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공매도는 과연 폭탄인가?

글로벌 자금경색에 따른 공매도 증가 공매도 관련 빅데이터 여론,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공매도를 이용한 투자자들의 이익 추구 방식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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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이은 이자율 상승에 따른 글로벌 자금경색이 이어지며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매수세보다 매도세가 강해지고 덩달아 공매도도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지난 7월 3,640억원, 8월 3,493억원, 올 9월 들어서는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5,0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심지어 몇몇 상장 기업들이 무리한 공모가를 책정하면서 공매도를 부추겼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코스피200 거래량에서 공매도 비중이 지속해서 상승해 추석 연휴 직전 주에는 7.8%까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5일 기준으로 HMM과 OCI의 공매도 증가세가 현격히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 HMM의 경우 사상 최고의 해운 업계 실적을 기반으로 한 민영화 이슈도 있어 이른바 ‘재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공매도 폭탄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7일간 ‘공매도’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HMM, 내년 58% 수준의 영업이익 예상치 하락 전망

해운사인 HMM뿐만 아니라 OCI(1.48%→5.21%), 현대두산인프라코어(0.81%→4.5%), DL(0.38%→3.88%), SK바이오사이언스(0.63%→3.79%) 등이 뒤를 잇는 등 올 초 대비 전반적으로 공매도 물량이 많이 증가한 상태다.

실제로 HMM은 내년 물류 부진 예상으로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인 10조7,649억 대비 내년은 6조2,856억원으로 약 58%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업계 컨센서스(증권가 예상치 평균)가 잡혀 있다. 이미 주가가 25% 하락했으나, 공매도 물량을 보면 더 내려가리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태양광 전문업체인 OCI도 상반기 주가 급등(38%) 이후 중국 업체들의 폴리실리콘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에 주가가 하락세(-26.5%)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일간 ‘공매도’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공매도의 역할과 한계

증권가에서 공매도에 대한 비난 여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매도 잔액이란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공매도 제도 도입의 기본 논리는 구매할 수 있는 권리는 물론, 판매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줘야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주식 가격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도록 투자자에게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대편에서는 과도한 공매도 잔액을 일부러 만들어 주가 하락의 신호탄으로 쓰는 악성 투자자 그룹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상황에 지금과 같은 제도는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은 무리한 공모가로 악평을 듣는 일부 벤처 기업들에 대해 예외적으로 공매도의 순기능을 통한 적정 주가 회귀를 인정할 뿐, 타 주식거래에서는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공매도 잔액이 조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가 조작 가능성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한다. 조작이 가능하지만 해당 사실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만큼, 결국 금융감독원의 철퇴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 몇몇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이 주가 하락분이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제도라고 설명한다. 공매도와 관련된 빅데이터 여론도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과 연관 키워드로 소비될 뿐 딱히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크게 대두되고 있지는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 매니저는 “기업주와 투자자 입장에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이는 공매도 제도가 불편한 것은 ‘집값 하락 뉴스를 보는 집주인의 심정’과 비슷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가 적정주가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나 하락에 베팅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수요 충족 등을 감안하면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한국 금융 시장도 글로벌 화가 많이 진행된 만큼, 한국에서 제도적으로 공매도를 막는다고 해도 결국 해외 시장에서 상품이 거래되고, 수수료는 해외 관련 기업들이 챙겨가게 될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에 좀 더 집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매도가 크게 줄어든 기업으로 금호석유 (5.38%→1.28%), 한세실업(2.55%→0.13%), LG디스플레이(4.45%→2.46%), 크래프톤(3.2%→1.47%) 등이 있다. 이들 종목 모두 올해 주가 낙폭이 컸던 기업으로, 전문가들은 공매도 물량 해소는 주가 상승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