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도 R&D 힘 싣는 현대제철, “선제적 투자로 미래경쟁력 제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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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영업이익 감소했지만, R&D·시설투자는 200억·7,000억원 증가
꾸준한 투자에 '전기차용 핫스탬핑 부품 개발' 등 연구 성과도 속속
R&D 투자 백안시하는 업계, 현대제철이 '투자 동기' 부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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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이 실적 악화 상황속에서도 시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을 늘리며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제적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에 시장의 관심도 집중되는 모습이다. R&D 투자에 소극적인 국내 철강업계가 현대제철을 통해 투자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시선에서다.

영업이익 83% 감소한 현대제철, 투자는 오히려 늘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 1분기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3.3% 줄어든 수준이다. 이처럼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현대제철은 오히려 시설투자를 늘리는 모양새다. 현대제철은 올 1분기에 공시를 통해 약 2조원가량을 설비투자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약 1조3,000억원보다 시설투자를 7,000억원이나 늘린 것이다.

R&D 투자 금액도 늘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2,539억원을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2,455억원 대비 1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올 1분기엔 총 888억원의 R&D 비용이 투입됐다. 이 역시 전년 동기 617억원과 비교해 200억원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제철은 시설투자 및 R&D 투자 강화를 통해 전방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 수요에 대응하고 고부가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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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에 거듭 힘 싣기, 가시적인 연구 성과 얻기도

현대제철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수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현대제철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선도적 대응을 위해 통합시스템기술실을 신설하고 기존 연구개발본부 내 자동차강재센터·공정기술센터의 일부 조직을 선행개발실로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R&D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겠단 취지였다. 고로 개수를 준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가동을 시작한 1고로를 대상으로 고로 개수를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화,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2022년엔 R&D 비용을 본격 확대하면서 선순환 투자 구조를 구축하려 노력했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2022년 한 해 동안 총 2,456억원 규모의 R&D 비용을 투자했다. 2,053억원이던 직전 사업 연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준으로, 2020년(1,42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72%가 늘었다.

지난해에도 R&D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R&D 비용은 총 2,54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00억원가량 늘어난 건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22년 0.90%에서 지난해 0.98%로 소폭 올랐다. 연달아 매출의 1%에 육박하는 액수를 투자한 셈이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는 건 포스코의 그림자에 가려 ‘만년 2위’로 전락한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함이다. 경기 한파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세에도 기술력을 높여 나감으로써 장기적 관점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겠단 복안이다.

실제 큰 폭으로 투자를 늘리면서 가시적인 연구 성과도 속속 나오는 모양새다. 2022년엔 ‘전기차용 핫스탬핑 부품 개발’을 이뤄내 미래 친환경차의 핵심 소재로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2023년엔 ‘자동차 외판용 초고성형 냉연 도금강판’ 등 자동차 강판 관련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특히 최근엔 그간 이뤄온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향 강판 판매 비중을 17%에서 2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투자액 확대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에 소극적이던 철강업계, 현대제철이 ‘바람’ 불어넣나

현대제철의 투자 기조는 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국내 철강 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그간 국내 철강업계는 R&D 투자가 좀처럼 늘지 않아 정체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KG동부제철)의 2020년 총 R&D 비용은 7,745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1,200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막상 전체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0.7% 수준에 그쳤다.

소극적인 R&D 투자가 이어진 이유에 대해 당시 철강업계는 “수익성이 악화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철강수요산업 침체·원료가격 상승·제품가격 반영 지연 등 유례없는 경영 위기를 맞았던 만큼 R&D 투자에 쏟을 여력이 없었단 것이다. 실제 2020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37.9%, 78% 동반 감소했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17년 만에 첫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어려운 여건을 이유로 투자를 미루기만 하면 본업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에 잡아먹히는 모양새”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극적 투자를 견지하는 건 몰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업계의 철강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 정부·기업 차원에서 R&D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당초 세계철강협회가 철강 생산량을 처음 기록한 1967년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약 1,400만 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3%에 불과했으나, 1996년 러시아, 미국, 일본을 제치며 중국이 세계 최고의 철강 생산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R&D 비중도 부쩍 늘렸다. 야금공업경제발전연구중심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산업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09년 1.2%에서 2011년 1.57%, 2012년 1.54%로 점차 높아졌다. 2022년 중국이 전 세계 점유율 54% 이상을 차지하며 철강 생산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국내 관계자들이 철강업계에 거듭 각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최근엔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강업계의 R&D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친환경, 경량화, 고강도 등 기준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보이지 못하면 수출력이 하락해 기업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존속의 기로에 선 국내 철강업계에 현대제철의 거듭된 투자 이력이 강한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