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수요·세일즈포스 등에 업은 슬랙(Slack), “마이크로소프트 추월할 수 있을까?”

IT 스타트업 중심으로 입지 다지고 있는 슬랙, 점유율·성장세 추이는 ‘미지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와의 경쟁 ‘패배’, 세일즈포스 인수로 돌파구 마련 ‘공공의 적’ 두고 손 잡은 세일즈포스와 슬랙, 차후 시너지 효과 창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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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ack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메신저 협업툴 ‘슬랙’이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2020년 10월부터 한국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며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등 이름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슬랙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1,000만 건에 달한다.

슬랙의 강점으로는 알림 설정 세분화, 모바일과 PC 애플리케이션의 호환, 업무 현황의 간편한 관리, 다양한 단축키를 통해 업무 효율 향상 등이 꼽힌다. 무료 플랜만으로도 비대면 협업 시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유료 플랜에서는 온라인 화상 기능도 제공되어 메시지 대화 도중 바로 온라인 미팅으로 연결할 수 있다.

국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슬랙은 특정 키워드를 설정해두면 관련 메시지 알림만 받아볼 수 있다”며 “중요한 메시지와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알림으로 구분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 전문 스타트업 관계자는 “원래 업무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사용했었지만, 지난 10월 먹통 사태 이후 스타트업 입장에선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불안해 최근 슬랙으로 툴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 vs. 슬랙(Slack)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덮친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에 파고들며 협업 및 채팅 프로그램은 필수적인 근무 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무실을 떠나서도 원활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엔데믹에 접어든 이후로도 유연근무제가 업무 형태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며 협업 도구의 수요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해당 분야를 이끄는 두 가지 소프트웨어가 슬랙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6년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 슬랙을 8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결과적으로 거절당한 바 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자적으로 기업 협업 도구 팀즈(Teams)를 개발·출시했다. 2019년 팀즈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Slack을 제치고 7월에 1,300만 명을 기록했으며, 2020년 상반기에는 사용자가 7,500만 명까지 급증했다. 대규모 조직, 학교, 공무원 및 기존 Office 365 고객 기반을 통해 엄청난 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것이다.

슬랙은 팀즈처럼 눈에 띄는 이용자 증가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IT 스타트업 등 비교적 젊고 혁신적인 기업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팀즈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대기업에서 한 번에 대규모 이용자를 모집했다면, 슬랙은 혁신성과 사용 편의성을 기반으로 신생 기업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슬랙과 팀즈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 비교/사진=statista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 그 배경은

지난해 7월,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기업 협업 도구인 슬랙을 277억 달러(약 30조원)에 인수했다. 세일즈포스는 최초로 소프트웨어 서비스(Software as a Service, Saas)를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으로 제공하며 시장을 선점했으나, Saas 시장에 치고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에 추월당한 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비롯한 강력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로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구인 구직 소셜 플랫폼 리크드인, 업무용 협업툴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며 그 영향력을 키워갔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Synergy Research Group)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 점유율은 마이크로소프트가 15% 이상으로 가장 높았으며, 세일즈포스는 10%가 넘는 수준으로 2위였다. 연간 성장률도 마이크로소프트 34%, 세일즈포스 21%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훨씬 더 높았다. 세일즈포스는 시장 점유율도, 성장률도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밀리며 한계에 몰린 것이다.

막대한 점유율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기 위해 세일즈포스는 고객 관리 외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M&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8년 클라우드 앱 기술업체 뮬소프트와 시사잡지 타임을 각각 65억 달러, 1.9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19년에는 데이터 분석 기업 태블로소프트웨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2021년 거금을 들여 슬랙을 인수한 것 역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 확장의 일환인 셈이다.

세일즈포스-슬랙의 ‘공공의 적’ 마이크로소프트

슬랙은 2019년 나스닥 상장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곧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심으로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기업들의 수혜가 전망되며 주가가 다시 뛰었지만 이 역시 얼마 가지 못했다. 매출 성장률이 문제였다. 슬랙의 성장률에 확산은 기업 공개된 2019년 1분기 이래 지속해서 하향 추세를 보였고, 2020년 3분기에는 30%까지 낮아졌다. 팬데믹 수혜를 입은 타 기업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화상회의 앱으로 유명한 줌의 경우, 팬데믹 시기 매 분기 35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더해 영업이익도 장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반면, 같은 시기 팀즈는 대규모 이용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여기서 세일즈포스와 슬랙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점유율과 성장의 위기에 봉착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슬랙 인수를 통해 세일즈포스는 이미 세일즈포스의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슬랙이라는 기업 협업 도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팀즈 확장을 위해 사용한 전략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슬랙은 세일즈포스가 보유한 대기업들과의 강력한 관계를 활용해 슬랙 서비스를 대기업들에 확산하고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 확산을 위해 규모의 경제와 기존 인프라를 무기로 활용했다.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활용하는 오피스365 패키지에 팀즈를 ‘포함’해 제공하고, 직접 운영하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많은 클라우드 사용 공간을 제공했다. 이에 더해 베테랑 영업 사원들을 기반으로 다른 회사 최고 경영진들과 교류해 다수의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모두 신생 회사인 슬랙은 쉽게 구사할 수 없는 전략이다. 하지만 세일즈포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못지않은 영업 인력과 기업 간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슬랙 인수가 슬랙의 재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