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이브 커머스로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 ② – 국내 기업들

개방형 C2C 방송으로 소비자들과의 쌍방 소통 십분 활용한 네이버 오천만 이용자를 등에 업고 편리성 공략한 카카오톡 MZ세대 겨냥, 배달앱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 진출한 배달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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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커머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국에 비해 국내 시장의 반향이 덜한 이유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 형태가 홈쇼핑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온 것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홈쇼핑과 달리 송출 수수료도 없고, 여러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그러나 홈쇼핑 모델을 그대로 가져온 이상, 최저가 판매나 특별한 기획 상품이 아니고선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제약이 많은 대신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TV와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제로 베이스부터 트래픽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이 트래픽을 확보하려면 매체 광고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광고만으로 충분한 사람을 모으기는 어렵기 때문에, 동시에 상품의 가격도 매력적으로 준비해야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비용을 들여 사람을 모으고, 상품도 최저가 수준으로 확보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가격이 좋은 상품은 굳이 열심히 홍보하지 않아도 잘 팔리기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한다.

사진=네이버쇼핑라이브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등에 업은 네이버 쇼핑라이브

이러한 이유로 네이버가 라이브 커머스로 거둔 성과도 거대한 트래픽이 몰린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뿐이고, 쇼핑 라이브 자체의 기여 효과를 의심하는 시선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아무리 네이버가 트래픽을 몰아주더라도, 모든 사업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쇼핑 라이브가 매 분기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고유한 장점을 가진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월 매출 2억원 이상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모노타임은 네이버가 직접 뽑은 대표적인 쇼핑 라이브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최대 장점인 쌍방향 소통을 내세운 모노타임은 다수의 시청자가 몰리는 홈쇼핑의 폐쇄형 B2C 방송과 달리 소수의 팬들과 진행하는 개방형 C2C 방송으로, 오히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비자들과의 소통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며 바로 구매로 연결된다. 이는 이미 수많은 셀러를 보유한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매우 적합한 형태로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진=카카오 쇼핑라이브

카카오톡 사용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한 카카오 쇼핑라이브 

카카오 쇼핑라이브 역시 카카오톡으로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것이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 커머스만의 차별화는 카카오톡 UI 활용으로 친숙함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5,200만 카카오톡 사용자의 친숙함을 그대로 카카오 쇼핑라이브에 도입해 거부감 없이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 쇼핑라이브 채팅 기능은 라이브 커머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영상 창과 재생을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버튼 등을 제외하면 카카오톡 단톡방 UI와 동일하다.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으로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카카오톡에서 쇼핑하기로 진입 후 라이브 메뉴만 누르면 바로 카카오 쇼핑라이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어플을 설치할 필요없이 쉽게 라이브 커머스에 참여 가능하다. 아울러, 카카오톡의 푸시 알람 기능으로 쉽게 시청자 증대가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광고 성과가 검증된 카카오톡 채널 푸시 알림 기능을 활용해 카카오 쇼핑라이브 시청자를 늘려 트래픽을 늘릴 수 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카카오가 직접 라이브 방송을 기획, 운영함으로써 고품질 방송이 가능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위해 외부 업체를 활용하는 등 무리한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판매업체가 직접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고 때로는 판매자가 직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필요 없이 카카오는 전문 인력이 이러한 과정을 대신해준다.

사진=배민쇼핑라이브

배달앱 중 처음으로 라이브 커머스에 도전한 배민 쇼핑라이브 

푸드테크 기업으로의 전방위 확대를 표방한 배달의 민족도 라이브 커머스 띄우기에 한창이다. 지난 3월 배달앱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든 배민쇼핑라이브는 한 달 만에 평균 시청자 수 4만 명을 넘겼다. 퀴즈쇼, 먹방, 사장님 스토리 등 다양한 방송 콘텐츠 구성과 유명 인플루언서 출연으로 방송당 좋아요 수가 평균 6만~7만 개에 이른다. 주 시청층인 2030 세대를 타깃으로 배민만의 ‘B급 감성’을 담아낸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배민 앱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관심을 보였다. 주요 식품 기업이나 지역 맛집들 역시 신제품 홍보 채널로 배민쇼핑라이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다.
배민 측은 “라이브 커머스에 최적화된 상품 발굴은 물론 배민만의 콘텐츠 구성과 마케팅 노하우 등이 집약되면서 소비자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배민쇼핑라이브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철학에 맞춰 다양한 파트너사와 전국 맛집 협업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통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쇼핑라이브는 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상품구성과 양질의 방송 콘텐츠를 앞세워 라이브 커머스 식품 카테고리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판매보다는 재미와 스토리를 내세운 톡톡 튀는 구성 또한 MZ세대를 중심으로 팬덤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소다. 쇼핑이 아닌 예능 콘텐츠를 보는 듯한 구성으로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하며 판매 상품 역시 다양하다. 농·수산 등 신선식품을 시작으로 간편식, 생수나 과자 같은 공산품류도 판매하며 외식업체의 경우 간편식도 인기지만 모바일 상품권 판매도 활발하다. 특히 다수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의 경우 모바일 상품권 판매를 통해 가맹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어 점주들의 호응도 높다.
배민의 쇼핑라이브는 100% 자체 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제품 발굴에서 방송 콘셉트 기획, 쇼호스트 섭외, 스토리보드 구성, 촬영 등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며, 3개의 룸을 갖춘 자체 스튜디오도 보유하고 있다. 일평균 방송 횟수는 2~4편으로 올해 3월 배민 쇼핑라이브 첫 방송 이후 8월 23일 기준 357편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배민 쇼핑라이브의 인기 이유로 쇼호스트의 활약을 들 수 있다. 배민 쇼핑라이브에 등장하는 쇼호스트는 예능인에 가까울 정도로 재치 있는 입담, 과장 섞인 리액션으로 주 시청층인 MZ세대에게 어필한다. 배민 쇼핑라이브에서 활동하는 쇼호스트는 대부분 전속이 아닌 프리랜서로 다양한 분야의 쇼호스트가 활동 중이기 때문에 판매자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에 걸맞은 쇼호스트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배민 쇼핑라이브 관계자는 “시청자 수가 많다 보니 쇼호스트가 시청자 반응을 즐기면서 방송을 끌어가기에 좋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쇼호스트들도 배민 쇼핑라이브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또 스마트폰이 아닌 전문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하는 특성상 ‘화면발’이 좋아 쇼호스트가 더욱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배민은 현재 네이버, 그립 등과 같이 판매자가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배민이 오픈 플랫폼을 활성화할 경우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배민 쇼핑라이브에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훨씬 낮아지게 된다. 배민 관계자는 “판매자의 니즈를 반영해 오픈 플랫폼 론칭을 준비 중”이라며 “오픈 플랫폼에 거는 판매자들의 기대가 매우 큰 만큼 많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오픈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라이브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하루 송출 가능한 방송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배민 측은 “운영 정책 마련과 시스템 개발, 안전한 라이브 진행을 위한 판매자 가입 기준 마련 등 모든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