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할 이유

국내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 낮은 기술 장벽·시류 편승 주의·시장 경쟁력 부족 기초과학 실력 뛰어난 인공지능 연구자 대신 IT 개발자에게 코드 복사하기만 모래 위에 쌓은 성으로 만든 기업 가치, 피해는 개미 투자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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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플랫폼’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2020년 봄부터 국내 벤처투자업계에는 ‘플랫폼’ 투자 바람이 불었다. 장기 기술 개발해야 하는 도전적인 R&D(연구·개발) 주제를 잡고 있는 기업 대신 빠른 속도로 서비스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고, 그 기업에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서비스의 핵심인 경우를 말한다. 이커머스 쇼핑몰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쏘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벤처투자업계에서 ‘플랫폼’으로 인식됐다.

기업 가치 평가(Valuation)를 고액으로 받으면서 당당하게 유니콘 스타트업 대열에 들어선 경우도 많다. 쿠팡, 컬리, 쏘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이 작년과 올해를 거치며 상장사 대열에 올라서거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신용데이터(KCD)에 LGU+가 252억원을 투자하면서 기업가치 1조원대의 유니콘 기업의 대열에 올라서기도 했다. 참고로 한국신용데이터의 2021년 말 매출액은 47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한편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이 지나치게 고평가되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실제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의 기업은 상장 후 지난 1년 사이 주가가 50~80%까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줬다. 상장 시점에 ‘은행’이 아니라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던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행’이라고 주장하며 공모가의 절반 수준 가격을 예상했던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예상치보다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 – ①기술 진입 장벽이 낮다

R&D 기반 사업에 도전 중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의 ‘플랫폼’들이 대부분 기술 진입 장벽이 대단히 낮은 상태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 제대로 된 연구 인력을 가진 경우가 한국 전체에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는 다소 도전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연구 경력 10년 등을 내세우는 팀을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에도 실제 경력은 IT개발 업무 경력일 뿐 인공지능 프로젝트는 AWS, Google Cloud 등의 해외 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개발용 라이브러리(Library)를 그대로 붙여넣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모 유명 대기업의 데이터 과학자가 랜덤 포레스트라는 인공지능 계산기법에 대해 통계학적 이해가 심각하게 부족한 언급을 했다가 국내 대학 통계학과 출신의 사원급 직원에게 맹비난당했던 SNS를 예시로 들며 한국 기업들이 수학, 통계학 기반의 훈련을 거쳐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한 인력에게 기업 특화된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IT업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개발용 라이브러리를 얼마나 빨리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수 있느냐로 데이터 과학 업무 경력을 산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 – ②시류에 휩쓸린다

이렇게 기술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R&D 사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은 벤처 투자업계에서 외면받고 적당한 서비스를 만든 뒤 빠른 상용화에 성공하는 경우에만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시류에 편승한 사업 모델을 잡은 후, 개발용 라이브러리를 복사해 외부에 보여주기 괜찮은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거나 영업 인력들을 뽑아 사업을 운영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쏘카의 경우도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집카(Zipcar)와 동일한 서비스이고 쿠팡도 소셜커머스 기반의 사업 모델이 시류에서 밀리자 미국의 아마존(Amazon)을 모방한 서비스에만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와서 한국에 어떻게 빠른 속도로 붙여 넣느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다보니 기술 분석 역량이 없는 대다수의 벤처투자사들의 경우 한창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는 회사들이 찾아오면 “트렌트가 끝났다”, “작년에 찾아오시지 뭐 했나”, “이제 그런 사업은 투자 안 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사업화를 위해 장기간 노력했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남들 다 코인 팔아서 돈 벌 때 혼자서 블록체인 기술 연구했으니 바보”라는 핀잔만 들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 – ③경쟁이 나타나는 순간 무너진다

플랫폼 기업들 대부분이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거나 시류에 휩쓸리다 보니 연예계나 정치권처럼 이른바 ‘바람’을 타는 기업들에 투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바람’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상품 실체가 없어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된 홍보가 이어질 수밖에 없고 홍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R&D 대신 마케팅에 많은 투자금을 쏟아붓게 된다.

애플 창업주 故 스티브 잡스는 “기업이 R&D 중심에서 영업 중심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 기업은 그만 다녀야 될 회사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R&D에 집중하지 않고 영업 위주로 사업이 돌아가다 보니 홍보전에 물량 공세를 하게 되고 결국에는 영업 조직의 무리수가 회사의 R&D팀을 좌우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홍보가 멈추는 순간 성장이 멈췄다고 판단하고 외부 투자금이 끊긴다”며 “어쩔 수 없이 계속 홍보에 집중하게 되고 결국에는 R&D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쟁사들이 나타나면 모래 위에 쌓은 성이 되는 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7일간 ‘플랫폼’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플랫폼 투자가 낳은 악영향

지난 2년 이상에 걸친 플랫폼 투자로 인해 대형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급여를 올려 업계 전체의 급여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는 불만도 많다. 시장 지배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상장을 시도하는 것은 개미 투자자들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스타트업들에서 받은 스톡옵션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직했던 많은 직원이 우리사주에서 주가 대폭락으로 큰 피해를 본 부분이 타 스타트업의 인재 채용과 기술력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시도하는 회사의 벤처 투자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벤처 투자 지원을 위해 많은 돈을 풀었으나 정작 전문성을 갖춘 벤처투자사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품을 잘 만들어내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벤처투자사들에만 지원금을 줬기 때문이 아니냐는 맹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거품이 빠지며 적정 주가를 찾아가는 것은 시장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나, 그 사이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을 만들어낸 가장 궁극적인 책임은 벤처투자 붐을 잘못 만들어낸 무능한 공무원에게 있다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