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거부해도 징역·벌금형 없다” 시장질서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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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서류작성 의무를 위반하더라도 징역·벌금을 받지 않도록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8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족한 범부처 경제형벌규정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경제법률 형벌조항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해당 조항을 전수조사해 이르면 이달 중 부처별 개선 초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TF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없는 경미한 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징역형 등 형벌을 없애거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미한 법 위반의 대표적인 사례로 공정위의 ‘행정조사 거부’를 들었다. 공정위의 현장조사 등 행정조사를 받는 대상이 위계·폭행 등 불법행위 없이 단순히 조사를 거부할 경우엔 벌금·징역형을 부과하는 대신 행정제재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범죄 처벌을 완화할 경우 시장 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폭행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단순히 공정위 조사만 거부한다면 행정제재로 처리되므로,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닉하는 등 기업이 조사를 거부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자료 은닉·폐기, 접근 거부, 위조·변조를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2020년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받던 세아베스틸은 서류를 은닉하고 컴퓨터를 포맷하는 등 조사 거부 및 방해 혐의로 직원과 법인이 각각 벌금 1000만원, 3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TF는 현재 징역형만 규정돼있는 법률에 벌금형을 추가해 사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TF는 경제형벌 규정 개선 과정에서 전경련 등 경제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공정보다는 기업에 유리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무조건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은 아니지만, 형벌을 대거 행정제재로 전환하거나 없앤다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에 맞는 제대를 받지 않는 일이 발생해 기업인 범죄 예방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고 지적했다.

한편 TF의 계획대로 형벌규정을 완화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