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아 ARS 신청한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 “400억 투자 유치로 살아나나”

유정범 의장 “경영권 사수” vs OK캐피탈 “경영권 매각” 법원, 유 의장과 OK캐피탈 중 어느 손 들어줄지 ‘촉각’ 하락 없이 기업가치 지키며 ‘정상화’가 관건이지만, 쉽지 않을 거란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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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쉬코리아 홈페이지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의 운영사인 메쉬코리아가 400억원 신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OK캐피탈로부터 경영진의 지분을 담보로 빌린 360억원을 갚지 못해 법원에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자율적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를 신청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메쉬코리아의 창업자인 유정범 의장은 지난 26일 메쉬코리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유치한 투자금 400억원으로 내년 2월까지 채무를 모두 상환하고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메쉬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중견 건설업체 및 IT 기업 등 상장사 2곳에서 400억원의 투자유치가 확정된 상태다. 메쉬코리아는 400억원 중 40억원을 자사 운영 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360억원을 채무 상환에 활용해 채권자인 OK캐피탈이 추진하고 있는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안)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주요사업인 배달대행 서비스 외 신규로 확장했던 새벽 배송이나 풀필먼트 등 일부 적자 사업 분야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메쉬코리아 창업자인 유정범 의장은 채권자인 OK캐피탈이 1차 대여금 상환 기한인 8월 이후부터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고 사퇴까지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유 의장은 “왜 자꾸 사임을 종용하냐고 물어보니 ‘네가 사임하는 것이 유진소닉이 메쉬코리아를 인수하는 전제 조건이라서 그렇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이는 유진소닉에 메쉬코리아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고 주장했다. 신규 투자유치 및 ARS를 통해 경영권을 지키려는 유 의장과 P플랜을 통해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OK캐피탈 중 법원이 어디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메쉬코리아 신규 투자금 활용 계획

배달대행 서비스 3대장 ‘부릉’, 어쩌다 ARS까지 왔나

메쉬코리아는 2015년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출시한 뒤 2016년 매출 50억, 2017년 매출 301억원을 달성하고 2020년엔 각각 매출 2,000억원과 3,000억원을 웃도는 등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성장세만큼 투자유치도 활발했다. 2015년 시리즈A를 시작으로 2017년 네이버에서 240억원, 2018년 현대차에서 375억원, 2021년 GS리테일에서 500억원을 투자 유치하며 성장세에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를 불렀다. ‘생각대로, 바로고’와 함께 배달대행 서비스 3대장으로 불리던 ‘부릉’을 운영하던 메쉬코리아는 물류·유통 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했다. 수 년간 받은 투자금과 ‘부릉’을 운영하며 비축한 현금으로 남양주에 콜드체인 체계를 적용한 풀필먼트 센터(FC)를 세우고, 서울 강남, 서초, 송파 3곳에 도심형 물류센터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마련하여 새벽 배송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외형을 키워갔다.

문제는 부릉 외 풀필먼트 센터나 새벽 배송 서비스 등 신규 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이들 사업의 적자 폭은 커지자 결국, 유정범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 2월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으로부터 현금 360억원을 빌렸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1차 만기 상환일이 도래했고, 그때까지 자금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메쉬코리아는 협의를 통해 상환을 3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이후 2차 만기 상환일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OK캐피탈 측에서 ‘연장 불가’를 통보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OK캐피탈의 ‘연장 불가’ 통보를 전한 이유는 담보로 했던 유정범 의장 등 경영진의 지분 21%와 경영권을 메쉬코리아 측에서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OK캐피탈이 경영권 매각에 나섰고, 이를 막고자 했던 유정범 의장은 지난 11월과 12월 각각 개인 명의와 회사 명의로 법원에 ARS를 신청했다.

ARS는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착수하기 전 최대 3개월 동안 경영진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 기간 경영진은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이 회생 절차를 통해 기업을 매각하는 것보다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최장 3개월 기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구조조정 안에 합의하면 회생 신청은 취하되고, 불발되면 P플랜 혹은 통상 회생 절차와 같은 법정 관리가 시작된다.

