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해외투자 유치 늘린다” 중기부, 사우디아라비아와 ‘맞손’

양국 모태펀드 기관간 공동 벤처펀드 조성 등 협력안 논의 오가 중동 국부펀드 자금, 국내 벤처투자 업계로 끌어오겠다는 방침 스타트업 교류·국내 스타트업 중동 진출 등 실질적 협력 논의해

160X600_GIAI_AIDSNote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칼리드 알팔리(Khalid Al-Falih)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과 만나 공동 모태펀드 조성 등 스타트업 생태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기부는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중동·유럽 등 글로벌 자본의 국내 벤처투자 시장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린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2’에서 알팔리 장관과 1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장관은 칼리드 알 팔리 장관에게 국내 창업 및 벤처기업 현황과 관련 정책을 소개했으며, 정책 교류 중심에서 실질적 협력 사업 중심으로 양국 관계를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한국벤처투자(KVIC), 사우디벤처캐피탈(SVC) 등 양국 모태펀드 기관간 공동 벤처펀드 조성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아직 구체적인 펀드 조성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양국 장관들 모두 논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해졌다. 아울러 사우디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의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을 위한 협력 방안과 관련한 이야기도 오갔다.

이영 장관은 “탈석유화 이후 성장 모델 확보를 위해 투자 확대 및 경제 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높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보유한 한국은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 중동과 협력 강화 의지 뚜렷해

중기부는 최근 벤처투자 업계에 닥친 혹한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동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중동의 국부펀드를 한국 벤처투자 업계로 끌어온다는 방침이다. 중동의 국부펀드들은 벤처투자 등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이며,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부터 첨단·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비전2030’을 수립하고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와도 2017년부터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운영하며 협력을 꾸준히 추진해온 바 있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 발표에서도 공동출자펀드 조성 등 중동과의 협력을 언급했다. 중기부는 2019년부터 프랑스, 핀란드 등과 총 7,720억원 규모의 공동정책펀드를 조성하면서 그 범위를 중동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또한 모태펀드를 출자하고 해외VC가 운영하는 ‘글로벌펀드’ 역시 중동 지역의 벤처캐피탈(VC)을 활용해 지난해 4조9,000억원에서 2023년 8조원까지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 위한 프로그램 확대할 것

면담 이후 이 장관과 알팔리 장관은 컴업 행사장에 함께 방문해 △갤럭시코퍼레이션 △레티널 △시드엔 등 국내 스타트업들의 제품·서비스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측은 펀드 조성 외에도 양국의 벤처·스타트업 교류 및 공동 성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 장관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만남에서 구체적인 안들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음 (협력) 스텝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오갔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알팔리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한국에서 인적자원뿐 아니라 자본, 펀드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인 뜻을 드러냈다. 중기부 관계자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알팔리 장관이 한국의 모태펀드 출자 비율, 투자 분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이어가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내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에 방문,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2111015250226292_1.jpg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경기침체, 오일머니가 탈출구 될까?

지난 2007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고유가로 불어난 중동의 오일머니가 한국 증시에 빠르게 유입된 탓에 증시가 활황을 보인 적이 있다. 2004년까지 사실상 전무했던 중동 오일머니가 2005년 5,600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3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흘러들어오며, 중동을 대상으로 플랜트 사업을 하던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의 플랜트 관련주들이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FTSE 기준에 따라 한국 시장을 평가할 경우 매년 3~4조원의 오일머니가 한국 증시에 흘러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특히 오일머니는 안전 자산을 찾는 경향이 적어 주식시장 편입 비중이 45% 이상으로 높고 장기투자 성향이 강한 데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고수익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올 2월에 넥슨 지분 1.01%를 인수하며 한국 게임업계에 투자를 늘린 기록도 확인됐다. 그간 중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던 탓에, 국내 기업인 카카오게임즈도 중국 소유라는 농담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았을 만큼 국내 투자 시장이 중국 의존적이었으나, 오일머니가 한국 시장의 자금처가 될 경우 대(對)중국 협상력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