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채 중 1채는 떨어졌다”… 美 경기침체 논란, 주택시장까지 확산
미국 경기침체 논란이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급등한 대도시 지역들의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뛰고, 이로 인한 자금 마련 부담 및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진단이다.
31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부동산 전문사이트 리얼터닷컴 발표를 인용, 미국 200개 대도시에서 주택 4채 중 1채 꼴로 매매 가격이 하락했다고 전했다. 네바다주의 레노, 텍사스 오스틴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전체 주택 중 30% 이상의 값이 추락했다.
마켓워치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집값이 상승했던 지역들의 주택 수요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며 “미국 주택시장이 마침내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줄어든 59만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 추정치인 66만건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Fed가 물가 억제를 위해 빠른 속도로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Fed는 올 초 0~0.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2.25~2.5% 수준까지 대폭 인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평균 금리는 1년 전(2.5%) 대비 2배 이상 뛴 5.3%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중 주택 관련 활동의 지표로 꼽히는 주거 투자는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영국 경제연구소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부동산 경제학자 샘 헬은 “미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반에는 전년 동기 대비 5%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주택시장이 위축되며 건축 자재인 목재 가격도 연중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원목 9월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목재계량 단위)당 526.7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3월 초 연중 최고치(1464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의 가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주택 시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주택 수요가 금리 인상 등의 타격을 받았다고 해도, 공급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에서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 실제 판매될 때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4일로, 2011년 5월 이후 가장 짧은 수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