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티크 상품 직접 유통하는 명품 플랫폼 ‘구하다’, 8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

유럽 현지 부티크와의 직계약·API 연동으로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확보 중간 유통 과정 생략, 저렴한 가격으로 결품 없이 정확한 상품 제공 가능해 이커머스부터 버티컬 플랫폼까지 뛰어든 온라인 명품 시장, 차후 향방에 주목

160X600_GIAI_AIDSNote
사진=구하다

명품 유통 플랫폼 ‘구하다’가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투자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우리은행, 디티앤인베스트먼트(DTNI), 비엠벤처스 등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 이후 구하다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총 135억원이다.

2019년 설립된 구하다는 유럽 현지 부티크와 국내 대기업 종합 쇼핑몰 및 명품·패션 버티컬 커머스를 잇는 허브 플랫폼이다. 양방향 데이터 연동이 가능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 현지 부티크-구하다-국내 대형 패션몰’을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까지 50곳 이상의 유럽 현지 부티크와 API 데이터 연동 직계약을 맺었으며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한스타일 △W컨셉 등 14개 국내 이커머스 기업과 B2B2C 형태의 명품 데이터 실시간 연동 계약을 체결했다.

윤재섭 구하다 대표는 “거래액 증대에 대한 과열 경쟁이 이어졌던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B2B 에이전시 역할과 B2B2C 데이터 연동 모델에 집중해 지난해 15% 수준의 매출 총이익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투자유치는 수익 창출이 가능한 명품 유통 비즈니스 모델로서 검증을 받은 것”이라며 “올해는 더욱 향상된 기술력과 부티크 영업력을 기반으로 운영 효율화에 집중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렴한 가격에 명품 공급, ‘결품’ 문제까지 해결

명품 직구 플랫폼 ‘구하다'(GUHADA)는 유럽에서 주로 생산되는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구하다가 서비스 운영 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결품 사고의 최소화’다. ‘결품’이란 소비자가 결제를 마친 뒤 재고 물량이 떨어져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상황을 뜻한다. 대부분의 결품 사고는 최상위 총판업체(1차 벤더)인 현지 ‘부티크’의 재고 현황이 국내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사이에 변동되며 발생한다.

결품은 해외 직구를 기반으로 하는 명품 커머스 업체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고객 이탈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명품 시장에서 특히 결품 문제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매치스패션’, ‘파페치’ 등 해외 부티크 온라인 유통 채널의 외부 링크를 특성 시간 단위로 확인하며 재고 상황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구하다는 현지 부티크들과 1대1 계약을 체결하고 API 연동 기술을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고유 빅데이터 분석 엔진인 ‘왓처엔진’을 활용해 현지 부티크 정보와 구하다 자체 시스템을 연동, 재고 상황 등 디지털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국내 개인 소비자들은 API 연동 기술을 통해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확인하고 결품 걱정 없이 부티크 창고에 있는 20만 종 이상의 신상 명품을 주문할 수 있다. 중도 품절로 인한 일방적인 주문 취소 비율(결품률)은 평균 5%대까지 낮아졌다.

현재 구하다가 직계약을 맺은 부티크 수는 80개 사 이상이며 이 중 API 시스템이 양방향으로 연동된 회사는 50개가 넘는다. 구하다는 API 연동으로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프리오더 권한 등을 확보하고 온라인 명품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더해 GS샵, 롯데온 등 대기업 쇼핑몰부터 머스트잇과 같은 명품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특정 카테고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명품 디지털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구하다는 차별화된 전략과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구하다의 지난해 기업 간 명품 판매 서비스(B2B)와 양방향 데이터 연동을 통한 B2B2C 부문의 합계 매출액은 8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9억원 대비 107%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111억원으로 전년 71억원에서 56% 성장했다.

사진=구하다

가격 경쟁력 확보 비결은 ‘API 연동’

구하다는 부티크 1대1 직계약과 API 연동을 통해 부티크의 체화재고를 해결하며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체화재고란 생산자, 판매자 또는 수입업자들의 잉여물품 또는 재고품을 일컫는다. 구하다는 인기 상품뿐만 아니라 부티크가 보유한 다양한 재고가 노출된다는 API의 특징을 살려, 기존 B2B 업체가 사입하지 않는 재고품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애물단지’로 꼽히는 체화재고 문제를 해결해 부티크와의 신뢰를 쌓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힌 것이다.

부티크와의 직접 계약을 통해 에이전시, 1차, 2차 도소매상 등 중간 유통 단계가 모두 사라진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실제 구하다 사이트에서는 백화점보다 평균 30~40%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50% 이상 저렴한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

API 직계약 연동 역시 구하다 서비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부 기업은 API 연동을 위해 중간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이용한다. 이처럼 업체를 거쳐 데이터를 연동할 경우 고정가에 데이터를 구입해야 하며, 중간 마진으로 인한 부담이 가중된다는 단점이 있다.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가 어려워 결품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구하다는 무조건 직계약을 통해 API 연동을 진행했으며 데이터 퀄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크롤링이나 웹 스크래핑이 아닌 전면 직접 API 방식을 채택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전 유통 이력 정보를 관리해 가품 우려를 줄였다는 것도 특징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가 등록되면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구하다는 인보이스, 해외 운송장 번호 등 상품 관련 데이터를 주문 이력과 함께 블록체인에 업데이트해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버티컬 플랫폼부터 대기업까지, 치열한 시장 경쟁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집에서 간편하게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고객의 이목을 끈 것이다. 이에 명품 버티컬 플랫폼 3강으로 꼽히는 ‘머스트잇·트렌비·발란’은 물론 신생 기업과 전통 유통 업체, 이커머스 기업 등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이커머스 기업들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온, SSG의 경우 백화점과 연동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품 인증 및 고객 관리 서비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11번가는 다음 달 초 명품 전문관을 오픈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명품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만큼 가품 보상과 자체 사후 서비스(AS) 등을 통해 신뢰도 제고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전언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명품 시계 전문가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명품 감정 분야를 강화하는 추세다. 1만 5,000여 개 명품 브랜드와 제휴한 캐치패션은 글로벌 명품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100% 정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편 SSG닷컴과의 협력을 통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명품 플랫폼 3사는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 손실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머스트잇은 1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으며 트렌비와 발란은 각각 330억원, 186억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활황을 맞이했던 온라인 명품 시장은 최근 엔데믹에 접어들며 재정비되는 추세다. 구하다와 같은 명품 유통 플랫폼이 점차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채택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