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애그테크 업계’ 투자 유치 급감, 고금리·고물가에 지속 성장성 ‘빨간불’

1분기 애그테크 스타트업들 ‘19억 달러’ 투자 유치, 직전 분기 대비 39% 감소 국내도 다르지 않아, 애그테크 유니콘 ‘그린랩스’, 사실상 파산 후 재창업 수순 고물가 시대, ‘생산 비용’ 혁신적으로 떨어져야 지속 성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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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과 첨단기술을 융합한 애그테크(AgTech) 분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애그테크 기업 ‘그린랩스’가 경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 속 경기 둔화 우려가 대두되면서 향후에도 애그테크 투자 유치가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 유치도,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은 글로벌 애그테크’

지난 4일 벤처 투자 정보기업 피치북(Pitchbook)이 공개한 ‘애그테크 보고서(Agtech Report)’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애그테크 기업들은 대다수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은 총 172건의 거래를 통해 19억 달러의 벤처 자금을 조달했다. 직전 분기 대비 39% 감소한 수준이다.

투자 전 기업 가치(Pre-Money Valuation) 평가액은 지난해 대비 약 19.8% 상승해 중앙값 1,6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피치북 관계자는 “이러한 증가는 시장 변동성과 더불어, 해당 기간 거래 수의 상당한 감소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올 1분기 엑시트(기업공개·인수합병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성과를 거두는 과정)도 고작 14건(5억 달러) 이뤄지며 저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업공개가 쉽지 않은 IPO 시장과 더불어,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희박해진 인수합병 여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실내 농업 분야가 다섯 개의 회사가 운영을 중단하거나 파산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 이후 분기별 글로벌 VC 애그테크 투자유치현황/자료=피치북

국내 시장 상황도 예외 아니야

국내 애그테크 업계도 투자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업계의 기대를 온몸에 받던 ‘그린랩스(GreenLabs)’도 지난 2월 경영난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뒤 결국 최대 주주 및 경영진 교체, 사업구조 재편 등의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린랩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 사업전략과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의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대표 애그테크 기업이다. 지난 2017년 법인 설립 이후 국내 최초로 농업 분야 기업 가치 1조원을 돌파했지만, 자본 시장 위축, 공격적인 인재 영입, 유통업계로의 사업 확장 시도 등으로 자금난에 빠지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그린랩스가 무너진 원인 역시 투자시장 침체가 주효했다. 농산물 도매 유통 시장에 진출한 그린랩스는 어음을 통해 농민들과 거래를 해왔으나,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후 그린랩스는 외상 매출을 담보로 운전자금을 마련하지 못하게 됐고, 그로 인해 사내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버리며 자금난에 빠지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그린랩스가 바이어들로부터 받지 못한 외상 매출 금액만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랩스 대표 서비스 ‘팜모닝’/사진=그린랩스

기술 개발에 따른 생산 비용 하락 두드러져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급증함에 따라 식량부족 현상이 가속될 거라 내다보고 있다. 인구 증가에 따라 곡물 생산량은 지금보다 70% 이상 더 늘어야 하지만, 농민층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스마트팜(수직농장),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드론, 그린바이오 등의 애그테크가 한때 투자 열풍을 주도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 비용의 절감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애그테크 성장률 전망은 농업용 드론 서비스 시장이 22.2%~23.0%, 자율주행 농기계 시장 6.3%, 스마트팜 9.0%, 그린바이오 부문 7.1%으로 글로벌 흐름과 비슷하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기술 발전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설치비 및 운영비 부담 등의 한계를 극복하는 등 생산 비용 절감이 필수적일 때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이 고착화된 지금, 애그테크 분야의 기술 혁신 효과가 절감된 현상도 어두운 전망의 배경이다.

일례로 농업 및 식품 연구 저널 ‘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Research’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배양육 생산 비용은 킬로그램당 약 63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돼지고기와 쇠고기 도매가격이 킬로그램당 4~6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비싼 셈이다. 배양육 생산을 위해선 송아지 혈청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혈청 비용 역시 급격히 상승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