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24년 만의 엔저, 24년 만의 원약세?

円 1998년 이후 최저치 기록, 일본 양적완화 정책의 한계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 주변국 화폐까지 빠르게 퍼져 강달러 추세 이어질 전망, 환율 개입은 적절한 선택지 아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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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엔화 가치가 1998년 8월 이후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일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엔화 가치는 장중 141엔대까지 떨어져 141.33~141.34엔에 거래가 이뤄졌다. 연이은 빅스텝을 동원해가며 가파른 금리 인상 트랙에 올라탄 미국과 달리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4년 만의 엔저(円低)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과 함께 한국 외환시장에서도 지난 6일 14년 만에 처음으로 1달러당 1,370원대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나서지 않는다면 달러당 1,400원대는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9월 5일, 6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円,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 심화로 하락세 이어져

지난 7월 말 133엔대에서 한 달 만에 8엔 이상 급격하게 하락한 엔화는 지난 1일 140엔을 돌파한 지 4거래일 만에 141.33엔으로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외환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도 지난 1~2개월 사이에 1,200원대 후반에서 1,300원대 후반으로 뛰어오른 만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주변국 화폐까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금리 인상과 무관하게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빠른 탓에 ‘탈(脫)한국’ 중인 글로벌 투자 자금 유출 현상이 일본에서도 그대로 목격된다는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DXY)는 현지 시각 5일 기준 한때 110을 넘기도 했다. 유로화 초기였던 2002년 6월 이후 110을 넘은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9월 5일, 6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무리한 환율 개입, ‘환율조작국’ 오명 낳을 수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동반 금리 상승 대신 양적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0.75%로 유지했던 기준 금리를 올 8월까지 2.5%로 끌어올린 덕분에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탓에 부동산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체질도 나빠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글로벌 자금경색으로 인해 상장을 포기하거나 추가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계에서도 금리 상승에 대한 볼멘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여론 분석에서도 유사한 업계 불만이 감지된다. 위의 키워드 네트워크 좌측의 보라색 키워드그룹에 주로 나타나는 금융위기 관련 키워드와 초록색 및 붉은색 키워드 그룹들에 걸쳐 나타나는 부동산 가격 불안 및 투자 불안이 ‘환율’에 대한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다.

지난 25년 전처럼 순식간에 금융위기를 맞을 만큼 경제 체력이 허약한 상태는 아니나, 환율만 놓고 보면 지난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최대치였던 1,570원(2009년 3월)마저 돌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시 주식시장은 코스피 지수 기준 1,000선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제2의 IMF 구제금융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낳기도 했다.

강달러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 확실한 데다 무리하게 환율 조정에 들어가다가는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쓰거나 1997년 한국, 1992년 영국 사례와 같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환율 조작에 따른 공격을 당할 여지도 있어 무리한 개입은 적절한 선택지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다만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약(弱)원화를 감당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한 번쯤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일본 사례 대비 한국의 금리 정책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