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6분기 만에 흑자 전환

비전펀드, 2017년부터 수억 달러 적자 누적 지난해 소프트뱅크 기업가치 하락에도 영향 ARM 매출 감소, IRL 소송 등 부정적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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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소프트뱅크 컨퍼런스콜에서 고토 요시미츠 CFO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소프트뱅크 홈페이지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의 비전펀드가 6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8일 소프트뱅크는 컨퍼런스콜을 열고 지난 1분기 비전펀드1·2와 라틴아메리카 전략부가 1347억 엔(약 1조3,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IPO 앞두고 실적 개선 

특히 비전펀드가 다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 설계업체 ARM와 일본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 페이페이(Paypay)의 기업 가치 상승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날 고토 요시미츠 소프트뱅크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RM의 기업공개(IPO)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든 절차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곧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오는 9월을 목표로 ARM의 IPO를 준비 중이다. ARM의 기업 가치 평가는 최대 700억 달러(약 92조원)로 추정되며 소프트뱅크는 ARM의 IPO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페이페이는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페이는 5,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해 간편결제를 비롯해 은행, 보험 등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페이페이의 기업 가치를 1조 엔(약 9조2,000억원)으로 평가했다.

다만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에 대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ARM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둔화로 반도체 시장의 불황 사이클이 길어지는 가운데 직전 분기 매출이 6억4,100만 달러(약 8,426억원) 감소했다. 페이페이도 지난해 119억 엔(약 1,08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직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상장 시점도 불투명하다.

또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IRL와의 소송에도 대응해야 한다. 지난 2021년 소프트뱅크가 1억7,000만 달러(약 2,225억원)를 투자한 소셜미디어 앱 IRL이 이용자 수를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지난 4일 IRL의 창업자 아브라함 샤피(Abraham Shafi)를 사기로 고소하고 1억5,000만 달러의 투자금 반환을 청구했다.

1분기부터 실적 개선, AI 등 공격적 투자 예고 

2017년 이후 비전펀드는 수억 달러의 적자가 누적돼왔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기업 중 72%에 대한 누적 손실이 565억 달러(약 74조5,100억원)에 이르렀다. 그 외 포트폴리오에서 490억 달러의 투자 수익을 거뒀지만 해당 손실분이 반영되면서 전체 실적은 75억 달러(약 9조8,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가 심화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기업 가치 평가가 하락하자 소프트뱅크는 중국 전자상거래 그룹인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소프트뱅크는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 6월 주주총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IT 기업의 지분 일부를 현금화해 공격적인 모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고토 CFO도 “그동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를 줄였지만 이제 조심스럽게 투자를 재개할 계획”이라며 “투자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료와 브레이크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소프트뱅크는 특히 지난 분기부터 인공지능(AI)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손 회장이 일찌감치 AI 투자를 강조하면서도 생성형 AI 스타트업을 제외하는 등 AI 투자 트렌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프트뱅크는 AI 분야에서 4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1,400억 달러(약 184조원)가 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