유정범 의장은 ARS를 통해 최장 3개월 동안 인력과 적자 사업 구조조정 및 신규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투자금으로 OK캐피탈의 채무를 변제해 P플랜을 통한 경영권 매각을 막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정범 의장과 OK캐피탈은 상환 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여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유정범 의장은 ‘채권양수도 계약’을 통한 거래 형식을 원하는 반면, OK캐피탈 측은 채무자인 메쉬코리아의 ‘일시금 상환’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P플랜, ‘경영권 매각’을 위한 OK캐피탈의 큰 그림?

유정범 의장이 개인과 회사의 명의로 ARS를 신청하는 사이 OK캐피탈은 지난 14일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운영하는 물류·유통 기업 유진소닉을 경영권 매각 유선협상대상자로 하는 P플랜을 법원에 제출했다. ARS와 같은 자율적 구조조정 기한 없이 바로 기업 매각을 위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P플랜은 사전에 기업을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지 계획을 세워 법원의 승인을 받는 법정관리 절차로, 사전 계획이 수립된 만큼 통상 법정관리보다 빠른 회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정범 의장은 26일 메쉬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K캐피탈이 갑작스럽게 대출 연장 불가능을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1차 납입 기한 3개월 연장 후, 투자 유치 등 대책이 마련되면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메쉬코리아는 이자와 수수료 명목으로 총 36억 원을 OK캐피탈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차 만기일이 다가오자 OK캐피탈은 경영권 매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유 의장은 “OK캐피탈이 9월부터 2차 연장 불가 가능성을 꺼냈다”라며, “경영권을 매각해 빚을 갚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측은 P플랜 신청을 두고 OK캐피탈과 유진소닉의 투자사인 스톤브릿지가 함께 메쉬코리아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메쉬코리아와 유정범 의장의 ARS이 먼저 신청된 만큼, 법원이 어떤 안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신규 투자유치가 이뤄지고 있어 ARS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P플랜과 같은 법정관리에 가지 않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쉬코리아 유정범 의장 / 사진=메쉬코리아

메쉬코리아의 호언장담에도 시장 반응은 ‘싸늘’

하지만 메쉬코리아의 이러한 호언장담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ARS를 통한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OK캐피탈의 채무를 변제할 신규 투자유치가 필수적이지만, 메쉬코리아는 이미 지난 11월 국내 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600억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가 무산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유치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생기는 부분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지난 8월부터 사무실 임차료 지급 유예 등 현금 부족으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메쉬코리아에 대한 신뢰를 많이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메쉬코리아에 비교적 최근인 2021년 170억원을 투자했던 KB인베스트먼트는 당시 투자를 주도한 심사역을 관리부서로 인사 이동시켰다. 이는 징계성 인사발령으로 투자사 입장에서는 메쉬코리아 투자를 이미 실패로 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물론 유 의장과 메쉬코리아 입장에선 P플랜보다 ARS가 더 나은 방안이다. P플랜도 결국 법정관리 회생 절차의 일종이기 때문에 신용도가 하락하게 된다. 신용도 하락은 내년 1분기 B2B 사업분야 고객사와 재계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유 의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반면 ARS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면 재계약 불발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기업가치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고, 또 유 의장의 경영권 사수에도 유리하다.

또한 네이버·GS리테일·현대차 등 메쉬코리아에 투자한 대기업과 솔본인베스트먼트·우리기술투자 등 투자사 주주들은 유정범 의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메쉬코리아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P플랜의 OK캐피탈과 유선협상대상자인 유진소닉은 최대한 낮은 가격에 메쉬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하려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손해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메쉬코리아가 이번 사태를 원만한 마무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신규 투자를 통해 법원을 설득해 ARS를 얻어내고, 주요 B2B 고객사를 지키면서 채무 상환 및 사업 구조조정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다음 달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회생 절차 결정에서 법원이 유정범 의장의 ARS와 OK캐피탈의 P플랜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