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행되는 ‘디지털세’,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소득 발생국가’에 세금 납부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해당 대표적인 조세피난처 ‘아일랜드’, 최저 법인세율로 기업 끌어모아 ‘고용 창출’ ‘버뮤다, 룩셈부르크’ 등 여타 조세피난처, 자국 내 역외 자금 유치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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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는 2026년부터 거대 다국적 기업의 소득에 대해 매출 발생국에서 과세하도록 하는 제도를 골자로 하는 ‘디지털세’가 도입된다. 이에 국제사회는 국제조세에 있어 공정한 과세권의 배분과 그간 빈번하게 발생해 온 기업과 과세당국 간 이전가격 과세 분쟁 등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이르면 2026년부터 ‘매출 발생국’에 세금 내야

기획재정부는 1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이하 IF)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5차 총회에서 IF 참여국 총 143개 중 138개 국가의 승인을 거친 디지털세 성명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성명문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 대상 국가별 단독 과세를 금지하기로 한 합의 시한을 오는 2023년 12월 31일에서 2024년 12월 31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디지털세는 △필라1 어마운트(Amount) A △필라1 어마운트 B △필라2 원천지국과세규칙(STTR)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디지털세의 핵심인 필라1은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수익을 창출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구체적인 대상은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들이 해당된다. 당초 올해 도입 예정이었으나 연달아 연기되면서 2025년 발효를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과세 대상엔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 제조 업체들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 기업도 해외 매출 일부를 각국의 세금으로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는 해외에 낸 세금을 국내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식을 통해 이중과세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라2는 세계 각국에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도입해 연 매출 7억5,000만 유로가 넘는 다국적 기업에 세금 15%를 내도록 하는 제도다. 필라2 원천지국과세규칙의 경우 회원국인 원천지국이 요청하면 규칙을 양자 조세조약에 반영하거나, 다자협약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이행한다. 필라2 이행을 위한 다자협약은 오는 10월 2일 이후 서명이 가능할 전망이다.

조세피난처 활용해 절세효과 누려 온 글로벌 기업들

오랜 기간 기업들은 법인세 등의 세금을 피하고자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조세피난처(Tax Heaven)를 이용해 왔다. 조세피난처란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외국인 및 외국 기업에 세금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거나, 아주 적은 세금만을 받는 나라 또는 지역을 뜻한다.

특히 국경을 넘어 거래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자회사의 해외 금융 센터를 통해 지급과 수익 및 투자 등를 처리함으로써 절세 효과를 누려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등도 소위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로 알려진 법인을 조세피난체에 세웠따. 서류상으론 존재하지만 상주 직원이나 사무실조차 없는 이런 회사들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거나 세금을 줄이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선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꼽힌다. 아일랜드의 2021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6%로, 같은 기간 유로존의 GDP 성장률(0.6%)의 10배 이상이다. 심지어 지난해 1분기 유럽 전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침체 우려에 빠졌을 때조차 직전 분기 대비 6.3% 성장했다. 이 같은 고성장은 20년째 12.5%로 동결된 세계 최저수준의 낮은 법인세율 덕분이다.

아일랜드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화이자 등 대다수 글로벌 대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있다. 1997년부터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조세 및 연결 납세법(Tax and Consolidation Act)’ 등의 법 제정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특히 지식재산권 조세특례제도인 지식개발박스(KDB) 도입에 따라 특정 지식재산권(IP) 자산에서 파생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추가로 50% 감면해 줬고, 이에 기업들은 법인세 실효세율을 6.25%까지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구글 본사 내부/사진=구글 EU HQ

조세피난처 국가마다 ‘조세 제도’ 목적 달라

해외의 직접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기업들의 재무제표 등의 보고서를 비밀에 부쳐주는 조세피난처는 버뮤다나 영국령 버질아일랜드, 바하마, 룩셈부르크, 케이만 군도 등에도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 실질세율을 낮춤으로써 이전 가격(transfer pricing) 활동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자국 내로 역외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앞서 언급했던 아일랜드와 달리 OECD가 정의하는 조세피난처 국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또 유럽연합(EU)이 정의하는 조세피난처 국가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으나 아일랜드만큼은 제외됐다. 이들 국가의 조세 제도는 개인 또는 기업의 탈세를 돕는 목적인 반면, 아일랜드의 경우 고용 창출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다국적 기업 구글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본부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으며, 임직원 수만 8천 명 이상에 달한다. 이 밖에도 메타(6,000명), 애플(6,000명), 인텔(4,900명), 어도비(3,800명), 페이팔(3,000명) 등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이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수천 명의 임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교(Trinity College Dublin)의 생화학부 목헌 교수는 “아일랜드 내 다국적 기업들의 전체 고용 인원을 모두 합치면 27만5,000명이고, 이들의 소득세 및 고용주의 법인세가 아일랜드의 국가 세수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탈세를 주목적으로 사무실 하나만 차린 페이퍼 컴퍼니가 즐비한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 아일랜드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