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2년만에 한계기업 23.7% 증가, “기출법·기활법 상시화해야”

2019년 대비 2021년 한계기업 1,853개에서 2,823개로 증가 기촉법, 기활법 임시 연장만으로는 부족, 상시화해야 기업구조조정만이 대안 아냐, 코로나-19, 최저임금 상승 감안한 정책 지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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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재무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한계기업의 수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이란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연속 지속되는 기업을 뜻한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증가는 결국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기활법)’을 상시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3일 김윤경 인천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기업구조조정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은 “한계기업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정상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 활용을 제한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감소시켜 국가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의한 법률’(외감법)을 적용받는 비금융기업 2만 2,388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계기업은 2,823개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283개)보다 23.7% 늘어난 숫자다.

한계기업의 종업원 수는 2019년 24만 7,000명에서 지난해 31만 4,000명으로 26.7%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한계기업의 수는 중견·대기업이 2019년 389개에서 지난해 449개로 15.4%, 중소기업은 1,891개에서 2,372개로 25.4% 각각 늘었다. 중소기업 내 한계기업의 증가세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비중이 40.4%(1,141개)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 중에서도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기타 기계·장비 제조업,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제조업의 한계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한계기업의 증가율은 항공운송업(H51, 300%), 비금속광물 광업: 연료용 제외(B07, 300%), 음식점 및 주점업(I56, 200%), 음료 제조업(C11, 200%), 가구 제조업(C32, 100%), 폐기물 수집운반, 처리 및 원료재생업(E38, 100%) 순으로 높았다.

한경연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등 세계 주요 거래소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지난해 전체 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은 17.1%로 홍콩증권거래소의 2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계기업 비중을 2017년과 비교했을 때 증가세 역시 홍콩증권거래소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에 한경연은 “한계기업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부실의 만연화를 우려했다.

“기촉법·기활법 상시화돼야”

한경연은 기촉법과 기활법을 개선하고 상시화해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도산법이 상시화된 데 비해 부실징후기업의 워크아웃을 관할하는 기촉법과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활법은 한시법으로 각각 2023년과 2024년에 일몰 예정이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도입된 후 현행  제6차 기촉법에 이르기까지 연장, 일몰 이후 재입법을 반복하고 있으며, 기활법은 2016년 도입 이후 2019년에 5년 연장됐다.

기촉법의 경우 지속적으로 상시화가 논의되었으나 결국 입법이 본격화되지는 않았다.

기활법 상시화는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는 기활법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활법은 ‘원샷법’으로 불릴 만큼 모든 기업을 아우르는 종합 정책 패키지로 준비됐다. 그러나 대기업이 기업 승계 등에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되면서 지원 범위가 축소됐다. 기활법이 처음 제정됐을 당시 조선과 기계 등 공급 과잉 업종과 산업 위기 지역의 기업을 지원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개정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등 신산업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기활법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법 개정을 통해 탄소중립·디지털 전환을 사업 재편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취지로, 특히 기업이 사업 재편 심의와 정책금융 지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기업들이 각 정책금융기관에 일일이 찾아가서 금융 지원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업 재편 심의 절차를 통과한 기업은 사업 재편 계획 승인과 동시에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기활법의 제도적 한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현 제도는 신사업 진출 기업은 상법상 절차 간소화 특례나 공정거래법 규제 유예 조치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돼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제도를 이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앞으로 기업별로 받던 사업 재편 신청을 대기업과 협력 업체 등 사업군별로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경연은 “결국 새로운 기술 및 기업환경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법에 그 대상을 추가로 명시하는 일을 매번 반복한다면 입법 취지인 기업의 자발적이고 신속한 사업재편을 달성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의 승인과정이 있으므로 법에 대상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윤경 인천대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구조조정 제도를 설계해야 하며 기존 법제를 정비할 필요하다”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의 적극적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라고 강조했다.

한경연의 보고서가 공개되자,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나, 코로나-19 및 최저임금 급상승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감안하면, 일괄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