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유통’에 몸살 앓던 카카오픽코마, 결국 유럽 사업 철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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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시장 진출 3년 만에 철수, 카카오픽코마의 고민은 '불법유통'
NHN도 동남아 시장 철수, "지적재산권 보호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美·日선 우상향 실적 그래프, 과금 의지 높은 시장 위주로 사업 전개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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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웹툰 자회사 카카오픽코마가 유럽시장에 진출한 지 약 3년 만에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유럽 웹툰 시장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픽코마 유럽 현지 법인 철수, 플랫폼도 서비스 종료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픽코마는 픽코마 유럽 현지 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만화·웹툰을 서비스하던 플랫폼 ‘픽코마’도 오는 9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 2021년 9월 프랑스 파리에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일본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을 꺾고 1위 사업자로 올라선 뒤 시장을 아시아에서 서구권까지 넓히겠단 포부였다. 법인 설립 후 반년 뒤인 2022년 3월 카카오픽코마는 본격 유럽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고,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등에서 서비스 중인 한국 웹툰을 유럽 현지에 내놨다. 픽코마의 유럽 사용자는 100만 명 규모 정도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웹툰 앱 부문 2위를 기록하는 등 나름 성공적인 안착을 이뤘단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프랑스 내 디지털 만화·웹툰 시장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이에 카카오픽코마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결정, 유럽 사업을 접은 뒤 주력 시장인 일본에 힘을 더 실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유럽시장 진출 결정 당시와 달리 더뎌진 시장 성장 폭에 따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 후 선택과 집중을 위해 프랑스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사업 전개 경험을 보존해 픽코마의 넥스트 확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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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의 태국 웹툰 서비스 코미코 태국/사진=코미코 태국 홈페이지

적자에 허덕이는 웹툰 플랫폼들, 원인은 ‘불법유통’

업계에선 카카오픽코마가 사업 철수를 선언한 데 불법유통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이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한 원인 자체가 불법유통이 만연한 탓이란 것이다. 경쟁업체 NHN도 불법유통 피해 탓에 베트남 및 태국 등 동남아 웹툰 사업을 철수한 바 있듯, 카카오픽코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다.

업계에 따르면 NHN은 지난해 6월 코미코 태국 법인 ‘NHN타이’를 키다리스튜디오에 매각했다. 동남아 웹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셈이다. NHN이 시장 철수에 나선 건 누적 적자 때문이다. 코미코는 2016년 태국, 2020년 베트남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불법유통 등 문제로 인지도 대비 수익 창출이 어려웠다.

이로 인해 코미코 태국 서비스는 2020년부터 적자전환했고, 결국 NHN코미코는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7.5% 늘어난 553억원을 기록하면서도 당기순손실 152억원으로 적자 폭이 50억원 늘었다. 이에 업계에선 “지적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이 영위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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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관계사 라인의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사진=네이버웹툰

“구매력 높은 일본·미국 등에 사업 집중될 듯”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분간 웹툰 사업은 일본, 미국 등 과금 의지 및 구매력이 있는 시장을 위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웹툰계 거성으로 꼽히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일본, 미국 등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실적도 이들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나오는 양상이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 만화 앱 수익(인앱결제 기준) 순위에서 1, 2위는 각각 카카오의 픽코마,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의 라인망가였다. 두 플랫폼은 양사가 일본에서 서비스하는 웹툰 앱으로, 픽코마는 지난해 10월까지 총 6억 달러(약 8,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라인망가는 약 4억 달러(약 5,5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의 실적도 부쩍 늘었다. 특히 네이버의 저력이 강한데, 센서타워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미국 수익은 2021년 6,400만 달러(약 875억원)로 2019년 대비 3.3배 늘었다. 2022년 이후에도 2021년 수준의 수익이 유지되면서 견조한 수익 그래프를 그렸다. 불법유통이 만연해 적자가 이어지는 타 시장 대비 이들 국가는 만화 앱에서의 이용자 결제가 그만큼 보편화돼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