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축소한다, 정부 “대면 진료의 보완 수단으로 활용할 것”

비대면 진료 현재보다 축소된다, 업계 입장은 “혁신에 반한다” 제도적 관리 미흡해 비판 지속됐던 비대면 진료 원산협, 업계의 자정 노력을 수행하겠다는 결의문 발표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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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비대면 진료 입법화를 추진한다. 다만, 만성질환자 등 일부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방향대로 법안이 만들어지면 비대면 진료 범위가 현재보다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비대면 진료의 장점과 이용자의 요구와는 반대로 추진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열린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도서·산간 △감염병 환자 △만성질환 중심으로 우선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태영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서기관은 “대면 진료가 기본이고 (비대면 진료가 이를) 대체하는 것은 검토 방향이 아니다”라면서 “(비대면 진료를) 보완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넘어야 할 벽

비대면 진료가 도입 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비대면 진료는 여전히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루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이 보건복지부가 ‘한시적’이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뒤 방치했으며, 이에 따라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2022년) 5월까지 총 79건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건이 적발됐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구체적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를 언급하며 해당 플랫폼이 환자 유인 등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닥터나우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무시하고 피부미용과 관련된 약물 처방을 조장해 과잉 의료의 상업화를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불법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를 참고인으로 요청해 닥터나우의 편법적 전문 의약품 광고 행위에 관해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보다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훨씬 크다”라며 “닥터나우가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지 우려스럽다. 닥터나우는 전문 의약품 광고를 하면 안 되니까 교묘하게 한 글자씩만 바꿔 광고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 업체 중 유일하게 약국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약국 선택권 보장도 하고 있지 않다”라며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전문 의약품을 광고하고 지침을 어기고 법령을 어기면 어떻게 상생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직 의사들도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오진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전문과목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비대면 진료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를 보면, 회원의 54.4%는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응답했다. ‘진료의 기본 개념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절대 안 된다’는 의견도 18%로, 부정적 인식이 72%에 달했다.

비대면 진료 시 우려되는 점(복수 응답)으로는 94%의 회원이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을 지적했다. 그 뒤로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의 출현(69%), 원격의료 관련 플랫폼의 난립(66%),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59%) 순이었다. 비대면 진료가 정착될 경우 비대면 진료 전문 의료 기관이 생겨나고, 관련 플랫폼 간의 경쟁과 불필요한 의료 수요가 증가로 인한 의료 영리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사진=닥터나우

현재 비대면 진료는 ‘한시적’ 허용 상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으며, 2020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비대면 진료는 총 540만 건이 이뤄졌다. 발기부전, 스테로이드 등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과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수입·제조 허가를 받은 의약품 처방을 제외하고는 제한 없이 진료가 가능하다. 정부 방침과 별도로 국회에 제출된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은 대부분 재진(두 번째 진료)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입법 과정에서 재진, 격오지 환자, 만성질환자로 비대면 진료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실제 사용자 이용 패턴은 만성질환자나 재진을 넘어서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 허용된 이후, 지난해 11월 기준 비대면 진료가 3,500만 건 이뤄졌다. 이 중 코로나19 진료가 2,800건, 일반 진료가 670만 건이다. 국내 최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인 닥터나우가 분석한 결과를 따르면, 가입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040 여성 이용자는 소아청소년과를 가장 많이 찾았다. 닥터나우 측은 “육아맘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지녀 진료 등 육아 도구로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관련 스타트업계 상황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보건복지부가 ‘감염병 확산 및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안그래도 한시적 허용이었던 서비스를 축소시키면서, 자칫했다가는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비대면 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행되는 임시 서비스보다 정부의 새로운 안이 후퇴한 것”이라며 “혁신 서비스가 늘고 있는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엇박자”라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논의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재 발의된 법안은 보수적으로 대상을 좁게 잡았다”면서 “여러 전문가 목소리가 담긴다면 의료 접근성을 더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비대면 진료 시행기관을 1차 의료기관으로 제한해왔던 것에서 한발 나아가 “병원급, 상급 기관도 배제하지 않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종합병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다.

한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작년 12월 열린 제2차 정기총회 자리에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에 앞서 업계의 자정 노력을 수행하겠다는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결의문에는 △광고 소재에 전문의약품 활용 중단 △이용자 개인정보보호 철저 △관계 법령 위반 제휴 기관에 단호히 대응 △비대면 전문 병원, 배달 전문 약국 제휴 제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 준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범위를 현재보다 축소하면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완 정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면 진료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어,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면 진료에서는 얻을 수 없는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작정 축소보다는 편의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 비대면 진료 기업들 역시 실제 진료의 효과가 대면 진료와 큰 차이가 없도록 서비스 고도화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