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6.3조 벤처지원 신설 및 SVB식 벤처대출 도입

15조원 혁신벤처펀드 조성·6조3,000억원 규모 지원 프로그램 신설 IBK기업은행, 실리콘밸리은행식 벤처대출 도입 및 최근 투자유치 금액 50% 한도 투자 이력 없는 초기 스타트업엔 효과 없어, 대출보다 투자 확장 도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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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5년간 총 15조원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담보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자금을 공급하는 6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최근 벤처업계는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의 중심축도 혁신성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어 초기 기업일수록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오후 김 위원장은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벤처기업인, 벤처투자업계, 금융권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창업·벤처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 및 금융권의 투자와 지원 확대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15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 등의 지원 방침을 공개했다. 금융당국은 혁신성장펀드를 5년간 총 15조원 규모로 조성해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벤처기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 확충과 고용 창출의 중심이기에, 원활한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투자 혹한기에도 기술력과 혁신성을 가진 기업들이 창업과 성장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와 정책금융기관이 성장 잠재력 있는 혁신적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과 민간 자금 공급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실리콘밸리은행식’ 벤처대출 도입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재무제표와 담보가치에서 벗어나 성장성 중심의 심사를 통해 창업·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6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신설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은행은 초기 투자유치 이후 후속 투자를 받기까지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을 위해 일반 대출에 0% 금리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결합한 실리콘밸리은행식 벤처대출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실리콘밸리 출장 당시 벤처금융 전문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방문해 담보나 재무지표보다 성장 가능성을 토대로 벤처대출(Venture Debt)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SVB는 설립 이후 글로벌 벤처대출 시장을 꾸준히 선도해왔다. SVB 그룹은 실리콘밸리 지역 내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등과 지분투자, 대출 등의 형태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들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은 기업에만 벤처대출을 제공하는 등 벤처생태계와 동반자적 관계 형성 전략을 구사하며 발전해왔다. 이에 더해 고객 대상 벤처기업을 매출 규모 등에 따라 구별해 초기 기업에는 보육 및 시딩투자, 중기ㆍ후기 기업에는 후속 지분 투자 및 벤처대출을 제공하는 등 벤처기업 생애 주기별 맞춤형 자금공급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업계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전환사채 형태로 유사한 방식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SVB식 벤처대출 모델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올 4월부터다. 민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방식의 투자를 뒤늦게 은행들에 도입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투자 아닌 ‘대출’ 방식, 한계 부딪힐 수밖에

이번 기업은행이 고안한 실리콘밸리은행식 벤처대출은 초기 투자 유치 이후 후속 투자 유치 전까지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우수 벤처캐피탈(VC)·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추천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된다. 한도는 최근 1년 이내 투자유치 금액의 50%이며, 창업 3년 이내 기업의 경우엔 100%까지 지원된다.

VC 투자금의 50%를 대출해주는 방식이 채택된 것은 자체적인 기업 심사 역량의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자 펀드를 확충하지 않고, 금융기관의 대출 제공을 확대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자금 조달에 가장 큰 문제를 겪고 있는 초기 기업의 경우 초기 투자조차 유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출보다 시딩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에 더해 정부가 보증을 추가로 서주는 방식으로 대출이 진행될 경우, 결국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수행하던 업무를 정책은행들에 이관하는 양상이 되고 만다. 금융기관들이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끌어안게 된 셈이다. 정부가 대출을 늘리는 방법이 아니라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 차후 벤처생태계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