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으로 늘어난 모태펀드 문화계정, VC들 몰리며 경쟁 치열할 듯

예년보다 늘어난 예산에 VC들 관심 쏠리지만, 규정 강화되면서 매칭 출자자 확보 어려울 듯 문화계정 내 일부 규정 강화 등으로 인해 “건전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 미칠 것”으로 보여 반면 다소 복잡한 규정에, 건전한 시장 문화 발달에 오히려 방해된다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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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가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의 문화계정 위탁운용사(GP)를 모집함에 따라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자금이 과거와 달리 크게 늘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번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47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641억원과 2020년과 1,460억원과 비교해 각각 734억원,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한편 예산 규모가 늘고 구성이 다양해졌지만, 이번 출자사업에서 영화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이 강화되면서 VC들의 매칭 출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모태펀드 계정 변화 추이

이번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475억원으로 과거보다 껑충 뛰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1차 정시 출자사업 예산인 1,835억원보다 640억원가량 더 많고, ‘21년 1,540억원, ‘22년 1,741억원에 비해 전년 대비 약 30% 이상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1차 정시 출자사업에 모든 예산을 배정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문화계정 출자 사업을 1차와 2차로 나눠 진행한 것과는 다르다. 이에 따라 1차 정시 출자사업 문화계정 예산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소관 계정 예산을 초과하게 됐지만, 연간 출자 예산으로 따지면 중기부 소관 계정 규모가 더 크다.

올해 출자 방향성 또한 더욱 세분화됐다. 지난해 출자는 제작초기 및 소외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콘텐츠 모험투자 펀드’ 확대를 조성하고, OTT 유통과 방송을 목적으로 하는 ‘드라마 펀드’를 신설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에 집중했다. 반면 올해는 ▲K-콘텐츠 IP ▲K-문화 M&A ▲K-유니콘 ▲K-밸류 ▲K-문화상생 ▲K-문화일반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육성 등 출자 분야를 7개로 나눠 해당 분야에서 15~18개 GP를 선발할 계획이다.

매칭 출자자’ 확보 위한 VC간 경쟁 치열할 것으로 보여

늘어난 규모와 세분화된 분야에 VC 업계의 관심은 커졌지만 진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자사업 가운데 특히 영화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이 결성목표액의 20% 이내로 제한되면서 자금력을 갖춘 영화 투자배급사를 매칭 출자자로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칭 출자자는 출자 과정에서 메인 출자자에게 매칭용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최근 대부분의 주요 투자기관이 메인 출자자(앵커 LP)가 되기보다 펀드를 결성 중인 운용사에 매칭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영화 분야의 경우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 자금력을 갖춘 영화 투자배급사가 매칭 출자자에 해당하는데, 업계에선 앞서 언급한 관련 투자 제한이 강화되면서 이들을 매칭 출자자로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분야의 투자 제한 강화에도 VC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정 출자를 검토 중인 한 VC 관계자는 “중기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축소하며 중기부계정이 줄어든 가운데,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문화계정에 많은 VC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특히 K-문화 M&A 분야는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관심이 없던 VC나 일반 PE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계정 일부 규정 강화 사항의 긍정적 효과

한편 이번 규정 강화 사항에 따라 영화·드라마 등 문화산업계의 고용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영화·드라마 산업 스태프들은 지난해 팬데믹의 여파로 국내 영화 시장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넷플릭스 등의 OTT가 제작하는 ‘K-드라마’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그러나 OTT 드라마로 투입된 인력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계약되며 현장의 노동 실태가 척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의 문화산업계에는 스태프들이 영화 제작사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드라마 계약에는 이들을 프리랜서로 대우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 관행을 악용한 영화제작사들이 OTT 드라마를 제작할 때조차 스태프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번 규정 강화 사항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차 정시 출자사업 계획 변경공고’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화계정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의무로 ‘프로젝트 투자 시 몇 가지 준수해야 할 의무 사항’이 포함됐다. 특히 자조합 메인투자 시 ‘영화·드라마 스텝의 인건비 별도 계정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공공기관이 수립한 표준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기존 OTT 제작사들의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벌였던 ‘꼼수’가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엄격한 규정 탓에 건전한 시장 문화 발달 저해한다는 지적도

이번 출자사업이 오히려 건전한 시장 문화 발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규정들이 적용되며 한층 엄격해졌다. 특히 K-문화상생 분야는 정부가 정한 특정 장르에 속하는 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포함될 수 없는 ‘네거티브 기준’이나 소외장르 분야로 볼 수 없는 장르 등을 ‘주목적 투자대상에서 제한’하는 등의 까다로운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2006년 만들어진 모태펀드 문화계정은 한국의 콘텐츠산업 투자 및 금융지원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모태펀드가 콘텐츠산업의 애로사항을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문화계정의 재원 확충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 덕분에 본래 전문 분야가 아닌 일반 PE와 VC들마저 출자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더욱 철저한 대상자 선정과 공정한 심사가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