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수도권 집값 하락에 깡통전세 속출, 보증금 어떡하나
깡통전세 공포 속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80% 넘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급증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 역대 최고, 대책 마련 시급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깡통 전세(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주택매매가격의 80%가 넘는 주택)’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 전세반환보증 상품, 2조원 돌파
금융권에 따르면 5월 말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전세반환보증 상품인 전세지킴보증을 이용 중인 가구 수는 총 1만1,047가구로 집계됐다. 잔액은 2조432억원으로, 주금공이 전세반환보증 상품을 시장에 내놓은 2020년 7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실제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언급량이 들쑥날쑥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언급량이 많았던 날은 7월 28일로, 약 3,300만 건에 달했다. 가장 최근인 8월 23일의 언급량은 약 3,200만 건으로 나타났다. 언급량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8월 20일 언급량 약 230만 건과 비교했을 때 13배 증가한 수치이다.
언급량을 채널 카테고리별로 정리해본 결과, 이러한 관심은 언론 매체인 뉴스보다 국민들에게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아 의견을 비교적 쉽게 표출할 수 있는 매체인 커뮤니티가 가장 많았다.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약 7억3천만 건으로 뉴스 매체에서의 언급량 약 5,300만 건과 비교했을 때 약 13배 많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관심이 언론보다 국민들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카페에서의 언급량은 약 4억5천만 건으로 2위를 차지했고, 유튜브에서의 언급량은 약 790만 건으로 가장 낮았다.
7월 17일 한국부동산원의 6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87개 시·군·구 중 19개 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전남 광양과 경북 포항 북구로 모두 85%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이천과 여주도 각각 82.4%와 84.2%의 전세가율을 보였다. 이 외에도 대구 북구, 강원 춘천, 충북 청주 상당구·서원구, 충남 서산·당진·천안 동남구와 서북구 등의 전세가율이 모두 80%를 넘어섰다.
전세가율 80% 이상, 깡통전세 우려
통상 시장에서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한 차례 유찰될 경우 최저낙찰가는 감정가의 80%로 떨어지는데 대출이 없거나 최우선 순위인 경우에나 겨우 전세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 이상 유찰될 경우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러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는 인터넷상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깡통전세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 평가가 55.26%로 긍정 평가 44.74%를 웃돌며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경우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전세와 수도권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토대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 평가가 60.91%로 긍정 평가 39.09%를 웃돌며 깡통전세만으로 긍부정 평가를 조사했을 때 보다 더 높은 비율로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 긍부정 평가를 보았을 때, 부정 평가가 평균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가 가장 높았던 날은 8월 5일로, 무려 약 3억7천만 건에 달했다. 이날은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의 차이 폭이 가장 심했던 날이기도 하다.
이날의 긍정 평가는 약 1억4천만 건으로 부정 평가와 약 2억3천만 건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장 최근인 8월 23일의 부정 평가는 약 3억2천만 건을 기록했다. 긍정 평가와의 차이는 약 9천만 건이었다.
또한, 이러한 깡통전세 현상은 아파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깡통전세와 관련돼서 언급된 키워드를 네트워크로 정리해본 결과, 키워드 ‘아파트’와 키워드 ‘깡통전세’가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깡통’ ‘깡통전세’ ‘아파트’ ‘부동산’ ‘전세’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하늘색 키워드 그룹은 ‘깡통전세’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이어, ‘하락’ ‘시장’ ‘거래’ ‘계약’ ‘집값’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빨간색 키워드 그룹은 ‘아파트’ 키워드 그룹이라 해석된다.
각 키워드 그룹은 나란히 붙어있어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아파트’ ‘깡통전세’ 그룹에 나란히 붙어 있는 키워드 그룹이 바로 ‘대출’ 키워드 그룹이었다. ‘금리’ ‘우려’ ‘위험’ ‘경기’ ‘인상’ ‘정부’ 등의 키워드가 등장하는 연두색 키워드 그룹은 ‘대출’ 그룹으로 해석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통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세권 설정, 확정일자 등 법적 대항력을 갖추면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매매가와 보증금 차이가 거의 없으면 우선변제권이 있어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팔거나 경매에 넘겨도 낙찰금이 보증금보다 적을 수 있어서다. 작년 말 이후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갭 투자’가 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비싼 거래가 속출하면서 깡통 주택 위험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임대인이 보증금 돌려막기식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서 ‘갭투기(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를 하다가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다. 이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보다 집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편이 집주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타격을 입는 것이 세입자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 또한 대출 회수에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입자가 대출을 낀 상태에서 전세 보증금을 지급한 것이라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경우, 은행은 대출 원금과 이자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만약 세입자가 무사히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았다고 해도, 이번에는 집주인의 대출이 문제가 된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지급하느라,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은행, 세입자, 집주인, 폭탄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집주인도 마찬가지다. 깡통전세로 인해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80%를 웃도는 상황에서 전세금을 돌려주게 되면, 주택담보대출을 은행에 돌려주지 못할 리스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금, 주택담보대출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이 돼서 둘 다 돌려준다 할지라도 애초에 매매가격 자체가 심하게 내려갔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은행, 세입자, 집주인 셋 중 하나는 막대한 손해라는 폭탄을 짊어지게 된다.
11일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총 1,595건, 사고금액은 3,407억원으로 확인됐다. 피해 규모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2019년 3,442억원에서 2020년 4,682억원, 작년 5,790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위 가구별 전세보증금이 오른 만큼, 사고금액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하루빨리 관련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