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엔비디아 대신 직접 만든 칩 쓰겠다”, 샘 올트먼 ‘AI 반도체’ 개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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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개발 위해 UAE G42·대만 TSMC 접촉
AI 칩 시장 독식한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 위함
아마존·MS·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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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최고경영자)가 오픈AI만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트먼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동생을 비롯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와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한 엔비디아로부터의 의존성을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막대한 비용과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AI 반도체 자체 개발 구상이 단기간에 빛을 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 ‘칩 생산 네트워크’ 구축 논의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트먼이 새로운 AI 모델 구축에 필요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이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해 중동의 투자자들과 자금 조달을 협의하고 있다. 올트먼이 접촉 중인 중동 투자자 중에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인 타흐눈 빈 자예드 국가안보 보좌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UAE 아부다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타흐눈 보좌관은 현재 UAE의 AI 기업 G42의 소유주이자 회장직을 맡고 있다. 아울러 8,000억 달러(약 1,070조원) 규모의 아부다비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또 다른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ADQ도 관리하고 있다. 올트먼은 G42 한 곳에서만 80억~100억 달러(10조7,000억~13조4,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해당 프로젝트를 설명했으며, MS도 관심을 보였다고 FT는 전했다.

올트먼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와도 반도체 제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가 TSMC와 손을 맞잡으면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력 강화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다만 관련 소식을 최초로 보도한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인텔을 오픈AI의 잠재적 파트너사가 될 수 있는 기업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오픈AI 최대 주주인 MS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올트먼이 주도할 새 AI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꼽았다. 올트먼의 AI 반도체 벤처기업이 오픈AI의 자회사가 될지 또는 별도 기업이 될지는 확실치 않으나, 업계는 오픈AI가 TSMC의 최우선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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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 위한 행보

오픈AI가 AI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증가하자,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단 복안이다. AI 모델을 학습·작동에는 연산 기능에 특화한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로 사용되는데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LLM(거대언어모델)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최대 수만 개의 반도체 칩이 투입된다. 오픈AI에 따르면 챗GPT-4 구동에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A100 칩 2만~3만 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수요가 폭증해 주문 후 최소 수 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올트먼은 “AI 반도체 품귀로 챗GPT 성능 개선에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챗GPT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성능이 좋아질수록 필요한 AI 반도체 수는 급격히 증가하는 데 반해,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오픈AI는 지난해 11월 6일 개발자의 날에 공개한 맞춤형 새 개발 도구인 ‘GPTs’에 사용자가 대거 몰리자 신규 유료 가입을 한 달간 막기도 했다. 즉 사용자 증가를 제한한 것으로, 오픈AI가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반도체가 생산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비싼 반도체 가격도 자체 개발을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 엔비디아의 H100은 개당 4만 달러(약 5,350만원)를 웃돈다. 최근엔 사재기 현상으로 가격이 치솟아 ‘금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 세계에 생성형 AI 붐을 일으킨 것은 오픈AI지만, 실제로 돈을 끌어모으는 것은 엔비디아인 셈이다. 더욱이 올해 GPT-4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AI 모델 출시를 앞둔 오픈AI로서는 자칫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자체 개발에 뛰어드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23억 달러(약 56조6,228억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은 오는 2027년 1천370억 달러(약 183조3,608억원) 규모로 5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자체 개발 러시

반도체 자체 개발을 통해 엔비디아의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다른 기업에서도 포착된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대표적이다. AWS는 추론형 AI 반도체 ‘인퍼런시아’의 두 번째 모델을 2022년 말 공개했다. 2019년 첫 번째 모델을 내놓은 지 3년 만이다. AWS는 데이터센터와 AI 스피커 알렉사의 음성인식 서비스, 영상인식 서비스 등에 자사 인퍼런시아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래비톤4와 트레이니엄2도 공개했다.

MS도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AI용 GPU ‘애저 마이아 100’과 고성능 컴퓨팅 작업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애저 코발트 100’을 각각 선보였다. 애저 마이아 100은 엔비디아의 GPU와 유사한 형태로 AI 기술의 가속화를 위해 설계된 칩이다. 개발 과정에서 오픈AI와 협력했으며, AI 워크로드에 대한 클라우드 기반 학습과 추론을 수행한다. MS는 이 제품을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성능을 높이는 데 활용해 클라우드 시장 선두인 AWS를 추격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의 대항마로 생성형 AI 바드(bard)를 내놓은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직접 개발한 반도체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국산 AI 반도체 개발 붐도 뜨겁다. SK그룹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은 지난해 말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330’을 출시했다. LLM을 지원하는 추론용 신경망 처리장치(NPU)인 X330은 엔비디아의 최신 추론용 모델과 비교해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은 1.3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선언한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최근 AI 반도체 칩 솔루션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가총액 1조5,000억 달러(약 2,000조원)에 육박하는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반도체 개발엔 상당한 시간과 천문학적 자금이 요구되는 만큼, 기업들이 의도한 목표를 단기간에 달성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미국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아마존과 구글은 자사의 사업에 맞춤형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수년을 보냈으며 다른 사업에서 자금을 조달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최첨단 (AI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는 데는 수백억 달러가 들 수 있는 만큼 기간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