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강남 재건축 단지 반포 3주구 7.5억↓ 전셋값 내려가나
대단지 재건축 반포주공 폭락 실거래 등장 부동산 침체, 강남권 재건축 입주권에도 영향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 당분간 하락세 이어질 듯
재건축 대상 아파트 단지는 대개 신축 아파트 단지 이상으로 인기가 높다. 재건축이 완료되기까지 몇 년 혹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하지만, 미래 시점에서의 최신형 아파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곧 재건축이 될 것”이란 소문만 돌아도 집값이 훌쩍 뛴다. 재건축이 확정된 곳의 조합원 입주권은 신축 아파트가 완공된 후의 예상 가격에 거의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되곤 한다.
재건축 ‘대어’ 반포주공 3주구 입주권 가격 폭락
재건축 단지 중 ‘최고봉’은 단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다. 그런데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최고 인기 단지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폭락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반포 3주구의 한 조합원 입주권이 지난달 28일 29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직전 거래가(37억원) 대비 7억5,000만원 폭락한 가격이다.
반포 3주구는 총 1,490세대로, 전 세대 면적은 전용 72.5㎡로 동일하다. 지난해 7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재건축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올해 5월까지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했으며, 현재 건물 철거가 진행 중이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고 오는 2026년 상반기 입주 예정이다.
반포 3주구는 입지가 우수할 뿐 아니라 강남에 마지막으로 남은 5층짜리 대단지 아파트란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층수가 낮은 만큼 조합원들의 대지 지분이 높아 기존 평형에서 3.5평 가까이 늘어난 전용 84㎡(34평형)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도 추가분담금 없이 오히려 3,000만원 가량의 환급금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폭락한 매매 가격에 대해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매수 수요가 급감한 후에도 반포 3주구는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값 하락세의 파도가 여기까지 밀려들어 왔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떨린다”고 했다.
반포 3주구의 경우 34평형을 배정받은 조합원까지는 환급금을 받지만, 전용 100㎡(39평형)를 배정받은 조합원은 3억원 가량의 추가분담금을 내야 한다. 배정 평형이 커질수록 추가분담금도 더 늘어난다. 또한 반포 3주구의 가구당 평균 초과이익환수금은 약 4억200만원을 예상하고 있고, 역시 배정 평형이 클수록 더 많이 내야 한다. 추가분담금과 초과이익환수금은 고스란히 입주권 매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그만큼 매매 가격에 반영이 된다.
작년 하반기, 반포동, 잠원동 일대에서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를 시작으로 신반포18차(182가구), 신반포21차(108가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1,490가구) 등 4,000가구가량이 재건축 이주로 인해 이삿짐을 꾸렸다. 이 때문에 작년까지만 해도 이러한 재건축 이주로 인한 수요로 서초구의 전세가는 올라갔다. 하지만, 서울까지 번진 깡통전세의 여파와 입주권 가격 폭락이 맞물려 주민들이 전세 거주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전세에서 빠져나가는 세대가 대거 늘어나면 전셋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상 언급량 ‘반포’ 급상승
강남의 대표 재건축 지역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반포주공의 폭락한 매매가가 등장하면서 반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몰리기 시작했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반포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8월 8일을 기점으로 언급량이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언급량이 높았던 날은 8월 9일로 약 920만 건이었다. 기점이 된 8월 8일 언급량 3만6천 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255배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관심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국민들에게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아 비교적 쉽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매체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드러졌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뉴스에서는 반포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에 비해, 커뮤니티에서는 약 440만 건의 언급이 있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 반포동 주민들, 그에 더해 불패 신화를 자랑했던 강남 재건축 가격이 무너진 것에 대해 국민들은 큰 관심을 쏟고 있는 듯하다. 한편, 온라인 카페에서의 언급량이 약 150만 건, 유튜브에서의 언급량이 약 16만 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포에 대한 관심은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반포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해본 결과, 부정 평가가 56.30%로 긍정 평가 43.70%를 웃돌아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가 가장 많았던 날은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날과 마찬가지로 8월 9일이었다. 이날의 부정 평가는 약 7,400만 건에 달했고,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가 5,400만 건으로 차이의 폭이 가장 심한 날이기도 했다.
아울러 반포와 관련돼서 언급된 키워드를 네트워크 차트로 정리한 결과, 반포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성을 가진 키워드는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반포’ ‘서울’ ‘지역’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하늘색 키워드 그룹은 ‘반포’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이어 ‘단지’ ‘집값’ ‘공사’ ‘건설’ ‘일대’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연두색 키워드 그룹은 ‘아파트’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두 그룹이 나란히 나열되어 있다는 것은 두 키워드 그룹 간에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9년 만에 최대 낙폭, 당분간 하락세 이어질 듯
반포 재건축 지역 입주권 불황은 바로 집값에도 반영됐다. 최근까지 보합세를 유지하던 서초구와 용산구마저 하락 전환하면서 25개 자치구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 모든 자치구가 하락을 기록한 건 3년 6개월 만이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 역시 9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집값이 내려가면서 전세에서 이탈하려는 주민들의 유동성 때문에 전셋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리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3주차(1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0.08% 내렸던 지난주보다 낙폭이 커지며 12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주 보합을 기록했던 서초구와 용산구도 0.01% 하락한 것으로 25개 자치구 모두 가격이 내려갔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 2월 셋째 주 이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아파트가격이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2019년 2월 첫째 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지역도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그만큼 시장 침체가 심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 8·16 공급 대책에 따른 관망 심리 확산으로 당분간 이러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돼 올해 하반기 내지 내년 초까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급 대책 발표로 내 집 마련을 노리던 수요자들도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생겨 올해 말 또는 내년 봄 이사 철 전까지 거래 절벽 속에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