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회사는 간판이 아니라 내실이다” 간판론 ② 스타트업

시리즈 F까지 간 컬리, 시리즈 E까지 간 왓챠, 메쉬코리아 모두 위기 성장이 아닌 생존의 시대, 핵심 지표에 집중해야 매출 부족뿐 아니라 매출 과다도 위험, 적절한 인사관리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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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 간판은 뭘까? 바로 외부 투자금을 많이 받았다며 회사 가치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공식은 꽤 잘 통했다. 투자가 더 많은 투자를 불러 모으며 실제로 투자금만 한 가치가 있는 양 착시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면서 벤처캐피탈 업계는 승승장구했다. 많은 스타트업이 많은 투자를 받아왔고, 일부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며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시리즈 D 정도를 넘어가면 이제 인정받았다며 축배를 올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작금에 이르러 시리즈 F까지 간 컬리, 시리즈 E까지 간 왓챠, 메쉬코리아 모두 위기에 빠졌거나 운영 부실로 매각된 상황이다.

좋은 시절이 끝나고 이제 시장은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스타트업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투자 위축 속에서 스타트업은 밸류에이션을 적정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와 마주했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수익성 확보다. 과거에는 고평가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성장성’에 집중해 현금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성장보다 ‘생존’이 더 중요해졌다. 

이미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성장한 대형 비상장사들도 수익성, 임상 결과 등을 검증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만큼 다시 좋은 시절로 돌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잉 유동성은 필연적으로 버블로 이어졌고, ‘성장’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보수적인 밸류에이션으로의 움직임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무분별한 확장의 위험성

VC는 스타트업이 자금을 확보한 후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에 투자하도록 권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략은 과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과도한 확장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핵심 비즈니스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스타트업이 핵심 제품과 무관한 비즈니스에 투자하거나 수익 창출이 어려운 외형 성장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벤처기업으로서 다른 기업이 아직 개척하지 않은 새로운 영역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얻은 교훈이 다음 시도를 위한 자산이 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된다. 핵심 비즈니스를 넘어서는 확장은 경영진과 핵심 인력의 역량을 소진시키고 자금을 더 빨리 고갈시키며 핵심 비즈니스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를 들 수 있다. 위워크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연 확장에 소모했다. 여성 사무공간 제공업체 The Wing, 사무실 관리 스타트업 Made by Q. 등 사무실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인공파도 제작 기기 제조업체 Wavegarden,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Conductor 등 관련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 및 인수하는 데 자금을 사용했다. 핵심 서비스와 무관한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회사 자원이 분산되고 비용이 증가하며 실적이 악화되었다. 대규모 투자 자금도 단기간에 소진됐다.

이러한 실수를 피하려면 스타트업은 철저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자금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고 기존의 역량과 강점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무리한 확장을 피하고 핵심 비즈니스에 충실할수록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내실을 챙길 수 있다.

허영 지표(Vanity metric) vs. 핵심 지표(Key metric)

경영계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의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즉, 비즈니스를 개선하려면 측정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은 다음 투자를 유치하고 기존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외형적 지표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긍정적인 지표를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분식회계까지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지표에 마사지를 한다. 사용자 수, 페이지 뷰, 세션 시간과 같은 허영 지표는 쉽게 달성할 수 있지만 반드시 수익성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누적 유료 구독자 수를 강조한다면, 재결제율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총 유료 구독자 수도 중요하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구독자가 재결제를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지표를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 궤적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구독자 수가 증가했다면 동시에 홍보에 지출한 금액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높은 구독자 수는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럴싸한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이 홍보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했는지 고려해본다면 실체가 금세 드러난다.

스타트업은 비즈니스의 본질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 투자자들을 위해 마사지한 지표에 스스로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은 모든 사업부의 데이터와 재무 정보를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볼 수 있다. CEO와 CFO는 한정된 시간을 단순히 현황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 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성과가 향상된다.

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현금 흐름과 같은 수익성 지표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제 잠재적인 막대한 수익성이 아니라 당장의 실제적이고 확실한 수익성이 스타트업과 VC 모두에게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됐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은 핵심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핵심 지표 달성하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도 자본의 효율적인 배치를 방해한다.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타트업은 단기적인 외형 성장보다 핵심 지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달성해야 하는 지표는 비즈니스 규모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통합 관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는 스타트업이 각 사업의 세부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구를 의미한다. 통합 경영 지원 시스템의 목표는 경영진이 세운 전략이 실무 부서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어렵게 확보한 자금이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효과적인 투자 집행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회사를 망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너무 빨리, 너무 크게 성장하는 것이다. 기업이 매출 부족으로 폐업했다는 이야기는 금방 납득이 된다. 실제로는 매출 과다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규모 회사가 급격한 성장을 경험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가하고 직원을 추가로 고용한 후 예상치 못한 문제로 인해 결국 폐업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직원 수와 급여 및 복리후생과 같은 고정 비용도 증가한다. 이러한 비용을 수익이 따라가지 못하면 회사는 금방 적자에 빠질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너무 자주 발생하는 시나리오다. 반면에 일시적인 사업 호황을 누린 후 직원을 해고했다가 성장 동력이 사라지면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할 때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너무 많은 직원을 너무 빨리 채용하면 지속 불가능한 사업 모델로 이어질 수 있고, 너무 성급하게 직원을 해고하면 소중한 인재를 잃고 기업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적이고 급격한 성장과 그로 인한 인사 실패로 최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토스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은행과 증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 토스가 동료 평가와 이로 인한 직원들의 대량 퇴사를 둘러싼 홍역을 앓고 있다. 2013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적절한 기준 없이 직원들의 퇴사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에는 개발팀 직원 45명 중 6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면서 권고사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직원들은 회사 측의 요구로 사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대로 된 기준 없이 권고사직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는 토스를 상대로 한 부당 해고 구제 신청 등도 제기된 상태다.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토스 직원들에 따르면, 토스에는 개인의 성과를 측정하는 인사 평가 시스템이 없으며, 대신 정성적인 동료 평가에 의존하고 있다. 직원들은 이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으며 퇴직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 기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토스는 국내외 투자 시장 환경 악화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조 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추진한 토스는 당초 계획에 못 미치는 7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이르면 올해로 예정했던 상장 일정도 2~3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토스의 2022년 누적 영업손실은 총 16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4% 증가했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

기업은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수익을 늘리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채용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실은 비즈니스가 호황일 때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경기가 침체되면 해고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는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원을 채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건강한 사람이 뼈를 늘리는 수술을 하거나 팔다리를 자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결정이다.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흥미진진한 과업이지만 그만큼 어렵다. 이미 ‘선택과 집중’의 시대가 시작된 지 오래다. 선택받은 소수의 기업만이 유니콘이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2021년 벤처투자는 2020년 대비 92%나 증가했지만 정작 투자받은 기업 수는 2020년보다 늘지 않았다. 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VC 펀드 수는 2,500개에서 1,500개 이하로 크게 줄었다. 혹독한 글로벌 경제 환경으로 인해 검증된 펀드만 살아남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점점 소수의 기업으로 집중되는 기조가 뚜렷하다.

유니콘이 되더라도, 혹은 소수의 선택을 받았더라도 이제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더 화려한 왕관을 구할 것이 아니라 목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업계는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투자 및 성장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평가하면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초점이 성장에서 수익성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스타트업은 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확장을 피하고 비즈니스의 본질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