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규모 ‘서울비전 2030펀드’,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 ‘봄바람’ 불어넣는다

서울시 ‘미래혁신펀드’ 사업 종료, 올해부터 ‘서울비전 2030펀드’ 사업 운영 5조원 규모 재원 마련 예정, 6개 분야 특화펀드 조성으로 스타트업 집중 지원 정부 모태펀드 예산 축소된 상황에 내린 ‘단비’,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 투입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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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26년까지 4년간 총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 2030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이번 펀드는 지방자치단체 최대 규모다. 서울시는 벤처·스타트업이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창업지원 △디지털대전환 △첫걸음동행 △문화콘텐츠 △서울바이오 등 6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특화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정부 모태펀드 예산이 크게 축소된 상황에 등장한 지자체 지원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데스밸리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 지원

서울시는 4년간 3,500억원의 자체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투자 자금을 연계해 총 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운용사 선정은 5월 8일 출자 공고를 시작으로 1차 서면 심사를 거친 후 6월 말 최종 대면 심사를 통해 이뤄진다. 문화콘텐츠, 바이오, 디지털전환 등 분야별 펀드 출자 공고는 6월 중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벤처·스타트업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 보릿고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성장판으로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액은 전년 대비 43.18% 감소한 8,958억원에 그쳤으며, 펀드 결성액도 78.6% 줄었다. 시는 서울비전 2030펀드로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 자금을 수혈해 혁신기업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죽음의 계곡’은 기술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실질적인 사업화 단계에서 위기를 겪는 시기를 뜻한다.

스케일업·창업지원 펀드 필두

2030펀드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특화펀드는 총 6개이며, 8일에 출자 공고가 시작된 것은 스케일업 펀드, 창업지원 펀드 총 두 가지다. 스케일업 펀드의 투자 대상은 기존 산업을 융·복합하거나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산업 분야‘의 성장기 중소·벤처·창업기업이다. 서울시 출자금은 100억원이며, 4년간 조성 목표는 1조4,000억원이다. ‘신산업 분야’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25조 제4항의 중기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블록체인 등 총 23개 분야가 포함된다.

창업지원 펀드는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과 기술력·경험을 갖춘 재창업기업을 지원한다. 서울시 출자 규모는 40억원이며, 조성 목표는 1조원이다. 투자 대상은 서울 소재 재도약 비상장 중소·벤처·창업기업으로 △투자 직전 연도 당시 매출액, 영업이익 중 하나 이상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거나 △폐업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주요주주가 재창업 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주요주주, 등기임원 등으로 재직 중이어야 한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올 6월까지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대전환 분야 첨단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대전환펀드(1조원) △서울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민간 투자 시장에서 소외된 초기 기업들을 위한 첫걸음동행펀드(2,500억원) △바이오․의료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및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서울바이오펀드(7,500억원) △문화콘텐츠 유망 스타트업과 DMC(상암), 서울시 창업보육시설 내 문화콘텐츠 분야 입주기업에 투자하는 문화콘텐츠펀드(6,000억원) 등의 출자 공고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시 ‘미래혁신펀드’의 새로운 이름

서울시는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미래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미래혁신성장펀드는 서울시가 중소기업육성기금 등을 통해 일부 재원을 출자하고, 정부·민간 모태펀드 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이는 2030펀드와 사실상 유사한 형태다. 미래혁신성장펀드는 초기 펀드부터 시리즈 B 이상의 스케일업 펀드까지 성장 단계별 자금을 통해 벤처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미래혁신성장펀드를 통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60개 펀드 조합이 결성되었으며, 총 470개 기업에 3조4,000억원이 투자·운용됐다. 이는 당초 투자 목표였던 1조2,000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시에 따르면 투자 이후 펀드 투자 기업 470곳의 총매출액은 1조2,800억원 성장했으며, 8천236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미래혁신성장펀드 사업이 지난해부로 종료된 가운데, 서울시는 ‘2030펀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유사 지원 사업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정부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 지자체 지원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4,135억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5,200억원) 대비 20% 감소한 수준이며, 2021년(1조700억원)과 비교하면 61% 급감한 수준이다.

이처럼 모태펀드 예산 축소로 인해 자금 유동성이 크게 축소된 데다 고금리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민간 투자자들마저 섣불리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자금 부족으로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 놓인 것이다. 그런 만큼 서울시의 2030펀드는 ‘돈맥경화’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소재 스타트업에 차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마련된 자금을 ‘역량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지원 사업인 만큼 전문성을 갖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야 하며, 이들이 혁신 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유망 투자처 부족으로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요즘, 2030펀드가 혁신의 가능성을 품은 스타트업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