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풋옵션 리스크’ 해소한 신세계, 지분 제3자에 매각하겠다지만 “새 투자자 확보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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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FI 풋옵션 갈등 일단락, 쓱닷컴 지분 제3의 FI에 팔기로
기업가치 괴리 심한 쓱닷컴, 새 투자자 찾아낼 수 있을까
지분 매각에 또 풋옵션 가능성, 금호아시아나 사태 재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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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닷컴(SSG닷컴)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둘러싼 신세계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 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신세계그룹이 연말까지 FI 소유의 지분을 사들일 제3의 FI를 찾아야 한단 조건으로 풋옵션 효력을 소멸시킨 것이다. 이에 신세계그룹 측은 “딜 성사에 문제가 없다”며 기한 내 제3자를 찾을 수 있단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시장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가치 대비 가격이 높게 설정된 FI 지분을 매입할 FI가 있을지 의문이란 것이다.

쓱닷컴 풋옵션 분쟁, 신세계-FI 충돌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홍콩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쓱닷컴 지분 30%(131만6,493주)를 제3의 FI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I와의 풋옵션 분쟁에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FI 측은 지난 2018년 신세계그룹과 투자 약정을 맺고 2019년 7,000억원, 2022년 3,000억원 등을 투자해 쓱닷컴 지분 30%를 확보했다. 당시 계약서엔 ‘쓱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IB로부터 IPO(기업공개)를 할 준비가 됐단 의견을 받지 못할 시 FI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신세계 측에 팔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풋옵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풋옵션 행사 기한이 도래했지만, 조건 충족을 두고 신세계그룹과 FI가 이견을 보이면서 격하게 충돌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목표 GMV 달성 여부에 대해 이미 성공했단 입장이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쓱닷컴의 GMV는 이미 2021년 5조7,174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도 5조7,000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이 액수에 상품권으로 인한 중복 계상이 포함돼 있단 점이다. 쓱닷컴에서 상품권을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1차 거래액, 해당 상품권으로 SSG닷컴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2차 거래액이 모두 GMV에 포함됐단 의미다. 이에 FI 측은 “실질적 GMV는 풋옵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FI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신세계그룹은 FI 지분 30%를 1조원가량에 되사와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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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사진=신세계그룹

풋옵션 효력 소멸, 당장 리스크는 벗었지만

하지만 한 달간의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풋옵션 효력을 소멸하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결과적으로 FI는 쓱닷컴으로부터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성공하고 신세계그룹도 풋옵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진 셈이지만, 연말까지 제3의 FI를 찾지 못할 시 신세계그룹이 FI 지분을 끌어안아야 한단 사실은 여전하다.

지분 매각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선두를 유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1조원을 투자할 만한 곳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쓱닷컴에 그만한 투자 가치가 없단 의미다. 기업가치도 현저히 낮다. FI 지분 30%의 가치를 1조원으로 책정할 경우 쓱닷컴의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쓱닷컴의 가치를 3조원 이상으로 평가해야만 새 투자자가 나타날 수 있단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쓱닷컴의 몸값을 3조원보다 낮게 평가하고 있다. 쓱닷컴과 유사한 기업인 컬리는 지난해 GMV 2조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컬리의 시가총액은 6,500원가량이다. GMV 배수가 0.23배에 그치는 셈이다. 이를 쓱닷컴에 대입해 보면 쓱닷컴의 기업가치는 1조3,000억원, FI들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단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인정받아야 할 기업가치와 현실 간 괴리가 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FI 지분을 매입하겠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신세계그룹의 자금 흐름이 좋지 않은 탓이다.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낸 바 있다. 지난 2월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동기간 매출액은 29조4,722억원으로 0.5% 증가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8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일각에서 신세계그룹이 캐시카우인 스타벅스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단 언급까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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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내비친 신세계, 시장선 “글쎄”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 측은 지분 30%를 매입할 잠재적 후보들과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새로운 FI 입장에선 업사이드(기업가치 상승)를 바라보고 투자하기보다는 대출에 가까운 구조화 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가치 3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또 다른 FI에 쓱닷컴 지분 30%를 팔되 향후 5년 내 몸값 5조원에 IPO를 하지 못하면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등 풋옵션을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업계에선 내부수익률(IRR)을 기준으로 8% 내외의 이자를 붙일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풋옵션의 리스크가 너무 크단 점이다. 약정가격보다 낮은 가격 때문에 풋백옵션이 발동하면 인수자는 FI들에 큰돈을 물어줘야 한다. 신세계그룹이 이번에 1조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한 바 있듯 말이다. 풋옵션 계약의 리스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주당 2만6,200원에 매입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 당시 신한은행 등 17개 투자자로부터 주당 2만6,262원씩 총 3조5,000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2009년 12월 15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을 넘지 못할 경우 차액만큼 투자자들에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의 풋옵션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대우건설의 주가는 반등하긴커녕 내림세로 이어졌다. 2008년 말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1만원까지 추락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FI들에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돌려줘야 할 위기에 처했고, 금호아시아나는 결국 대우건설을 매각해야만 했다.

풋옵션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에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그룹 계열사 매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매각 이듬해 대한통운을 재매각했고, 알짜 계열사로 불리던 금호타이어도 중국 기업에 넘겼다. 풋옵션 계약으로 한순간에 무너진 금호의 모습이 쓱닷컴과 신세계그룹에 재현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단 목소리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