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국채 금리 年4%, 예금 금리 5%, 정기예금은 93조 몰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시중은행 금리 5% 넘을 것 수익률 곡선, 혹 모양 스프레드에서 우하향으로 바뀌어 전문가, 장기 침제를 예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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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국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0.5%P 상승한 여파로 10년 만기 국채 이자율이 4.2%를 넘은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14년 만에 시중은행 금리가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년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금리에 즉각 반영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이날부터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연 최고 3.8%에서 4.8%로 1%포인트 인상했다. 아울러 다른 예·적금 상품 금리도 일제히 0.3~0.5%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거치식 예금은 최고 0.8%포인트, 적립식 예금은 최고 0.7%포인트 인상한다. ‘S드림 정기예금’ 12개월제의 기본금리가 0.6%포인트가 인상되고 은퇴 고객 대상 ‘미래설계 크레바스 연금예금’의 기본금리는 기간별 0.6%~0.8%포인트 인상된다.

NH농협은행도 14일부터 거치식 예금 금리를 0.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5~0.7%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농협은행의 예·적금 상품 최고금리가 연 4.2~4.3%인 점을 고려하면 연 5%에 육박하는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바로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와 은행 ‘이자 장사’ 인식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사진=worldgovernmentbonds.com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연 4.5% 넘은 반면, 요구불 예금 잔액은 급감

최근 들어 영끌족들이 부동산 폭락에 큰 피해를 본다는 보도가 잇따르지만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이른바 ‘쩐주’들의 사정은 다르다.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1년 만기 단기예금 금리도 연 4.5%를 넘어선 탓에 정기예금 잔액이 크게 늘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760조5,044억원으로 8월 말 대비 30조6,838억원 증가, 올 1월 대비 93조7,275억원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 보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도 지난 3년간 합계 12조1,198억원이었던 반면 올 들어서만 14조4,393억원에 달하는 등 고정적인 안정 금리를 제공해주는 상품에 대거 현금이 몰리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9월 내내 정기예금 증가세가 폭발적이었던 만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올렸던 부분도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예년과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자마자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부분이다. 현금 보유량이 많은 한 기업인은 “당분간 경기침체가 예상되어 현금 굴릴 곳을 찾고 있었는데 1년 이자율이 4.5%가 넘는 것을 보고 정기예금을 선택하려는 중”이라며 “은행들이 상품 이자율을 일 단위로 바꾸고 있어 매일 지켜보고 확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자율이 0.1%에 그치는 요구불 예금 잔액은 급감했다. 9월 말 5대 은행 요구불 예금 잔액은 617조2,160억원으로 전달보다 9조3,846억원 줄었다. 요구불 예금은 최근 3개월 만에 23조원가량 줄었다. 이는 금리 상승기에는 이자율이 낮은 요구불예금에서 돈을 빼 금리가 좀 더 높은 수신상품에 저축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간 ‘국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울상짓는 영끌족 VS 대만족하는 현금족, 그 이름은 ‘경기침체’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오고 있는 만큼 부동산에 무리한 투자를 했던 영끌족들이 재무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부의 이전이 현금족들에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침체가 올 때마다 항상 현금족들이 부의 재분배에서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되는 수익률 그래프가 나타나는 것도 1990년대 후반의 IMF 구제금융 이후 처음 나타나는 사건으로, 단기 이자율이 매우 가파른 속도로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9월말까지만 해도 혹 모양 스프레드(Humped-spread) 형태였던 수익률 곡선(Yield Curve)가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빅스텝 발표가 있자마자 바로 우하향(Downward slope)로 바뀌었다.

IMF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하고 있고 잠재성장률도 2~2.1%인 상황인 만큼, 3.5%에 이르는 높은 이자율이 장기 한국 경제 성장률보다 높다는 판단이 우하향 수익률 곡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심지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2.5%보다 낮아질 듯하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언제 멈출지와 중국 경제가 큰 변수인 데다 현 상황은 감내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얼마나 증폭될지가 문제”라며 “내년까지 특히 힘들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내놨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다면 당분간 우하향 수익률 곡선을 볼 것이라는 예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