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Z세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 ⑥

Z세대, 취업에 대한 인식과 대처 능력의 부재 중견 스타트업, Z세대 직원 무단결근 사건 발생 Z세대의 업무 태도, 스타트업 채용 의욕 상실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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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취직난에 대한 탐방 조사는 주로 Z세대가 느끼는 시장경제에 대한 몰지각함과 소위 ‘무개념’에 대한 제보 수집으로 결론 나곤 했다.

“자신들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구직자이면서 취직하게 해 달라고 아우성치고, 정작 조금만 흠결이 있으면 상품을 구매하지 않거나 소위 ‘별점 테러’를 하는 게 요즘 Z세대 아닌가요?”라는 한 Z세대 소상공인 A씨는 “알바 자르기도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르고 나면 다음 날 저희 음식점에 음식 주문했다 취소해 놓고 별점까지 1점을 줘버리거나 아예 안 뽑았다고 1점 주는 경우도 많다”며 Z세대 채용의 어려움에 대해 하소연했다.

본인 스스로도 Z세대이기에 최대한 Z세대를 배려한 표현을 쓰고 싶다는, 요식업 2년 차 A씨는 “Z세대에게 당한 경험이 뼈아파 차라리 노년층을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고용한다”고 밝혔다. A씨는 “코로나에 걸려 아르바이트를 쉬게 되면 아쉬워하거나 미안해하는 태도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라도 하는 건 전부 노년층 아르바이트생이었고, 거쳐 간 Z세대 직원은 합계 20명이 넘지만 단 한 명도 다시 쓰고 싶은 직원이 없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소비자일 때도 갑(甲)질, 구직자일 때도 갑(甲)질

최근 96년생 Z세대 직원 B씨를 채용했다가 두 달 만에 무단결근 사건을 겪은 중견 스타트업 대표 C씨는 “뽑을 때부터 회사 정보 하나 안 찾아보고 왔지만 자기는 뭐든지 다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탓에 좀 마음에 걸리긴 했어도 일단 인력이 부족해 채용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C씨에 따르면 무단결근한 Z세대 직원 B씨의 마지막 월 급여는 세전 300만원 정도였다. 커리어 테크 플랫폼 사람인이 중소기업 898개 사를 대상으로 ‘2022년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재 중소기업 대졸 초임 연봉은 평균 2,881만원(세전 기본급 기준)으로, 위의 스타트업 Z세대 직원은 최소 20% 이상 높은 급여를 받은 셈이다.

C씨는 해당 직원을 무단 퇴사 처리하려 했으나 고용노동부에 찾아가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직원 B씨 휴대전화를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아 자택까지 방문했던 C씨는 자택 앞에서 만난 배달업체 직원에게 B씨가 1주일 내내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는 답변을 듣고는 7일간 무단결근을 이유로 직원 B씨를 퇴사 처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B씨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유사한 규모의 중견 스타트업 인사 담당자인 D씨는 “직원 채용 시에 ‘배달앱 평가 목록들을 살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 유사 정보를 찾기 위해 구직자의 이메일 주소 등을 이용해 여러 차례 검색을 시도해본다”고 밝혔다. D씨에 따르면 “배달앱 평점 1점을 여러 번 주는 분들이 직원으로서도 갑질만 하고 실력은 없는 데다 업무 태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OTT 드라마 보며 일하는 게 어때서요?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80년대 초반 출생인 스타트업 대표 E씨는 요즘 채용하기 힘들다는 개발자 10명을 뽑아서 따로 개발실에 배정했더니 10명 중 9명이 업무 시간에 “넷X릭스 드라마를 태블릿 PC에 띄워서 모니터 옆에 세워놓고 일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E씨는 “우리는 업무 시간에 음악 듣는 것도 눈치 보는 세대였기 때문에 이걸 Z세대 특징이라고 납득하고 넘어가야 할지, ‘회사가 너네 집이냐’고 화를 내야 할지 한동안 망설이다 결국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이 오류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이유로 대량 해고 절차를 밟았다”고 답답한 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그렇게 해고된 개발자들이 X플래닛 등의 회사 평가 서비스에 우리 회사에 대한 강한 비난을 올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면서 “개발자 채용이 힘들다는 이유로 9명 전원이 1주일 안에 새 직장을 찾거나, 실업급여를 신청해 여행 다니는 내용을 SNS에 등록한 사실을 목격하고는 사업가로 엄청난 회의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후 E씨는 ‘사무실에서 OTT를 보는 것은 안 된다’는 사규를 정했다가 신규로 채용한 Z세대 직원들로부터 “일만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왜 제 스타일에 간섭하나요?”라는 반응 들으며, 현재는 아예 Z세대 구직자 채용을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25명이 재직 중인 이 회사의 평균 연령은 38세이며, Z세대로 분류되는 94년생 이후 출생자는 단 1명에 불과하다.

차라리 급여를 더 주고 30대나 50대 이상을

C씨와 D씨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자금경색으로 채용을 한 템포 늦추고 있는 스타트업계의 채용 분위기는 개발 등 대체 불가능한 인력 채용이 아니라면 채용을 자제하거나, 신입 직원 2~3명 몫을 할 수 있는 고연봉 경력직을 채용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특히 50대 이후 구직자 중 재취업을 노리는 경우에는 젊은 조직에 방해가 될 수 있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근무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선호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스타트업 대표 E씨도 “특별히 30대나 50대를 채용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고 찾아온다거나, 성실성이 눈에 띈다거나 하는 조건으로 채용을 진행하다 보니 30대 중후반이 주류를 이루는 회사가 되어 버렸다”고 말하며 현재 인력 채용 트렌드에 공감하기도 했다. E씨는 “밖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말들이 많지만 정작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원하는 인재를 못 뽑아서 아우성인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지원자 대부분이 준비 상태가 심각하게 부족하고, 회사들이 그런 지원자를 훈련하는 비용을 지불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Z세대들의 업무를 대하는 태도”라며 “훈련을 시키고 싶은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데 누가 채용하려고 하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