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만난 넷플릭스 CEO, “K-콘텐츠에 3조 원 투자하겠다”, 토종 OTT 잠식하나?

25억 달러 베팅한 넷플릭스 “K-콘텐츠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확신…” 올해 2,475억원으로 책정된 한국모태펀드 문화계정 예산 훨씬 웃돌아 업계 “티빙·웨이브 등 토종 OTT 경쟁사들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

160X600_GIAI_AIDSNote
4월 25일 미국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넷플릭스의 공동 대표(CEO) 테드 서랜도스가 미국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K-콘텐츠에 4년간 약25억 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투자금은 올해 2,475억원으로 책정된 한국모태펀드 문화계정 예산을 월등히 뛰어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문화콘텐츠 분야 외에도 국내 벤처투자 시장 전반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 “25억 달러, 한국 드라마, 영화, 리얼리티쇼의 창작에 쓰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 첫날, 워싱턴DC 미국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넷플릭스의 최고 경영진을 접견했다. 서랜도스 대표는 “한국의 창작자들과 협력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며 “한국의 창작 업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한국이 멋진 이야기를 계속 들려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투자에 대한 배경을 드러냈다.

그간 넷플릭스가 특정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나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던 만큼, 이번 공개 투자 발표는 매우 이례적이다. 서랜도스 대표는 이번 투자금에 대해 “이 금액은 저희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투자금을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 영화 그리고 리얼리티쇼의 창작에 쓰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투자에 따른 경제 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인프라, 방위 산업 등 다른 모든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K-콘텐츠 사업이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리면서 국내 산업과 제품 수출에 커다란 연관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모태펀드 문화계정도 역대 최대규모 예산 편성, 날개 단 ‘K-콘텐츠투자

올해 한국모태펀드 문화계정 출자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2,47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1차 정시 출자사업 예산인 1,835억원보다 640억원가량 더 많다.

역대 최대규모 예산 편성에 50개 VC(벤처캐피탈)의 신청이 몰리며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문화 분야 VC 외에도 다양한 VC의 수요가 집중되면서 출자신청 금액 기준 3.2대 1의 경쟁률과 제안 펀드 조성 금액 1조4,77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문화계정 예산은 넷플릭스가 밝힌 투자금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문화계정의 총 4년 치 예산을 합하면 7,2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넷플릭스가 밝힌 투자금액 1/4 토막에도 못 미친다. 이에 업계에선 “K-콘텐츠 관련 투자가 넷플릭스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국내 문화 콘텐츠 분야 VC들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OTT 경쟁사들도 바짝긴장

이번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 발표에 따라 경쟁사인 티빙과 웨이브 등의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콘텐츠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월간활성사용자수(MAU) 등의 가입자 수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웨이브는 지난해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118%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됐다. 티빙 역시 전년보다 약 56% 늘어난 1,19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손실 규모가 늘어난 원인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비용 증가에 있다. 가입자 확보는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작용하는 만큼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사는 적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웨이브는 지난해 12월 미주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미주 외 30여 개국에 K-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해외 OTT인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통해 첫 파트너십 작품인 드라마 ‘욘더’를 선보인 티빙도 올해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 진출을 본격 추진 중이다.

최근 OTT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며 경쟁사간 출혈 경쟁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국내 업계에선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큰 만큼, 오랜 기간 OTT 시장 부동의 1위를 고수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티빙, 웨이브 등 토종 대형 OTT사의 콘텐츠 관련 비용을 합한 금액과 올해 정부가 밝힌 역대 최대 규모 문화계정 예산을 합해도 넷플릭스의 한 해 콘텐츠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향후 K-콘텐츠 사업에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