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플레이션 주원인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3高’로 신음하는 중소기업들, 그중 고물가는 내부 원인 ‘나 홀로 장사’에 임하는 자영업자 14년 만에 최대치 기록 최저임금 상승에 대기업 임금 하방 압력 가속화하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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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高’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발 금리 상승에 따른 고환율과 대응 차원에서 따라가는 고금리는 해외 경제 상황에 맞춘 공조라는 측면에서 정책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으나, 고물가의 경우 많은 부분이 내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일 국민노동조합은 고물가의 주원인 중 하나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해 놓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한국의 최저임금은 4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9.7%였다. 국민노동조합 관계자는 “결국 오를 물가가 오른 것”이라며 “무조건 고환율, 고금리가 고물가의 원인이라는 왜곡된 보도만 하지 말고 자영업자들의 괴로운 처지를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 홀로 자영업자만 늘었다

실제로 ‘나 홀로 장사’에 임하는 자영업자가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수익성이 악화되고, 심지어 ‘월급 주려고 장사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명동 일대에서 돈까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프랜차이즈 요식업은 정상 궤도에 올라가도 본사가 가져가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점주가 일한 만큼 인건비가 남는 사업”이라며 “최저임금이 지난 몇 년간 오른 탓에 ‘나 홀로 영업’을 하다 최근에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풀리며 명동 상권에 조금씩 ‘넥타이 부대’가 방문하고 있어 홀서빙 인원 1명을 고용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는 야간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경우가 상당했으나, 현재는 저녁 10시 이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일부 방문객들도 대부분 외국인이라 바쁜 낮에만 잠깐 홀서빙 알바를 쓴다”며 “주변 다른 점주들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중소기업의 부담, 그리고 물가 상승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감하고,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 근무만 할 수 있도록 잘게 쪼개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주류가 됐다는 보도가 지난 정권 내내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경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상승시키면 일반 근로자의 소득이 늘어나는 등 ‘소득주도 성장’이 될 것이라 착각했던 지난 정권의 선택이 결국 아르바이트 채용 급감에서 보이는 것처럼 최저임금 근로자는 물론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떠맡겨진 노동비 부담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국민노동조합 관계자의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또 한번 중소기업들을 옥죄는 정책”이라며 “최저임금을 41.6%나 올려서 표 더 받으려다가 물가만 올리고, 금리 올려서 중소기업들만 힘들어지게 만드는 최악의 포퓰리즘의 결과”라고 악평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분 전체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최소 1~2년의 시차가 있는 정책 반영값인 만큼,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지난 4월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 중소기업 격차 심화,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하위권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 임금이 올라가면서 대기업들의 임금 하방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노사협의회와 평균 연봉 9% 인상에 합의했다. 10년 내 최고 수준 인상률이다. 취업정보 서비스 ‘사람인’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대졸 신입직원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2,883만원으로, 대기업과 1,000만원 상당의 격차가 벌어졌다. 최상위권 대기업과는 2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취업준비생들의 성토다.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문화가 더 심화하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임금 고속 상승과는 달리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 상황이 그런 우려와 매우 가까운 상황이다. 노동생산성이 최저 임금 상승 폭을 따라가지 못한 탓에 결국 인플레이션이 자극되고, 생산성을 더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실패한 기업들은 경영에 한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노동시장에서의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최저임금 상승의 피로가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정책 결정에서도 임금과 물가 상승의 연결 고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의사 결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