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 대안으로 주목받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하이’ 75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

자체 개발 디지털치료제 ‘엥자이렉스(Anzeilax)’ GMP 인증 획득 디지털 치료제 ‘마음정원’ 심리 진단 ‘마음검진’과 같은 서비스 제공 떠오르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 독성·부작용 위험 적고 모니터링 용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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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이

23일 디지털 치료제 전문 기업 하이가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는 지난 2020년 10월 시리즈 A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와 신규 투자자인 CJ인베스트먼트, 진앤파트너스가 참여했다. 또한 하이와의 다양한 협력과 시너지를 목적으로 동화약품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하이는 디지털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디지털표적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하이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 ‘엥자이렉스(Anzeilax)’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적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하이는 올해 1월 시리즈 B 라운드 투자 유치를 시작하며 국내 임상 시험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 및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획득 후, 판매 및 영업망 구축을 위한 SI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KB증권의 오영주 팀장은 “하이는 투자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하이 제품의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의 김진우 대표는 “이번 투자는 하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디지털표적치료제의 가능성과 글로벌 진출 방향에 대해 여러 투자자들이 동의해 준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동화약품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향후 하이의 성장 속도를 배가시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디지털 치료제 엥자이렉스 기반 ‘마음정원’ 개발

스타트업 ‘하이’는 불안·우울 등 정신질환 여부를 조기에 측정하고, 나아가 예방하는 ‘디지털 치료제(DTX)’를 개발하는 업체다. 디지털 치료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질병 보조 진단부터 예방·개선·관리 등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일컫는다.

하이가 개발한 마음정원은 메신저 기반 불안장애 치료제로,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불안장애,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대화형 AI 기술을 활용한 자기대화 기능을 통해 부정적 사건에 대한 자기 몰입을 과도하지 않게 조절하고, 긍정적 경험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더욱 집중해 사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마음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로 확증적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엥자이렉스(Anzeilax)’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일반인들의 접근과 사용이 용이하도록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의 기본적인 기능은 유지하되, 환자들에게 적합하도록 다소 무거운 기능은 제외되거나 수정됐다.

사진=마음검진

AI 챗봇과 임상환경에서 사용하는 설문지와 심장박동변이량(HRV) 측정을 통해 심리 상태 검진을 도와주는 ‘마음검진’ 앱도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 앱스토어 기준 평점은 1.6점에 그친다. 앱의 안정성이 부족해 검진 도중 종료되거나, 심장박동변이량을 카메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등 이용자의 다양한 불만이 빗발치고 있다. 마음검진 서비스의 발전과 실효성을 위해서는 별도의 투자금 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제’ GMP 인증

의료기기를 제조 또는 수입하는 업체는 의료기기법 또는 체외진단의료기기법에 따라 반드시 품질관리 적합인정(GMP)을 받은 뒤에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GMP 인증을 받고자 하는 기업은 의료기기법,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따른 품질관리체계 심사를 받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로 정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이지만 제품 상용화를 위해선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준하는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치료 효과도 입증해야 한다.

하이는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최초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분야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가다. 아직 ‘임상시험용 의료기기’ 인증에 성공했을 뿐인 만큼, 하이가 차후 임상시험과 검증을 거쳐 제품 판매용 인증을 받아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약물 대체하는 ‘디지털 치료제’란?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과 의료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다.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약물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게임, 가상현실(VR), 앱, AI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는 차이가 있다. 치료제인 만큼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며, 실제로 인증 단계를 거쳐 치료 효과를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는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헬스케어보다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성격을 띤다.

전자약과도 종종 혼동이 발생하지만, 전자약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약은 전기, 자기장, 열 등 물리적 자극을 주는 하드웨어를 신체에 부착하거나 신체 내에 이식해 뇌세포나 신경을 자극, 정신질환이나 만성질환 개선을 돕는 방식이다. 우울증 전자약으로 불리는 와이브레인의 ‘마인드 스팀’이 대표적이다. 마인드 스팀은 좌뇌와 우뇌의 활성이 불균형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두개골로 전달, 불균형을 해소해 증상을 개선한다.

하이 ‘엥자이렉스’의 상용화 버전 ‘마음정원 3.0’/사진=하이

디지털 치료제가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장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 약물과 달리 제조, 운반, 보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경제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또한 한 번 개발한 뒤에는 대량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약물과 달리 독성과 부작용 위험도 적다. 디지털 환경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만큼 사용자의 이용 기록과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지속적인 추적 관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약에 비해 사용 방법과 과정이 복잡하고,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한계로 지목된다. 의료 제도권에서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약물보다 나은 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경정신과 질환, 약물 등 중독 분야에는 활용성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점차 사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2017년 미국 기업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약물중독 치료 앱 ‘리셋’으로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당뇨병, 암, 조현병·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불면증, 소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장애 등 다양한 분야에서 FDA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등장하며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