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출신’ 버추얼 IP 스타트업 블래스트, 20억원 규모 프리 A 투자 유치

MBC 사내벤처 1기 출신 ‘블래스트’, 24억 시드 투자 이어 20억 규모 프리 A 투자 유치 성공 IPX와의 협업,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론칭 등 콘텐츠 업계서 영향력 키워가는 중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버추얼 IP’ 시장, 기술력 기반으로 선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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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래스트

버추얼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 블래스트가 20억원 규모로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DSC인베스트먼트와 자회사 슈미트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블래스트는 지난해 2월 MBC에서 독립 분사한 버추얼 IP 스타트업으로, MBC 가상현실(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비롯해 수십 편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그래픽 감독으로 활약한 이성구 대표가 설립했다. 최근 자체 IP인 웹툰 스타일의 버추얼 K-팝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를 선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블래스트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핵심 IP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성구 블래스트 대표는 “최근 플레이브의 데뷔를 통해 블래스트의 독보적인 버추얼 기술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버추얼 기술, 콘텐츠 기획 역량을 더욱 고도화해 메타버스와 케이팝(K-POP)을 결합한 새로운 IP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전했다.

‘MBC 사내벤처 1기’ 출신 스타트업

MBC에서 ‘구가의서’, ‘W(더블유)’, ‘꼰대인턴’ 등 수십 편의 드라마 작품과 ‘너를 만났다’, ‘두니아’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리얼타임 엔진 기술을 담당해온 이성구 대표가 이끄는 블래스트는 VFX 기술과 게임 엔진의 결합, 고품질의 라이브 시연이 가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 메타버스, 아바타 등 게임엔진 기술의 활용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블래스트는 게임 엔진을 활용해 ‘블레이드 러너’ 속 조이처럼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는 AI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구글의 미디어 파이프 플랫폼을 이용한 모션 캡쳐 솔루션, 시연자 없이 스스로 대답하는 AI 캐릭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설립 두 달 만에 MBC와 IPX(前 라인프렌즈)로부터 24억원에 달하는 시드 투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MBC 사내벤처’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이미 방송 제작 현장에서 널리 우수함을 인정받은 기업 구성원들의 역량이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안겨준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블래스트는 라인프렌즈 오리지널 캐릭터부터 BT21, TRUZ, WADE 등 IPX의 다양한 글로벌 인기 캐릭터 IP를 활용해 고퀄리티 디지털 콘텐츠를 다수 제작한 바 있다. 앞으로도 블래스트는 컴퓨터 그래픽 노하우와 자체 버추얼 스튜디오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IPX와 긴밀한 협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플레이브 트위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로 자체 IP 확보

최근 블래스트의 가장 주목받는 행보는 버추얼 아이돌그룹 ‘플레이브’의 론칭이다. 플레이브는 지난 12일 첫 번째 싱글 앨범 ‘아스테룸(Asterum)’ 발매와 동시에 정식 데뷔했으며, 지난 18일 ‘MBC 쇼!음악중심’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가상 세계 ‘카엘룸’에 살던 캐릭터들이 지구의 개발자로부터 능력을 부여받아 지구와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자체적인 세계관 하에 활동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여성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와 버추얼 멤버가 소속되어 있는 ‘슈퍼카인드’ 등 대부분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실사에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으로 최대한 ‘실제 사람’ 같은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반면 ‘플레이브’는 처음부터 실사 그래픽이 아닌 매력적인 웹툰풍의 캐릭터 외형으로 팬들에게 어필한다. 블래스트는 리얼타임 그래픽의 ‘웹툰풍 아바타’를 만들기 위해 언리얼엔진 기반으로 셰이더(그래픽 하드웨어의 렌더링 효과를 계산하는 데 활용되는 소프트웨어 명령의 집합)까지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플레이브의 얼굴/표정은 유명 웹툰 작가 ‘낙디’가 디자인했으며, 데뷔 앨범에 들어있는 두 곡은 모두 플레이브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했다. 프로듀싱은 방탄소년단(BTS)과 아이유, 싸이(PSY)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히트곡을 프로듀싱한 하이브 소속 프로듀서 엘 캐피탄(EL CAPITXN)이 맡았다.

그동안 버추얼 캐릭터들이 광고나 미리 만들어진 영상 위주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플레이브는 처음부터 리얼타임 그래픽으로 개발되어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버추얼 유튜버’와 흡사한 형태인 셈이다.

버추얼 유튜버는 카메라나 특수 장비를 통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캐릭터가 등장해 방송을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을 일컫는다. 플레이브 멤버들은 실제 버추얼 유튜버가 주로 활동하는 유튜브와 트위치 등 플랫폼에서 주 2회 라이브 방송을 실시, 직접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블래스트

확립되어가는 버추얼 IP 시장

이전까지 SF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가상현실’은 2018년 개봉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흥행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VR 기기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오아시스 속에 숨겨진 엄청난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VR·AR 등 가상현실 기술은 단순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게임,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반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혁신하고, 미래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힐 정도다.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며 원격으로 협업·소통할 수 있게 해 주는 VR·AR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실감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버추얼 IP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법안 통과도 이뤄졌다. 현행 디자인보호법에서는 가상현실 속에 구현된 독창적인 창작물에 해당하는 부분만 미술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었다. 하지만 2021년 3월 화상디자인의 보호를 위한 디자인보호법 개정안이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작한 지식재산권 보호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화상은 디지털 기술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표현되는 도형·기호 등으로 기기(器機)의 조작에 이용되거나 기능이 발휘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버추얼 IP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블래스트의 플레이브와 같은 ‘버추얼 아이돌’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며 게임, 드라마, 영화 등 문화·콘텐츠계 전반에서도 버추얼 IP를 활용한 작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블래스트가 차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버추얼 시장을 선점할 경우 K-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구자’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