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차산업 헛발질 정책 ② – 코딩 교육만 하면 되나?

기존 초중등 코딩 교육 시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교육부 디지털 친화도 떨어지는 세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 수학 지식 없는 상태에서의 코딩 교육은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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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지난 22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 방안’에 따르면, 기존 초등학교 5학년부터 2년간 17시간, 중학교 3년간 34시간 배정된 코딩 교육을 2배씩 늘리기로 했다. 초, 중등교육에서 코딩 교육을 필수화해 공교육 내에서 디지털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놀이 중심의 알고리즘 체험학습이나 블록 기반의 컴퓨터언어 경험을 해 보는 것”, “중학교에서는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 고등학교에서는 문제해결 알고리즘 설계 같은 부분을 좀 더 직업 세계와 연계될 수 있는 코딩 교육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초, 중등 코딩 교육의 효과?

1990년대 ‘실과’라는 이름의 과목에서 GW-Basic이라는 당시 기초 코딩 프로그램 과정을 거친 40대 IT 스타트업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진행되었던 그 수업이 파행으로 운영되었던 기억을 꺼내 들었다. “저처럼 학원에서 GW-Basic, Q-Basic 공부하고 온 경우라고 해도 다 까먹었으니까 대부분 수업을 못 따라갔고, 나머지 애들은 순서 그리는 것도 못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당시 실기 과제로 간단한 반복 루프 (Loop) 코드 작업을 통해 등비수열 계산을 하는 과제가 나왔었는데, 학원 등을 통해 코딩 교육과 과학 영재 조기 교육받은 극소수의 학생들만 수업을 따라왔다는 것이다. 해당 IT 스타트업 대표는 중학교 시절에 개인사설통신(BBS망)을 구축해 본 경험이 있고, 고교 시절에 전국단위 수학경시대회 수상경력이 있다.

행렬의 데이터베이스 표현 방식인 ‘Array’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다 포기했다는 다른 초등학교 코딩 교사의 경험과 종합해 볼 때, 수학적인 기초 없는 코딩 교육은 지난 20년간 정부가 줄기차게 밀어온 디지털 친화 정책 이상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컴퓨터가 불편한 세대의 탁상행정?

한 IT 업계 관계자는 그래픽 보정 못 한다고 너도나도 ‘포X샵’ 프로그램 배우는 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코멘트와 함께, 코딩 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교육부 방침이 지나치게 정부 중심적인 구시대적 전시행정의 결과물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10·20 세대들이 평소 SNS 활동을 위해 사진이나 영상을 간단한 툴로 편집하는 정도의 내용을 학교에서 배울 필요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비슷한 수준의 코딩 과제들을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들이 20대 이후에 개발자가 된다거나, 개발자들이 치는 코드를 이해하는데 여전히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어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하지만, 정작 영어로 된 문서에 대한 독해 능력을 갖춘 인력은 전체의 10%가 채 되지 않고, 한국 교육과정을 거친 것만으로 영어로 작업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코딩 기반의 IT 개발업계 현실이다.

지난 22일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은 탁상행정일 뿐만 아니라, 10·20세대의 디지털 친화도를 기준으로 놓기보다 50·60세대의 디지털 친화도를 기준으로 정한 정책이라는 평도 나왔다. 자신들이 개발자의 코드를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할 수 없으니 자식들에게 강제로 교육을 배정하는 것 같은 학부모의 태도라는 것이다.

코딩 교육에 필요한 수학 지식

간단한 루프(반복 작업 코드, Loop) 계산을 설명하기 위해 등비급수를 활용하는 예시를 든 모 IT 스타트업 대표는 코딩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등비급수 교육을 “가우스가 1부터 100까지 합을 1+100 + 2 + 99… 의 방식으로 해서 50 x 101 = 5050으로 만들어 낸 것과 같은 레벨의 도전을 평범한 초등학생들에게 하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빨라도 중학생은 되어야 인수분해 교육을 받으며 a, b, c로 추상화된 방정식을 이해하고, 부등식 논리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계산이 된다”라는 대치동 일대 수학 교육 전문가도 “손으로도 못 푸는 등비급수 문제를 프로그램 설계로 풀어내라는 도전이 쉽게 될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교 수학 교사는 “20년 전부터 고차방정식 풀어내는 코딩 작업을 1년 중 3~4시간에 걸쳐서 해 왔으나, 과고, 외고 등의 최상위권 인재들이 모인 집단에서도 따라오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며, 정부의 디지털 친화 교육이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계자들은 “코딩이 그저 코드 베껴 붙이기로 흘러가고 있는 현재의 IT 업계 개발자들 상황도 글로벌 시장 대비 부끄러운 상황인데, 정부가 아예 나서서 초등학교 때부터 그런 인재가 되라고 끌어주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고교 수준, 그 이상의 수학적 훈련이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기초 코딩 교육으로 학습 시수를 낭비하는 것은 어리석은 정책이라는데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