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환율 1,400원 시대, 일본과 한국

지난 1개월간 원화 대비 달러 가치 약 6.5% 인상 달러화 대비 절하, 지속적인 아시아 자금 이탈 현상 가트너,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 하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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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6일~9월 16일 오전까지 원-달러 환율 동향/사진=구글

지난 7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고, 8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예측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 차례 환율이 크게 뛰었다. 이어 8월 중 미국 물가가 여전히 예상치인 8%를 넘어 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미 연준이 빅 스텝(기준금리 0.5% 인상),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도 모자라 울트라 스텝(1% 인상)에 대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이 미 연준만큼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은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지난 1개월간 원화 대비 달러 가치는 약 6.5% 인상됐다.

2022년 8월 16일~9월 16일 오전까지 엔-달러 환율 동향/사진=구글

반면 금리 상승을 추격하지 않고 오히려 양적 완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엔화 절하 폭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리 인상 유무와 관계없이 달러 가치가 원화 및 엔화 대비 6% 정도 절상된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 주요 통화인 유로화 및 스위스 프랑화 대비 달러 가치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약세 일로에 있는 파운드화 대비에서만 약 4% 정도 절상됐을 뿐이다.

지난 7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지난 7일간 ‘환율’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아시아 시장의 자금 이탈, 킹달러 현상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를 이끄는 이른바 ‘킹 달러’ 현상이 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원인을 미 연준 금리 인상이 아닌, 글로벌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채권을 7개월째 매각하고 있고, 8월에도 51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각했다. 물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으로 미·중 긴장이 고조된 점도 있으나 중국 경기 둔화 및 위안화 약세 흐름 탓이라는 것이 증권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당 7.0위안을 돌파하면서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9% 이상 절하됐다. 지난해 말 달러당 1,188.8원이었던 점을 놓고 볼 때 원화 절하 폭이 14.7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지속적인 아시아 시장 이탈 현상의 후폭풍이 중국에서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국에도 경제 위기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만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계부채는 이자율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 금융감독원장이 이른바 ‘영끌족’을 구제하겠다는 정책을 브리핑을 해야 할 만큼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에 해외 투자자들이 한·중·일의 경기 침체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한국 경제의 불안 요소

엔화 약세가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정책인 일본 시장에서는 ‘킹 달러’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한때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M1 통화량을 대규모로 늘리는 정책을 시행한 만큼,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일본 내에도 반영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은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 모두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수출 호조기에는 환율 상승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현재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데다 2022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성장률 전망치도 올 초 13%에서 7%대로 내려간 만큼, 압박으로 다가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률이 올 2022년 7.4%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1년 26.3% 성장률 대비 크게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난 1분기에 발표한 2022년 예상치인 13.8%에서도 크게 하향 조정된 수치다. 여기에 더해 2023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 감소할 전망이라는 관측치도 내놨다.

경기 침체 및 부동산 거품 조정 탓에 이자율 상승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시점에 수출까지 타격을 맞게 되는 상황인 만큼,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모두 환율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