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카페 10만 개 시대, 점주들은 출혈 경쟁·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휘청’

카페 ’10만 개’ 시대, 타 외식업종 대비 창업 부담 비교적 적고 노동 강도 낮아 인기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중심으로 불거진 경쟁 과열, 하루에 카페 6개 문 닫는다 수익 쪼개먹기에 인건비 상승으로 고정 지출까지 증가, ‘적자나 안 나면 다행’ 한숨 깊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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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커피

‘카페’는 적은 창업 비용과 낮은 기술 장벽으로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인기를 끈 창업 아이템이다. 최근 카페 창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어느덧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가 10만 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갈수록 치솟는 인건비와 원재료 상승, 출혈 경쟁 등으로 인한 카페 점주의 한숨도 깊어지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는 전년 말보다 17.4% 증가한 99,000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커피·음료점은 2018년 말 49,000개에서 2019년 말 59,000, 2020년 말 7만 개, 2021년 말 84,000개까지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 및 인건비, 유통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시장이 과열되며 폐업을 결정하는 점포도 크게 늘었다.

‘카페 창업’ 급증한 이유는?

거리를 거닐다 보면 한 골목에 4~5개의 카페가 나란히 자리한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브랜드 카페 및 메가커피·빽다방·이디야 등 중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골목마다 서너 개 위치해 있고, 그 사이 개인 카페가 가세하는 식이다. 이처럼 카페 프랜차이즈 창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 시장 전반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살펴보면 카페 관련 브랜드는 804개에 달한다. 전체 외식 브랜드 6,530개 중 12.3%가 커피 관련 브랜드인 셈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전국에 1,600여 개가 분포해 있으며, 대형 커피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 매장이 1,400여 개, 엔제리너스 매장은 400여 개, 카페베네 매장은 230여 개에 달한다.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예비 사장님’이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창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 창업을 시작하면 본사에서 식자재 공급, 음료 레시피 교육, 마케팅, 매장 운영에 관한 지원 등 대부분을 관리해준다. 심지어 본사에서 봐 두었던 상권이나 추천 상권을 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점주는 큰 지식 없이도 ‘본사에서 교육받은 대로’만 하면 문제없이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경험과 커피 관련 지식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도 부담 없이 카페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사진=스타벅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스타벅스 등 고급 커피 전문점보다 훨씬 장벽이 낮다. 테이크아웃 판매에 중점을 두는 저가 커피전문점은 33㎡ 규모 소형 매장에서도 영업이 가능하며, 창업 시 소요되는 자본금도 통상 1억원 안팎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점포의 경우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내야 하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 타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비해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임차료 부담도 훨씬 적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으면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한 테이크아웃 수요를 반영해 점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창업 예정자들이 카페 창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근무 환경이 비교적 깨끗하고 쾌적하며, 노동 강도가 낮다는 점이다. 비교적 노동 강도가 높은 외식업종에 대한 예비 창업자의 선호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한때 ‘창업 붐’을 일으켰던 치킨집은 물론 한정식, 고급 일식집, 고깃집 등 큰 노동력을 요하는 업종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년~1974년생)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며, ‘손쉬운’ 창업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타 요식업 창업에 비해 가장 노동 강도가 낮고,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카페 창업에 창업자가 몰리기 시작한 또 다른 배경이다.

과열된 시장 경쟁, 추락하는 수익성

대형 프랜차이즈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저가 브랜드 커피 점포 및 개인 카페가 급증하면서 시장 경쟁은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됐다. 편의점의 경우 100m 거리를 두고 담배 판매권을 가져가기 때문에 과잉 경쟁을 방지할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 직영점 및 개인 카페는 출점 제한이 사실상 없어 출혈 경쟁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일각에서는 “(카페) 한 집이 생기면 두 집이 망한다”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온다. 실제 작년 한 해 동안 서울시에서 폐업한 카페는 총 2,187곳에 달한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하루에만 6곳의 카페가 문을 닫은 셈이다.

업계를 평정한 스타벅스, 케이크 등으로 충성 고객 수요를 확보한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고급 커피 전문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경쟁하며 선두를 달리던 할리스는 2021년 매출이 55억에 그쳤다. 스타벅스 매출이 2조 3,856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적지근한 성장세다. 탐앤탐스는 51억원, 커피빈은 88억원의 영업 적자를 각각 기록하며 생존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메가커피

메가커피 등 저가 프랜차이즈의 경우, 오히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편이었다. 메가커피 본사는 2021년에 매출액 878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8.0%에 달했다. 타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더리터 18.7%, 이디야 7.8%, 매머드커피 3.1%)과 비교해보면 압도적인 수준이다. 점포가 증가하면서 본사의 총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전체 커피 수요가 고정된 상태에서 판매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경우 점주의 월평균 수익은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상권 쪼개먹기’ 끝에 지친 점주가 먼저 문을 닫는 일종의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커피 업계에 벌어진 ‘초가성비 전쟁’도 문제로 지목된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을 1,500원에서 900원까지 낮춘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가 등장하는가 하면, 1,300원대 편의점 원두커피, 2,000~3,000원대 편의점 즉석음료(RTD)까지 등장했다. 원두 등 원재료 값이 상승하는 가운데, 이 같은 출혈 경쟁은 소규모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1년 단위로 대량 원두를 선구매해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개인 카페는 원두 도소매 유통업체에 소량으로 발주를 넣기 때문에 출혈 경쟁 속 탈출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이 나오지 않아 가게 문을 닫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용 상승 ‘직격타’

인건비 상승 역시 카페 점주들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9,160원으로 최근 5년 동안 41.6% 뛰었다. 올해 최저금 인상으로 주 40시간 근로자의 월급 하한은 200만 원(주휴수당 포함 201만 580원)을 처음 넘기게 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가뜩이나 생존이 버거운 상황에, 인건비까지 상승하며 고정 비용 부담이 대폭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6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매출의 3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4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열된 경쟁과 고정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카페 창업 시장에는 ‘수익은커녕 적자만 나지 않아도 다행’인 기형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출혈 경쟁 속 눈물짓는 소상공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차후 담배 판매 소매인 지정거리 제한과 같은 제도적인 개입을 통해 시장 환경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