾기 시작하자, 이스트엔드처럼 다수의 브랜드를 품은 ‘패션 인큐베이터’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어바웃블랭크앤코는 자체 브랜드를 운영에 더해 기존 전개되던 브랜드를 인수 후 리론칭하거나, 매니징 맡은 브랜드의 세컨 라인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터 기업으로, 지난해 6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누적 매출 170% 신장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 어바웃블랭크앤코는 사운즈라이프, 페어스델리앤그로서리, 논서비스 등 수많은 브랜드를 운영하며 충성 고객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과 함께 국내 패션 플랫폼의 ‘절대 강자’로 올라선 무신사도 브랜드 인큐베이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신사의 패션 전문 투자 자회사 무신사 파트너스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과 지원을 위해 ‘넥스트 패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종 선발된 팀에게 최대 3억원 규모의 투자금 및 생산 대여금을 제공하고, 데이터 컨설팅 및 마케팅, 지식재산권 확보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유망한 파트너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육성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패션 시장에서 이스트엔드가 택한 무기는 ‘희소성’이다. 대량 생산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대신, 충성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확실한 매출을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스트엔드 미래 성장의 관건은 브랜드 컨셉이 확실히 담긴 제품을 생산하고, 확보한 고객층을 ‘유지’하는 데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