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없어 가족 명의로 대출받던 ‘유튜버’, 보증 지원길 열렸다

기술보증기금 ‘크리에이터 우대보증’ 상품 시행, 유튜버 등에 맞춤 금융 지원 AI 기반 평가 모델로 콘텐츠 조회수·구독자·충성도 등 확인, ‘크리에이터 등급’ 산출 콘텐츠 시장까지 범위 넓힌 기보 우대보증, ‘K-콘텐츠’ 시장 발전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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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업의 수익을 인정받지 못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유튜버들을 위한 보증 상품이 나왔다. 기술보증기금(이하 기보)은 창작물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해 우수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터 우대보증’ 상품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크리에이터 우대보증은 크리에이터 역량과 제작 콘텐츠 전반에 걸친 기술평가를 통해 은행 대출에 필요한 보증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세청에 관련 업종을 등록해 사업을 영위하는 일정 규모 이상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기술 이외 영역으로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던 기보의 우대보증이 ‘콘텐츠’ 영역까지 뻗어나간 것이다.

은행서 ‘무직자’ 취급받던 크리에이터, 대출길 열린다

콘텐츠 제작을 전업으로 삼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일반 개인사업자나 법인 대비 은행권 대출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유튜브 등 콘텐츠 사업을 통해서는 수입 증빙이나 신용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크리에이터들은 은행 창구에서 대부분 ‘무직자’로 취급되어 본인 명의 대신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이자율이 높은 프리랜서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기보는 1인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고속 성장에 따른 크리에이터 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금융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 ‘인공지능(AI) 기반 크리에이터 벤처 평가모형’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평가모형은 부가 사업화 잠재력이 높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차후 우대보증 지원을 원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실제 평가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초로 시행될 크리에이터 우대보증은 크리에이터 사업자의 창업 주기에 따라 최대 0.4%포인트 보증료 감면, 보증 비율 최대 95%까지 상향(현행 85%)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해외 시청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인 경우에는 수출 콘텐츠 사업자로 분류해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기보는 우대보증을 통해 우수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고,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은 “크리에이터 관련 신산업이 광폭 성장을 거듭했으나,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기보는 이번 상품 출시를 계기로 우수 크리에이터의 발굴·성장을 적극 지원해 청년창업 활성화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AI 기반 크리에이터 벤처 평가모형이란?

기보는 크리에이터 우대보증 시행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초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술금융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써왔다. 해당 모델에는 자체 기술평가 시스템인 ‘KTRS(Kibo Technology Rating System)’ 모형이 활용됐다. KTRS는 3개년 매출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신용 가치를 선정해 주는 시스템으로, 재무 위주의 신용평가 모형에서 벗어나 △기술성 △사업성 △시장성 등을 기준으로 무형의 기술, 지식을 평가 및 등급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보는 이를 응용해 콘텐츠 영상의 링크를 입력하면 크리에이터의 가치를 자동으로 평가해 주는 평가 모델을 구현하기로 했다. AI가 기존의 ‘성공한 콘텐츠’ 패턴을 학습하고, 여기에 전문가 평가를 종합해 크리에이터의 최종 등급을 산출하는 식이다. 크리에이터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조회수를 비롯해 콘텐츠 수, 구독자 수, 시청자 충성도 등이 꼽힌다.

기보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크리에이터인 ‘유튜버’를 시작으로 차후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숏폼(짧은 영상) 크리에이터까지 평가할 수 있도록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기보의 새로운 평가 모델 개발에 대해 멀티채널 네트워크(MCN) 업계에서는 “크리에이터가 기술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이 나온다.

기술 넘어 ‘콘텐츠’까지 뻗어나가는 우대보증

기보의 우대보증은 담보 능력이 취약한 ‘기술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성을 평가한 뒤 보증을 지원해 주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술 중소기업은 물론, 이외 영역까지 조금씩 지원 범위를 넓혀가는 추세다. 실제 지난 4월 기보는 IBK기업은행과 ‘미래혁신산업 영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금융 부담 완화를 위한 장기·저리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을 통해 기보는 기업은행 특별출연금 175억 원을 재원으로 총 3,500억원 규모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우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정부 국정과제와 연관된 △미래혁신산업 육성 △창업생태계 조성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속 가능 성장(ESG) 분야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다.

지난 10일에는 농협은행과 ‘복합 경제위기 극복 및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1,711억원 규모의 우대보증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보는 농협은행의 특별출연금 30억원을 재원으로 600억원 규모의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보증료 지원금 10억원을 재원으로 1,111억원 규모의 보증료 지원 협약보증을 각각 지원한다. 지원 대상 기업은 △혁신 선도형 산업 영위 취약 중소기업 △초격차 미래전략산업 등 신성장산업 육성 분야 △기술창업기업 등 창업생태계 조성 분야 △수출중소기업 등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분야 △기후·환경산업 등 지속가능성장(ESG) 분야의 기술 중소기업이다.

고금리 등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금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크리에이터 등 1인 미디어 산업을 비롯한 ‘콘텐츠 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보의 크리에이터 우대보증은 점차 영향력을 키워가는 크리에이터들이 직업인으로써 인정받고, 양질의 콘텐츠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