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쏘카 vs. 대성하이텍, VC 업계에 울리는 경종

상장 첫날, 다른 성적표 기업가치 부풀리기, 투자자 외면 VC 업계, 실속 투자 지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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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쏘카 블로그

오늘(22일), 나란히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쏘카와 대성하이텍이 180도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각기 다른 성적표 받아든 쏘카와 대성하이텍

모의고사라고 할 수 있는 수요예측 및 일반 공모 청약에서 이미 예견됐던 성적표였다. 대성하이텍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9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참여기관의 93.8%가 공모가 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대성하이텍은 공모가 범위를 초과한 가격을 포기하고 공모가 최상단인 9,000원에 공모 가격을 확정했다. 이어 이어진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도 1,13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쏘카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56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참여기관 대부분이 공모가 희망 범위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결국 시장의 압박에 공모 물량과 공모가를 모두 낮췄음에도 기관 투자자의 99%가 장기 보유 확약(락인, Lock-in)을 하지 않아 언제 물량 폭탄이 쏟아질지 모르는 상태로 상장했다.

상장 첫날, 낮 12시 현재 쏘카는 공모가인 28,000원에서 1,000원 하락한 27,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대성하이텍은 거래 첫날 13,000원에 시작해 현재 14,350원에 거래 중이다.

업계에서는 쏘카가 무리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그 무리한 공모가의 이면에는 VC 업계의 기업가치 부풀리기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VC 업계, 기업가치 부풀리기 이제 안 통해 

대성하이텍은 작년 기준 연간 매출액 1,100억원대, 영억이익률 10% 남짓의 견조한 회사로, 연간 20~30%씩 꾸준히 성장하는 전문 기술력을 가진 조직이다. 반면, 쏘카는 매출액이 2,000억대를 돌파하고 올해는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영업이익률은 올해도 흑자가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아직 안정적인 상장이 가능한 체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체급 부풀리기를 통해 조기에 투자금을 상환하려는 VC 업계의 속내가 반영된 상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쏘카 관계자는 부인하고 있으나 그간 조기 상환을 희망하는 투자사들이 쏘카 경영진에 여러 차례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 자금 압박까지 몰려든 상황에 투자 유치가 어려워져 결국 상장이라는 선택지를 받아들여야만 생존이 가능했다. 이런 과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분석은 증권가 일반의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VC 업계가 이제 대성하이텍 방식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갖출 수 있는 기업을 지원하는 실속 유형의 투자를 해야지, 쏘카 방식의 투자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결국 VC 업계가 투자한 기업들의 상장, 매각 등의 활로를 찾는 길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기업가치 때문에 막히게 될 뿐이다.

지난 10여 년간 VC 업계를 이끌어온 공식이 앞으로도 계속 맞을 수 있을지 VC 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