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힘 실어주는 중기부 “글로벌 펀드 8조로 증설, 실무진 중동 파견”

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계획 시동 글로벌 펀드 6조9,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증액 미국·중국 등 비대칭적 의존 벗어나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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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ES 2023 전시회에 방문한 이영 장관/사진=중소기업벤처부

국내 중소벤처기업부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중동 펀드 조성을 위한 실무진 파견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정부가 2020년 11월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계획’의 일환이다. 지난해 9월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체결한 2억 2,000만 달러(약 2,748억원)의 공동펀드가 포함된 글로벌 펀드를 지난해 6조9,000억원에서 올해 8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중동과 유럽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펀드가 확대되면 펀드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는 8조원 이상의 자금 조달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으로, 이번 조치는 국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벤처투자심리 약화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펀드 8조는 시간 문제

작년 11월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의 발표가 있었다. 전달 27일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 조처의 하나로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뒷받침하는 ‘글로벌펀드’ 규모를 8조원으로 키우기로 했다는 것과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한 발표였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지속 등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벤처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대응이라는 해석이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펀드 결성을 위해 이달 실무단이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방문하고, 조금 더 협의한 뒤 이른 시일 안에 결성할 것”이라며 “중동 투자가 추가되면 플러스알파(+α)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8조원 이상을 조성하는 건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게 중기부의 설명이다.

벌써 작년에 한국 잠재력 확인한 중동 펀드들

작년 9월에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2개 사가 서울투자청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다. 방한 일정 동안 서울 지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유치를 검토하고, 양 지역의 스타트업 성장과 네트워킹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상황과 러-우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전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전 세계 주요 연기금 및 국부펀드(SOI) 중 러시아 자산에 익스포저(위험 노출)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중동 지역 기관들이다. 주요 산유 지역인 중동의 기관들은 러시아와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전통 자산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투자한다.

중동 기관들, 특히 국부펀드는 가즈프롬(Gazprom), 로스네프트(Rosneft), 루크오일(LUKoil) 등 러시아 주요 대기업의 러시아 국채와 주식에 대거 투자했다. 그러나 러-우 전쟁 등, 거시경제 요소로 인해 주가가 평균 63% 하락하며 한국과 같이 보다 안정적이고 잠재적인 투자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자본을 늘리고 한국과 같은 신흥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이다. 전통적인 자산을 넘어 한국 게임산업 등 다양한 투자 옵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Public Investment Fund)가 지난해 2월 국내 게임사 넥슨의 지분 1.01%를 인수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현재 6,000억 달러 안팎으로 세계 6위 규모인 사우디 국부펀드는 2030년까지 자본금을 2조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고유가로 불어난 중동의 석유자본이 한국 증시에 빠르게 유입된 탓에 증시가 활황이었던 적이 있다. 2004년까지 사실상 한국에 무관심했던 중동 석유자본이 2005년 5,600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3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중동을 대상으로 플랜트 사업을 하던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의 플랜트 관련주들이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FTSE 기준에 따라 한국 시장을 평가하면 매년 3~4조원의 석유자본이 한국 증시에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위험자산을 찾는 경향이 높은 석유자본은 주식시장 편입 비중이 45% 이상으로 높고, 장기투자 성향이 강하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고수익률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자금공급원 다각화… 중동·유럽으로 네트워크 확장 추진

우리나라는 건강한 투자 생태계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미국, 중국 등 기존에 익숙한 자본을 넘어 중동·유럽의 자본시장 유입을 유도하는 작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부터 첨단·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비전2030’을 수립하고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움직였다. 우리나라는 2017년부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운영하며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온 바 있다.

또한 중기부는 2019년부터 프랑스, 핀란드 등과 총 7,720억원 규모의 공동정책펀드를 조성했다. 19년도엔 박영선 전 장관이 프랑스 경제재정부장관과 스타트업 협력·교류, 스마트 제조 기반 조성, 벤처투자 정보제공 등의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KSC(코리아 스타트업센터)-스타시옹 F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연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1년도엔 유망 창업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유럽권 대기업과 해외 실증을 진행할 창업기업 20개사를 발굴했다. 그간 중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던 탓에, 국내 대표기업인 카카오의 카카오게임즈도 중국 소유라는 농담이 돌았을 정도로 국내 투자 시장의 중국 의존이 심각했다. 전문가들은 석유자본이 한국 시장의 새로운 자금공급원이 된다면 대(對) 중국 협상력도 개선될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