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훈풍 타고 텐센트의 ‘위닥터’ IPO 재추진, 中 테크 공룡들 기지개 켠다

텐센트 투자한 온라인 헬스케어 ‘위닥터’ 4월 미국, 홍콩 증시에 IPO 준비 블룸버그 “당국의 변화한 규제 완화 수혜, 테크 기업 활동 활발해질 것” 알리바바 마윈, 텐센트 마와텅 총수 침묵 깨고 전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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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닥터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온라인 헬스케어 스타트업 위닥터(WeDoctor)가 오는 4월 말까지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규제 완화 훈풍을 타고 그간 위축됐던 IT업계가 활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위닥터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위닥터가 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미국이나 홍콩에서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기업공개를 준비 중으로,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공개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위닥터의 현재 시장가치는 70억 달러(약 8조7,000억원)다.

위닥터는 화상 채팅을 활용한 온라인 원격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 2010년 예약 사이트로 사업을 시작해 2014년 IT 공룡인 텐센트가 약 8억달러(약 9,800억원)을 투자하면서 원격 진료와 온라인 처방 서비스로 규모를 키웠다. 중국의 디지털 의료서비스 산업 발전도 위닥터에 날개를 달아줬다. 위닥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7,200개 이상의 병원과 24만 명 이상의 의사가 위닥터 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비스 이용자 수만 2억명 이상에 달한다. 시장 분석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은 중국 온라인 헬스케어 시장이 2024년까지 연율 40%가량 늘어 2,520억 위안(약 46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부터 IPO 도전했지만 중국 정부 반발로 번번이 좌초

위닥터는 지난 2020년 기업공개를 추진했다. 하지만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좌절됐다. 지난 2021년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30억 달러(약 3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당국이 회사의 재무상태와 데이터 안보를 문제 삼으면서 계획을 철회했다. 2021년에도 다시 홍콩증시 사장을 노려봤지만 중국 당국의 문제제기에 가로막혀 상장을 미뤘다.

블룸버그는 “위닥터는 다른 중국 테크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술 침체 속에 상당한 인력을 해고했다”며 “규제 당국을 달래기 위해 운영 계획을 조정해야 했다”고 전했다. 위닥터가 개인의료정보와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축적한 만큼, 중국 당국의 규제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위닥터의 이번 상장 추진은 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며, 이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자본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중국 거대 테크 기업들, 달라진 정부 정책에 사업 재시동

중국은 지난 2년간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해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실시해 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징둥닷컴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총수들이 정부 압박에 줄줄이 사퇴했고, 계열사 상장을 포기하거나 주요 사업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 연임을 확정한 이후엔 규제 완화 훈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 정책 실패와 심각한 경기 침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다시 중국 테크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1%로,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2.2%)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고성장을 내세우며 정치적 반발을 억눌러 왔던 시진핑 주석에게는 위기 신호가 울린 셈이다.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서 테크 기업 부자들의 자산을 나눌 것을 강조하 ‘공동부유’란 슬로건도 사라졌다.

최근 들어 거대 테크 기업의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1년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가 지난달 마윈 재단 자선행사에서 축사를 하며 모습을 드러냈고, 중국 테크 기업의 총수 가운데 가장 은둔형으로 꼽히는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지난달 100여 명의 임원이 참석한 내부 전략회의에서 사업에 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 테크 기업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일은 당국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텐센트의 위닥터가 기업공개에 성공하면 그동안 얼어붙었던 중국 내 IT업계의 사업과 자본 활동이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중국 테크 공룡들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급격히 세력을 불렸다”며 “규제에서 진흥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만큼 텐센트를 포함한 IT 대기업들은 신속하게 사업을 정비하고 성장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