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료 수입 ‘역대 최고치’ 기록했다는 출연연, 투입된 3조원 예산 비하면 초라한 성적

정부출연연구기관 25곳 기술료 수입, 역대 최고치인 1,254억원 기록 매년 3조원 규모 예산 투입되지만 수입은 1,000억원 전후에서 미미하게 증가 꾸준히 이어지는 출연연 투자·운영 비효율성 비판, 근본적인 원인은 구조적 문제

160X600_GIAI_AIDSNote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25곳의 기술료 수입이 역대 최고치인 1,254억원을 기록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16일 오후 포스텍(옛 포항공대) 창업 보육 시설인 체인지업 그라운드에서 열린 기술창업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에 따르면 25개 출연연 기술료 수입은 2019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1,215억원까지 늘었고, 2022년에는 1,254억원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계약은 1,999건, 누적 창업 건수는 616건을 달성했다.

문제는 2022년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 예산이 3조 4,242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기술료 수입은 1,200억원대에 그친다는 것이다. 매년 3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다.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투입 예산 대비 수익률은 한 자릿수대에 몇 년째 머물고 있다.

과기부 “지난해 가시적 성과 많았다, ‘딥사이언스 창업’ 촉진할 것”

지난해 25개 출연연이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은 1,999건이었다. 기술료 수입은 1,25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성과의 약 66%는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연연 누적 창업 건수도 616건까지 증가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대형 기술이전 계약, 해외 진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생명연은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세포가 갖는 미성숙 문제를 해결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장관(창자) 오가노이드 원천기술을 개발, 약 60억원에 이전했다. 표준연도 저렴한 고성능 필터로 5G 통신 품질을 향상하는 기술을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올해 기술 사업화·창업 등 스케일업 R&D(연구·개발)를 위해 약 2조5,221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중 과기정통부에 기술사업화 약 3,764억원, 기술창업 약 1,183억원 등 총 4,947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연구성과 활용·실용화 및 창업 분야에 897억6,000만원, 연구산업 활성화에 922억8,200만원, 연구개발특구 육성 등 지역 과학기술 혁신에 1,835억600만원이 투입된다.

과기정통부는 시장·산업 초기 단계인 양자와 첨단바이오, 핵융합 등 ‘딥사이언스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특화 전략을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차후 연구 현장의 딥테크 창업 및 기술이전 지원에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등 대형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실속 없는 ‘역대 최고치’ 실적

‘역대 최고치 달성’. 무척 대단한 성과처럼 묘사한 표현이다. 하지만 출연연의 ‘역대 최고치’ 기술료 수입은 투입된 예산을 고려해보면 터무니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출연연은 매년 3조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 1,000억원 전후의 기술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연구·개발 역량 개선으로 국가혁신시스템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출연연은 역량 및 투자 효율성 부족으로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가혁신시스템에서 정부의 역할과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출연연의 연구 활동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및 구조 개혁 조치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의 비효율성 등 출연연의 고질적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연구 성과 및 투자의 효율성 부족이다.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은 매년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나 선진국 연구기관에 비해 연구 생산성, 기술 이전율, 논문의 피인용도 등 질적인 성과가 크게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내 대학에 비해 기술료 수입을 제외한 논문, 특허 등의 성과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잘못된 구조’가 낳은 수많은 문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국내 출연연의 구조적 문제가 지목된다. 오래전부터 국내 과학기술 분야 대학교에는 교수가 정부 기관이나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특허를 신청한 뒤 판매하는 수익 창출 구조가 존재해왔다. 출연연 투자는 이와 유사한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 대학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 프로젝트 비용 지원, 등록금 수익,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금 등 충분한 자금 지원 덕분이다. 자체적으로 투입하는 비용은 적은데, 특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손에 들어오니 수익성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정부가 직접 돈을 투입하는 출연연은 이 같은 지원금 없이 ‘맨땅’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반 없이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치가 높은 ‘혁신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출연연 대부분은 사실상 우수한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조에서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다.

사진=pexels

출연연은 과도한 예산 확보 경쟁 체제, 양적 성과 중심의 평가 등으로 인해 과제 수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성보다 당장의 예산 확보와 평가에 목매다 보니 자연히 질 높은 연구 성과 창출이 어려워지는 구조다. 이에 더해 연구인력 흐름의 정체 및 고령화로 우수한 신규 인력이 유입되지 못하고 있으며, 부문 간·연구기관 간 협력이 부족해 연구의 개방성이 높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연구 인력의 역량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고급 연구 인력’으로 분류되는 대학원생 대부분은 급변하는 유행을 따라 경쟁적으로 논문을 쓰고,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긴 시간을 들여 연구 경험을 쌓거나, 기본 역량을 향상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들은 촉박한 시간 내 결과를 내고 학위를 얻기 위해 잘 알려진 연구·접근방법을 약간 변형해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학위를 따낸 인재는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도와 응용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초 훈련이 부족한 인재가 증가하게 되면 이들이 몸담은 출연연에서도 질 좋은 연구 성과가 나오기 어려워진다. 결국 출연연 고유의 구조적 문제에 인재 역량 부족 문제가 겹치며 지금처럼 투자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출연연의 특허가 실제로 민간 기업 제품·서비스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대부분의 기술료 수입은 일회성이며, 기술 이전 역시 기업 상황에 맞춰 기존 프로젝트를 변형하는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출연연의 성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 이전을 얼마나 했는지가 아니라 공공기술이 기업에 이전된 이후 실제로 매출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경상기술료(매출 기반 약정기술료)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상기술료는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예산 규모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기술료 수입이 출연연의 성과를 평가할 잣대의 전부인 셈이다. 출연연이 전문성이 부족한 연구와 기술 이전을 반복하며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차후 보다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출연연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