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핀테크 스타트업 ‘제스트머니’, 추가 자금 유치 실패로 경영진 교체

글로벌 투자 유치한 ‘제스트머니’, 투자 유치 난항으로 경영진 사임 국내 스타트업 ‘그린랩스’, ‘메쉬코리아’도 같은 수순 일각에서는 불가항력적 실적 악화 책임 경영진에게 뒤집어씌운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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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트머니 공동 창업자 사진. 왼쪽부터 프리야 샤르마,리지 채프먼,아시시 아난타라만 /사진=ZestMoney

세계적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초기 자금을 조달한 인도 핀테크 스타트업 ‘제스트머니(Zestmoney)’가 추가 투자 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해당 창업자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한때 국내 잠재 ‘유니콘’으로 불렸던 그린랩스, 메쉬코리아와 유사한 상황이다. 한편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실적 악화를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인도 제스트머니’, 자금줄 막히며 경영진 교체 수순  

골드만삭스로부터 자금 유치를 받은 인도 핀테크 스타트업 제스트머니 창업자들이 지난 15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제스트머니 창업자인 리지 채프먼(Lizze Chapman)은 “제스트머니의 잠재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원활한 전환을 이해 차기 경영진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임은 포네페(Phonepe)가 제스트머니 인수를 실패한 뒤 몇 주 만에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인수 실패를 세계 경제 하방 압력에 따라 투자자들이 제스트머니를 포함한 스타트업에  지갑을 닫으면서, 제스트머니의 자금력이 고갈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제스트머니는 2015년 미국, 인도, 영국 국적의 창업자 3명이 설립한 회사로, 신용평가점수나 신용카드가 없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소액 대출과 분할 납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인도는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국민 대다수가 신용점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기존 핀테크 기업의 경우 여신 사업에 있어 은행 대출 시 산정된 신용도에 크게 의존하는 데다, 금융 업계에서는 소액 대출이 큰 수익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품 자체가 전무했다. 제스트머니는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해 소액 대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편 작년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4억4,500만 달러로 평가받은 제스트머니는 리빗 캐피탈(Ribbit Capital), 오미드야 네트워크(Omidyar Network), 쿠오나(Quona)를 포함한 유수 투자자들로부터 1억 3,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받기도 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스트머니와 유사한 사례로 국내 애그테크(Agtech, 농업 IT)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들 수 있다. 앞서 그린랩스는 지난해 1월 기업가치로 8,000억원을 인정받으면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뒤 공격적인 유통망 조성과 인재 영입에 나섰던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린랩스는 유통 시장 조성 과정에서의 대규모 ‘미수 채권’ 발생, 과도한 인재 인프라 투자, 거시 경제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경영난에 빠졌고, 이를 참다못한 그린랩스 최대 주주인 BRV가 창업자인 최성우·안성우 대표를 경영 일선에서 내리고 직접 ‘그린랩스 2.0’ 경영정상화에 나섰다. 당시 이와 관련해 BRV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통해 그린랩스의 데이터 농업 솔루션인 ‘팜모닝’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받던 메쉬코리아(부릉)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2017~2018년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유수 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후 지속적인 투자 각광을 받으면서 회사를 꾸려왔으나 2021년 경기 불황이 들이닥치면서 시리즈 E 단계 이후 신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여기에 라이더 업체 간 과열 경쟁으로 인한 영업마진 축소와 투자사들의 원성이 맞물리면서 결국 창업자 유정범 전 의장은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후 메쉬코리아는 hy(전 한국야쿠르트)가 인수했고, 현재는 매각 절차도 완료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한때 스타트업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그린랩스, 메쉬코리아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추락하는 것에 대해 ‘예견된 추락’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거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리스크를 지나치게 키웠다는 것이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 역시 “너무 성장만 외치면서 달려오면서 시장 환경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타트업 업계, 불가피한 요인으로부터 비롯된 경영 실적 악화에 억울함 호소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경영 실적 악화를 전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는 투자자들의 위와 같은 행보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분위기다. 물론 성장을 위한 창업자의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도 일정 부분 존재할 수 있으나, 본질적인 요인은 경영진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거시 경제 하방 압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조금만 경제 상황이 악화하더라도 투자 시장이 축소되면서 스타트업의 자금줄이 막히는 만큼 이를 극복하면서 제대로 된 경영 실적을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현재 불투명한 시장 상황이 지속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은 한 둘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나 기후테크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의 경우 출자자들이 투자에 대해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시장에 대한 전망마저 대부분 부정적인 관계로 이런 투자 위축 기조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시장이 조금만 안 좋아져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위험 회피적으로 투자 태도가 바뀐다”며 “불가피한 경제 상황 및 자금난 문제로, 기존 투자를 유치한 동료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손도 못 쓰고 회사를 뺏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투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혁신과 성장을 일궈내야 할 스타트업이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