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Z세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 ②

청년 취업자 50.2%, 첫 직장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으로 집계 역량 키워주기 위한 지적에 ‘나같은 인재 욕하는 회사’라고 비난 ‘양심’ 있는 직원을 뽑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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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토이미지

20·30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 중에 ‘추노’라는 표현이 있다. 드라마 ‘추노(推奴)’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고된 육체 노동의 성격이 강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회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도망 나오는 것을 뜻하는 인터넷 속어다.

최근 Z세대 고용률이 50% 중반대에도 못 미칠 만큼 역사상 최악의 청년 취업률에 직면해 있지만, 정작 고용한 Z세대 직원 중 1년의 근무기간 동안 교육 비용만큼의 효용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졸자 기준으로도 전체의 55.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7월 14일 한국노동경제학회 노동경제논집에 실린 ‘첫 일자리 이탈 영향요인 분석’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의 50.2%는 첫 직장을 1년 안에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이상 버틴 경우는 전체의 12.2%에 불과했다. 학력별로 나뉜 집단에서도 대졸자의 1년 내 퇴사 비율이 55.4%, 고졸 이하는 49.2%, 전문대졸 41.2% 순으로 집계됐다.

‘내구성이 없는’ Z세대 직원들

당시 보고서를 낸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고임금 및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아 이직을 경험한다고 주장했으나, 업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현실은 사뭇 달랐다”고 전했다. 4대 보험 가입자 기준 약 2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강남 일대의 모 스타트업 대표는 “꾸중 한마디만 들어도 울면서 퇴사하는 게 요즘 Z세대 직원들”이라며 “우리끼리 ‘멘탈이 쿠크X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역량 부족이 당연한 1년 차 직원에게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울면서 뛰쳐나가 버린다”고 지적했다.

대체로 1~2인 아동 가정에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학교 내 체벌을 겪지 않은 세대인 탓에, 지적을 당하거나 역량 부족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생각 대신 ‘(나같이 뛰어난) 인재를 욕하는 회사’라고 비난하며 날을 세운다는 것이다.

최근 8개월간 3차례의 퇴직 후 새롭게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A씨(26세)는 “국어교육과를 나와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로봇이 쓴 것 같다’, ‘단조로운데 정보를 좀 더 찾거나 표현 방법을 좀 바꾸면 어떻겠냐’는 표현을 들었을 때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전했다. 이어 “이 내용을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공유하니 바로 블랙기업이라고 그만두라고 이야기해서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A씨가 퇴사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정보량이 풍부한 다른 글들을 보여주면서 실력을 좀 키워주려고 했는데, 학부 저학년 글쓰기를 하면서도 자부심이 지나쳐 가르치기 거북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멘탈은 쿠크X스, 책임감은 종X’인 Z세대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고루 오간 사내 변호사 출신 김 모씨는 “차라리 해외대학 출신들이 ‘한국에서는 바짝 기어야 한다’는 마인드를 장착한 반면 국내 대학 출신들은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추노’ 같은 정보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지 회사 생활에 별로 의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멘탈(정신력)이 잘 부서지는 과자 같다는 표현은 M세대 채용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여성 구직자들 대상인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Z세대들 대상으로는 성별을 가릴 것 없이 자주 듣고 보는 편”이라며 “구직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른 채 단순히 자격증만 모으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역시 회사에서 버틸 정신력이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중반의 경력 8년차 중소기업 여성 관리직 관계자는 “예전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 할 애가 취직해서 분위기를 망친다는 따가운 시선을 겪어야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남녀를 가릴 것 없이 ‘회사 생활 못할 애’라는 평이 자주 나온다”며 “요즘은 일을 못해 어리버리한 것은 물론, 아예 책임감까지 상실한 직원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고 답변했다.

20·30세대 주력의 커뮤니티에서는 ‘추노’에 대한 글이 올라오면 “‘책임감 종X(책임감이 전혀 없는 직원을 비하하는 표현)’인 애를 뽑는 회사가 잘못”이라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20·30세대들 스스로가 자기 세대 사이에 널리 퍼진 무책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 잘하는’? 제발 ‘양심’ 있는 직원을 뽑고 싶어요

기업 관계자들은 예전처럼 일을 잘 할 수 있어 보이는 직원을 뽑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며 유명 교육 기관에 인사 담당자를 보내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최소한의 책임감을 갖춘 ‘양심’ 있는 직원을 뽑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노동시장이라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차라리 다시 학교에서 체벌했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애들이 좀 내구성이 좋아져서 일 못한다고 지적받아도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처럼 상전 받들듯이 모시는데 일 처리 역량은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애들을 계속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기업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우리가 신입일 때 비해서 엄청나게 개선된 것”, “더 바라면 회사 다닐 자격 없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20·30세대, 특히 Z세대의 ‘직장 내구성’과 기업 문화 간의 조율을 위해 10년 전 M세대와 한 차례 겪었던 것처럼 Z세대를 품기 위한 변화를 또 한번 겪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