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제도 국무회의 통과, 이제 시행만 남았다

길고 길었던 논쟁의 중심 ‘복수의결권’, 11월 본격 시행 복수의결권의 긍정적 파급효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있어 일각에서는 여전히 복수의결권 실질적 효과 두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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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5월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시행안 및 시행규칙의 논의를 거쳐 11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시행안·시행규칙에는 어느 금액 이상을 투자받을 때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는지와 같은 해당 법률안의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담을 예정이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복수의결권 도입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벤처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려 2년 6개월간 진행됐던 복수의결권 논의, 이제 마무리된다

지난 9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법률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오는 11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는 11월까지 복수의결권 발행요건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 등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부에 따르면 시행령에는 복수의결권 발행 세부요건 등이 담길 예정이다. 개정 법안은 최대주주의 지위를 벗어나거나 창업자의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복수의결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구체적인 투자금액 요건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시행안에는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벤처기업의 중기부 신고 세부사항, 과태료 부과 기준, 직권조사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개정 법안은 복수의결권이 편법으로 승계되지 않도록 창업주의 이사직 상실, 상속·양도, 공시대상기업집단 편입 시에는 즉시, 상장 시에는 3년 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한다.

시행령은 법률의 시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각 중앙행정기관에서 시행령안을 마련한다. 시행규칙은 법률과 시행령의 시행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을 뜻하며 법률은 추상적인 상위 개념에 해당한다. 이때 현실 사정 변화에 맞춰 즉각적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어려운 만큼, 통상적으로 법률이 공포될 시 법률과 연계되어 있는 시행령, 시행규칙을 변경하게 된다.

일례로 코로나19 유행 첫해였던 지난 2020년, 대부분 교육 현장에서 수업 방식을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가운데, 원격수업에 대한 법적 근거 및 입법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교육부가 법률을 일부 개정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원격교육법) 시행령 제정을 통해 자연재난 및 사회재난으로 등교 수업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원격수업 시행을 법적으로 명할 수 있도록 했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파급효과

실제로 복수의결권 제도가 혁신기업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연구를 통해 혁신기업이 1주당 2개의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실질GDP, 총실질소비가 3년간 각각 0.63%(11조 7000억원), 1.23%(10조5000억원)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복수의결권 도입 시 경영권 상실을 방어할 수 있는 혁신기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실질GDP·총실질소비·총실질자본·실질설비투자 증가 등의 다양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며 “혁신기업 중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는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므로 이를 중소기업 등의 다른 혁신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수의결권 실효성 두고 갑론을박

그러나 일각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오히려 실제 벤처기업 육성 및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현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권한집중을 발생시키면서, 의결권이 희석된 기존 주주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무능력한 경영진을 ‘과보호’하며 M&A를 통한 해당 기업의 경영정상화 기회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즉 궁극적으로 벤처기업의 성장 동기를 가로막는 것은 복수의결권의 부재 때문이 아닌, 불공정거래행위 문제와 같은 공정경제 구축이 선행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복수의결권이 도입된 해외 사례를 비춰보면, 복수의결권 도입이 반드시 기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IPO를 앞둔 기업들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 업계에서는 이전 경영권 박탈 사례를 들며 이번 도입되는 복수의결권 제도가 ‘벤처기업 살리기’에 크게 일조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전 대표는 지분 문제로 인해 경영에 난항을 겪다가 대표직을 물러나야 했으며,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투자 유치를 위해 직접 일국 회사를 매각하라는 주주의 압박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기도 했다. 즉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과 혁신을 이룩해야 할 창업자들이 경영권 문제로 노심초사하며 경영철학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제도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의결권 도입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개정안이 무려 2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제정된 만큼, 이번 통과된 복수의결권 제도가 벤처 산업 역량 제고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