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자가진단키트보다 더 빠른 PCR 개발 “기존보다 시간 10배 단축, 5분만에 진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상경·정승원 박사, 초고속 PCR기술 개발 검사에만 1~2시간 걸리던 기존 PCR 검사 시간, 광열 나노 소재 이용해 획기적으로 줄여 “동네 병원이나 약국, 집에서도 PCR 검사 가능해질 것”

160X600_GIAI_AIDSNote

국내 연구진이 5분 만에 바이러스 진단이 가능한 초고속 PCR(유전자증폭)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상경·정승원 박사 연구팀은 지난 5일 ‘광열 나노소재’를 활용한 초고속 PCR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Nano'(미국화학회 나노) 온라인 최신 호에 게재됐다.

기존 PCR 방식과 같은 수준의 진단 성능을 유지하면 검사 시간은 대폭 줄인 기술이다. 진단키트와 장비를 통해 바이러스를 검출한다. 유전물질을 검출하려면 보통 섭씨 60~95도 대역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과정을 거친다. 온도를 높이고 낮추는 과정에서 진단의 민감도나 특이도는 높아져 검사는 정밀해지지만, 검사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검사에만 1~2 시간이 걸렸고, 현장에서 바로 결과를 알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팀은 온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광열 나노소재’를 활용해, 온도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검사 시간을 5분 안에 수행하면서도 기존 방식과 동등한 진단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관련 기술을 더 소형화해 연내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팀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입자 여러 개를 한 번에 진단하는 다중진단 기술도 구현했다. 이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적용하면, PCR 장비 하나로 다양한 코로나 변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상경 박사는 “올해 안으로 PCR 관련 기술을 더욱 소형화해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PCR 진단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PCR 기술은 다양한 질병을 검출할 수 있는 분자진단 기술로 향후 그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 내는 광열 나노소재 활용, 시간 많이 걸리던 기존 PCR 방식 혁신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따르면 PCR 기술은 DNA 양을 증폭시켜 표적 핵산을 검출하는 분자 진단 기술로 1984년 개발 이후 생명과학분야에 엄청난 발전을 가지고 왔다. 양이 지극히 적은 DNA 가운데 일부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질병 진단뿐 아니라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감지, 범죄자 DNA 분석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이런 PCR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익숙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특정할 수 있는 핵산을 검출하는 데 PCR 기술이 활용된 것이다. 연구팀은 광열 나노소재를 활용해 기존 PCR 검사 시간을 10배 단축해 5분 안에 검사가 끝나도록 만들었다.

폴리머 입자 내 광열 효과를 이용한 PCR 온도순환 모식도/사진=KIST

광열 나노소재는 빛을 받아 열을 내는 소재로 빛을 조사하는 즉시 높은 열을 빠르게 내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광열 나노소재는 온도를 빠르게 올리는데 효율적이지만, 온도가 들쭉날쭉하는 식으로 안정성이 낮아 성능 유지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KIST 연구진은 광열 나노소재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광열 나노소재를 물리적으로 붙잡을 수 있는 고분자 복합체를 제작했다. 고분자 복합체는 고분자 소재에 나노 입자를 더한 신소재로,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원하는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고분자 소재인 플라스틱에 나노 입자를 더하면 가볍고 단단한 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연구팀은 열판이 없는 소형 PCR 구동장치를 개발에 성공했다. 위 사진처럼 광열 나노소재가 PCR 내에서 히터 역할을 해 온도를 조절해가며 유전물질 검출을 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고분자 복합체는 광열 나노소재가 안정적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상경 박사는 “정확한 진단이라는 PCR의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편의성과 현장성, 신속성을 높여 동네의원이나 약국, 더 나아가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밀 진단기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PCR 기술은 감염병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데 적용 가능한 보편적 분자진단 기술이므로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